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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경한글역주, 제10장 『여씨춘추』를 논함 - 여불위의 비젼과 효 담론 본문

고전/효경

효경한글역주, 제10장 『여씨춘추』를 논함 - 여불위의 비젼과 효 담론

건방진방랑자 2023. 4. 1.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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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불위의 비젼과 효 담론

 

 

여불위(呂不韋) 자신의 변을 한번 들어보자! 여씨춘추(呂氏春秋)가 완성되었을 때 어떤 평범한 사람이 여불위(呂不韋)에게 십이기(十二紀)에 관해 물었다. 그러자 문신후(文信侯)장양왕(莊襄王)으로 여불위가 자금을 댄 자초(子楚)를 말한다 원년(元年)에 여불위는 승상(丞相)이 되었고 문신후에 봉하여졌다)가 이와 같이 대답했다.

 

 

나는 일찌기 황제(黃帝)가 그의 손자인 전욱(顓頊)을 교육할 때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들은 적이 있다: “너의 머리 위로는 저 둥근 거대한 하늘이 있고 너의 발 아래는 저 네모난 거대한 땅이 있다. 너는 저 하늘과 땅을 본받아라. 그리하면 너는 백성들의 부모되기에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嘗得學黃帝之所以誨顓頊矣, 爰有大圜在上, 大矩在下, 汝能法之, 爲民父母.

 

그리고 내가 또 듣기로도, 옛날의 깨끗한 치세에는 모두가 천지의 큰마음을 본받았다고 한다. 대저 십이기라고 하는 것은 다스려지거나, 어지러워지느냐,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를 밝힌 것이며, 장수와 요절, 길조와 흉조의 분별을 깨닫게 하려 함이라. 십이기로써 위로는 하늘을 엿볼 수 있고, 아래로는 땅의 현실을 증험하며, 가운데로는 인간세를 살필 수 있다. 이와 같이 하면, 옳고 그름, ()함과 불가(不可)함이 숨을 곳이 없어진다.

蓋聞古之淸世, 是法天地. 凡十二紀者, 所以紀治亂存亡也, 所以知壽夭吉凶也. 上揆之天, 下驗之地, 中審之人, 若此則是非可不可無所遁矣.

 

하늘의 본질은 순조로운 질서이다. 순조롭기 때문에 만물을 생성할 수 있다. 땅의 본질은 확고한 떠받침이다. 확고하기 때문에 만물이 편안함을 얻는다. 사람의 본질은 거짓을 모르는 신험이다. 신험이 있기에 사람들이 서로 믿고 따를 수 있는 것이다. 이 천지인 삼자가 다 같이 마땅한 바를 얻으면 모든 것은 억지로 강요하지 않아도 절로 행하여진다[無爲而行]. 행하여진다고 하는 것은 객관적 법칙을 행하는 것이다. 객관적 법칙을 행하게 되면, 합리적 질서()를 따르게 되고, 인간의 사사로운 정욕을 평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서의(序意)

天曰順, 順維生, 地曰固, 固維寧, 人曰信, 信維聽. 三者咸當, 無爲而行. 行也者, 行其理也. 行數, 循其理, 平其私.

 

 

여기서 이미 우리는 여불위(呂不韋)라는 탁월한 비져너리(visionary)의 사심 없는 요청을 들을 수 있다. 군주에게는 무위를 요청하고, 신하에게는 합리(合理)와 거사(去私)를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와 관련하여 특기할 일은 여씨춘추(呂氏春秋)본래 모습의 최초의 머릿권인 유시람(有始覽)다음 권이 효행람(孝行覽)으로 되어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다. 여씨춘추(呂氏春秋)의 전 체계에서 ()’가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 하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효행람효행(孝行)편을 일별해보면 그것은 거의 현행 효경의 날개(: 주석의 의미를 포함)와도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여람(呂覽)의 제1람 총론에 해당되는 유시람(有始覽)의 경문(經文)이 끝나고, 그것의 전()에 해당되는 제2람의 첫머리를 효행(孝行)편이 장식하게 되었을까? 생각해보라! 여불위(呂不韋)가 갈구한 새로운 제국의 사상질서의 실현을 위하여 ()’만큼 유용한 사회적 담론을 찾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여불위(呂不韋)가 생각하는 자연과 인간의 상응질서라는 자연주의적 세계관을 전제로 할 때, 효처럼 인간에게서 천지(天地)와 호흡하는 자연의 질서에서 출발한 구체적 덕성을 찾기도 어렵다.

 

대저 효라는 것은 하늘의 벼리요, 땅의 마땅함이요, 백성이 행하여야 할 바이다[夫孝, 天之經也, 地之誼也, 民之行也].’라는 효경의 메시지는 위로는 하늘을 헤아리며, 아래로는 땅을 증험하며, 가운데로는 인간세를 살핀다[上揆之天, 下驗之地, 中審之人].’라는 여불위(呂不韋)서의(序意)의 메시지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리고 의 특징은 명백한 보편주의적 패러다임(universalistic paradigm)을 항상 과시한다는 것이다. 효는 구체적으로 인간에게 인지될 수 있으면서도 누구에게든지, 천자로부터 서인에 이르기까지, 예외적 상황이 될 수 없다고 하는 보편적 덕성의 면모를 지닌다. 이러한 자연주의적이면서도 보편주의적인 덕성이야말로 치세(治世)의 제1원리가 될 수가 있다.

 

그리고 효는 여씨춘추(呂氏春秋)가 추구하는 무위론적 세계관과 합치한다. 효를 보편적 질서로서 한 국가가 실천하게 될 때 그 국가는 저절로 다스려진다는 것이다. 효경에서는 불숙이성(不肅而成)’ ‘불엄이치(不嚴而治)’라는 말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데, 이것은 백성의 교화가 엄숙주의에 의존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루어지고, 정교나 법령이 엄형주의에 의존하지 않아도 저절로 다스려지게 된다는 것이다.

 

여불위(呂不韋)를 과거의 권위주의(authoritarianism)적 치세방법에서 벗어난 새로운 무위지치(無爲之治)의 한 전형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

 

 

 

 

인용

목차

원문 / 呂氏春秋』 「孝行/ 五倫行實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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