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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노자와 21세기, 9장 - 천하를 천하에 감추어라 본문

고전/노자

노자와 21세기, 9장 - 천하를 천하에 감추어라

건방진방랑자 2021. 5. 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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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持而盈之, 不如其已;
지이영지, 불여기이;
지니고서 그것을 채우는 것은
때에 그침만 같지 못하다.
揣而梲之, 不可長保;
췌이절지, 불가장보;
갈아 그것을 날카롭게 하면
오래 보존할 길 없다.
金玉滿堂, 莫之能守;
금옥만당, 막지능수;
금과 옥이 집을 가득 메우면
그를 지킬 길 없다.
富貴而驕, 自遺其咎.
부귀이교, 자유기구.
돈 많고 지위 높다 교만하면
스스로 그 허물을 남길 뿐이다.
功遂身退,
공수신퇴,
공이 이루어지면
몸은 물러나는 것,
天之道.
천지도.
하늘의 길이다.

 

 

1. 노자(老子)장자(莊子)의 관계

 

장자(莊子)라는 서물은 우리나라의 젊은이들도 그 이름은 들어 익히 알 것이다. 노자와 더불어 같은 계열의 지혜의 서로서 병치()되기 때문에 흔히 우리는 이 두 권의 책의 사상을, 그 앞머리 글자를 따서 노장사상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노장 = 노자(老子) + 장자(莊子)

 

장자 역시 노자와 같이 그 역사적 실존성이 의심시되는 애매한 인물이지만, 최소한 오늘의 장자(莊子)라고 하는 서물의 어떤 오리지날한 고층대 파편의 저자로서의 그 누구가 실존했으리라는 가설은 정당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보는 장자(莊子)라는 책은 분명 오랜 세월을 거쳐 형성된 전집(anthology)과 같은 것으로 전국시대(戰國時代)로부터 한 대(漢代)까지의 문헌을 포통(苞通)하고 있다. 장자학파의 대선집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최근까지도 노자장자(莊子)의 관계에 대한 제설이 난무하였다. 심지어 노자장자(莊子)이후에 성립한 책이라고까지 주장한 대석학들이 많았으나, 최근 죽간(竹簡)의 발굴은 이러한 논의를 완전히 불식시켰다. 장자(莊子)는 분명 노자의 사상이 발전되어, 장자라는 어떤 실존인물을 낳았고, 실존인물의 학풍을 중심으로 여러 전승이 다시 시작되었고 그것이 후대에 편집된 것이 오늘 우리가 보는 장자(莊子)라는 희대의 지혜의 서라고 보라면 별 탈이 없을 것이다.

 

노자는 논설이다. 노자는 한 인간의 사유의 결정으로서의 주장을 체계적으로 편 책이다. 그러나 장자(莊子)는 좀 성격이 다르다. 노자가 말한 철학적 사유를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펼친 것이다. 노자를 펼치면, ‘도를 도라 하면 늘 그러한 도가 아니다[道可道, 非常道]’라고 시작하지만, 장자(莊子)를 펼치면, ‘옛날옛날에 북쪽바다에 물고기가 있었다[北冥有魚]’라고 시작한다. 그 성격의 차이를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자(莊子)노자의 사상을 보다 폭 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위대한 이야기 책임에 틀림이 없다.

 

 

2. 천하를 천하에 감추어라

 

장자(莊子)라는 책 대종사(大宗師)라는 편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꼭 그대로는 아니지만 어려서 내가 외할아버지께 들은 기억대로 재미있는 한 이야기를 여기 전하려 한다.

 

어떤 부자가 코이누르(Koh-i-noor,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되고 거대한 다이아몬드)와도 같은 어마어마하게 값진 보석을 손에 넣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이것을 감추기 위해 벼라별 지혜를 다 짜아냈다. 우선 그는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금고를 장만했다. 무쇠를 겹겹으로 싸서 만든 엄청난 금고였다. 그 금고를 다시 어마어마한 철문방에 집어넣고 잠그었다. 그리고 집을 다시 단단한 철책문으로 싸았고, 다시 어마어마하게 높은 담벼락을 둘러쳤다. 그리고 그것도 모잘라 그는 이 집을 큰 강 한복판에 있는 섬 속에 지었던 것이다. 천연의 호()를 이용한 셈이다. 그 부자는 이제는 분명 안심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당대의 도둑 기술로써는 이러한 천혜의 장벽을 뚫을 길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변이 생겼다. 어마어마한 거인 도둑놈이 어느 날 섬 채 들고 달아나 버린 것이다!

 

물론 이것은 하나의 메타포다. 그러나 바로 이 이야기의 주제는 천하(天下)에 우리가 진정으로 감출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너무도 쉽고 명명백백한 사실을 재미있게 전달해 주고 있는 이야기인 것이다. 라스포사(옷로비)의 이야기도 작은 것을 감추려다 큰 것을 잃고마는 이야기의 한 전형인 것이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 이런 이야기가 돈다. 부인이 한번 옷을 잘못 입으면 남편이 옷을 벗는다.

 

 

그래서 장자는 말한다:

 

 

천하를 천하에 감추어라!

그리하면 숨길 바가 없을 지니.

이것이 만물의 큰 이치로고!

若夫藏天下於天下, 而不得所遯, 是恒物之大情也.

 

 

나는 어려서 이 이야기를 한학에 능하신 외할아버지로부터 들었다. ‘천하를 천하에 감추어라!’ 이 얼마나 장쾌한 이야기인가? 어렸을 때, 이 한 이야기를 진정으로 깨닫는다면 그 인간의 삶의 태도가 어떻게 형성될 것인가? 한번 잘 생각해보라! 아무리 금ㆍ옥이 집안에 가득 차도, 그것이 없어질려면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금ㆍ옥을 지키는 것은 철책이 아니요, 세콤이 아니다. 금ㆍ옥을 지키는 무기는 바로 나의 삶의 가치관 속에 내재하는 것이다. 노자의 아홉째 가름은 바로 이 장천하어천하(藏天下於天下)’의 설화의 모태를 이루는 사상의 논설인 것이다.

 

 

3. 그침과 무딤(持而盈之, 不如其已. 揣而銳之, 不可長保. 金玉滿堂, 莫之能守)

 

지이영지 불여기이(持而盈之, 不如其已)

 

채우는 것[]은 때에 그침[]만 못하다는 것은 바로 허()의 사상에서 도출된다.

 

 

췌이절지 불가장보(揣而梲之, 不可長保)

 

()갈다라고 해석하면 절()은 분명 날카롭게 한다는 뜻이 될 것임으로, 이것은 예()의 오사(誤寫)로 간주해야 할 것이다. 칼이 무딘 것과 날카로움을 비교해보면, 항상 날카로운 것은 무딘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진행한다. 무딘 것이 날카로운 것에 비해 허()가 더 많은 것이다.

 

 

날카로움 무딤
가 적다. 가 많다.

 

 

날카로움은 무딘 것보다 오래 보존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인간의 성격도 너무 날카로운 사람은 허()가 없어 자신을 들볶게 마련이다. 에도의 검객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藏, 1584~1645)가 무딘 목검으로 당대의 최고 검객 사사키(佐佐木小次郎)의 날카로운 진검을 쓰러트린 이야기도 결국 이 노자의 허()의 사상을 무술에 적용시킨 대표적인 사례중의 하나인 것이다.

 

그런데 이 구절이 죽간(竹簡) 갑본(甲本)단이군지 불가장보야(湍而群之, 不可長保也).’로 되어 있다. 죽간(竹簡)의 문자를 충실하게 해석하면 여기저기 긁어 모아[] 쌓아 두면[], 오래 보존할 수 없다의 뜻이 된다.

백서(帛書) 을본(乙本)에는 扌短而允之로 되어 있는데 그 의미는 왕본(王本)에 가까운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하여튼 湍而群之揣而梲之의 변천과정은 오사(誤寫)와 의미의 변천과정을 시사한다.

 

 

금옥만당 막지능수(金玉滿堂, 莫之能守)

 

이 구절은 장자(莊子)고사를 빌어 이미 충분히 설()하였다.

 

 

4. ‘내가 제일 잘 나가일 때 교만을 경계하라

 

부귀이교 자유기구(富貴而驕, 自遺其咎)

 

옛말에 ()’라는 것은 경제적 부(economic wealth)를 말한다. ‘()’라는 것은 옛 관료체제에 있어서 벼슬의 높음(high position)을 의미한다. ‘부귀를 정확히 번역하면 ‘Wealth and Power,’ 즉 부와 권력이다.

 

그런데 인간의 부와 권력에 항상 같이 따라 다니는 요물이 하나 있다. 그것이 바로 교만(, Pride)이라는 것이다. 교만은 반드시 화를 자초한다. 이것은 인세(人世)의 정리요, 역사의 정칙이다. 교만은 반드시 스스로 허물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평생 남을 정죄하기만 하고 살아온 검찰총장도 가벼운 일로 정죄당하는 부끄러운 허물을 남길 수 있는 것이요, 빛고을의 양민들을 학살하여 고귀한 지위에 오른 사람도 결국 영어(囹圄)의 사람이 되고 마는 것이다. 우리 역사는 그래도 노자가 말하는 도()의 이치를 실천해가고 있는 것이다.

 

 

공수신퇴 천지도(功遂身退, 天之道)

 

공이 이루어지면 몸은 물러난다는 것은 바로 2장에서 말한 공성이불거(功成而弗居)’의 다른 표현이다. 바로 그러한 모습은 인간이 실천해야 할 도덕성인 동시에, 천지자연의 스스로 그러한 길[天之道]이다. 노자에게 있어서 졸렌(Sollen, 가치)은 항상 자인(Sein, 사실)의 어떤 측면에서 우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아홉째 가름은 죽간(竹簡) 갑본(甲本)의 맨 끝에 붙어 있는데 오늘날의 왕본(王本)의 모습과 대차가 없다. 9장처럼 비교적 비개념적이고 평이하고 서술적인 이러한 장이 노자의 고층대를 형성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용

목차 / 서향 / 지도

노자 / 전문 / 9 / 노자한비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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