임억령(林億齡, 1496 연산군2~1568 선조 1, 자 大樹, 호 石川)과 김인후(金麟厚, 1510 중종5~1560 명종15, 자 厚之, 호 河西ㆍ澹齋)는 호남계(湖南系) 소단(騷壇)의 중진이다.
임억령(林億齡)은 박상(朴祥)의 문인(門人)으로 해남(海南) 출신이며, 김인후(金麟厚)는 송순(宋純)의 문하(門下)를 출입한 장성(長城) 출신이다. 이들은 인품이 고매(高邁)하여 시(詩) 또한 사람과 같다는 평이다.
임억령(林億齡)은 고금(古今)의 각체시(各體詩)를 두루 익히면서 일생 동안 시업(詩業)으로 일관했으므로 그의 문집도 대부분 시(詩)로써 채워져 있으며 문(文)은 다만 수필에 불과하다.
김인후(金麟厚)는 학문이 깊어 그의 시(詩)도 침착(沈着)ㆍ준위(俊偉)한 것으로 일컬어진다. 그러나 젊었을 때 그의 시는 화평(和平)하고 깨끗하며 호방(豪放)한 기운도 있었으나, 만년(晩年)에 이르러 고명(高明)ㆍ순정(純正)한 것을 깨달아 강개비분(慷慨悲憤)한 것도 엿보게 한다【『河西集』 卷34】.
임억령(林億齡)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시우인(示友人)」(七絶)은 다음과 같다.
古寺門前又送春 | 옛적 절 문앞에서 또 봄을 보내니 |
殘花隨雨點衣頻 | 남은 꽃 비를 따라 옷에 자주 점을 찍네. |
歸來滿袖淸香在 | 돌아올 때 온 소매에 맑은 향기 남아 있어 |
無數山蜂遠趁人 | 무수한 산벌들이 먼 데까지 따라오네. |
3수 가운데 마지막 것이다. 규모를 크게 잡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미감(美感)의 표현도 정적(靜的)인 쪽에 가까와 전편(全篇)이 높고 낮은 데도 없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허균(許筠)은 이 작품을 가리켜 유독 당인(唐人)의 풍격(風格)이 있다고 하였는지도 모른다.
김인후(金麟厚)의 화제작인 「등화대(登火臺)」(五律)는 다음과 같다.
梁王歌舞地 此日客登臨 | 양(梁) 효왕(孝王)이 가무(歌舞)하던 곳에 오늘에사 손이 오르네. |
慷慨凌雲趣 凄涼弔古心 | 강개(慷慨)로운 정은 구름을 뛰어넘는 취향(趣向)이요, 처량(凄涼)한 비감(悲感)은 옛것을 조상하는 마음이로다. |
長風生遠野 白日隱層岑 | 긴 바람 먼 들에서 일어나고 흰 해는 먼 산 뒤로 숨는다. |
當代繁華事 茫茫何處尋 | 당대의 번화한 일, 아득히 어느 곳에서 찾을까? |
김인후(金麟厚)의 침착(沈着)이 이 한편에서 다한 느낌이다. 허균(許筠)은 『성수시화(惺叟詩話)』 45에서 특히 성율(聲律)에 관심을 보이어 성당(盛唐)의 고운(高韻)이라 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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