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士章) 제오(第五)
아버지와의 관계설정이 온전할 때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아버지를 섬기는 마음으로써 엄마를 섬길 때, 거기에 공통된 것은 애(愛)【‘사랑’이라고 번역하지만, 일차적 의미는 ‘아낀다’는 뜻이다. 어원상 ‘애(哀)’와 동근(同根)의 글자이며 ‘애석(愛惜)히 여긴다’는 뜻이 있다. 『설문』에는 ‘혜(惠)’로 풀이되어 있고, ‘인(仁)’ ‘친(親)’ 등이 관련된다. 마음 심 자가 들어가 있는데 그 아래에 있는 형상과 함께 가슴이 메진다. 애달프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여기서는 감정적 거리가 없는 관계를 나타낸다】이다. 그리고 똑같이 아버지를 섬기는 마음으로써 임금을 섬길 때는, 거기에 공통된 것은 경(敬)【회의자(會意字)로서 사람이 사슴뿔을 만졌다가 놀라 불러서는 것을 나타내고 있는데 ‘놀람[驚]’이나 ‘긴장[驚]’의 뜻이 내포되어 있으며 ‘애’와는 대조적으로 일정한 심적 거리감이 있다】이다. 그러므로 엄마를 섬길 때는 아버지를 섬기는 마음 중에서 애(愛)의 마음을 취하고, 임금을 섬길 때는 아버지를 섬기는 마음 중에서 경(敬)의 마음을 취한다. 그러니까 애(愛)와 경(敎)을 겸비한 마음은 아버지를 섬기는 마음이다. 子曰: “資於事父以事母, 其愛同; 資於事父以事君, 其敬同. 故母取其愛, 而君取其敬, 兼之者父也. 그러므로 애와 경을 겸비한 효(孝)의 마음으로써 임금을 섬기면 충(忠)【마음속[中心]에서 우러나오는 진실】할 수밖에 없고, 제(弟)【아랫 사람의 공손함】로써 어른을 섬기면 순(順: 순종)할 수밖에 없다. 충순을 잃지 않고 윗사람을 섬기는 선비는 작록을 보전할 수 있고, 제사를 지킬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사(士)의 효이다. 『시』의 소아(小雅) 「소완」 노래에 다음과 같은 시구가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고 밤늦게 자며, 너를 낳아주신 부모를 욕되게 하지 마라.’” 故以孝事君則忠, 以弟事長則順. 忠順不失, 以事其上, 然後能保其爵祿, 而守其祭祀. 蓋士之孝也. 『詩』云: ‘夙興夜寐, 亡忝爾所生.’” |
「사장」 역시 매우 중요한 장인데 해석이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그 의미를 깊게 생각하지 않고 쉽게 해석하고 마는 오류를 범한다. 이미 「천자장」에서 효를 ‘애친(愛親)’과 ‘경친(敬親)’으로 규정했다. 그러므로 애(愛)와 경(敬)은 효의 두 측면으로서 천자로부터 사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서민에 이르기까지 전 인간을 관통하고 있는 보편적 덕목이다. 애와 경을 근간으로 깔고, 각 신분에 맞는 효의 요청을 하고 있는 것이 『효경』의 구조이다.
아버지[父] | |
가정 | 사회 |
엄마[母] | 임금[君] |
애(愛) | 경(敬) |
효(孝) |
효에는 애와 경의 두 측면이 있다. 그런데 애는 여성적이고 경은 남성적이다. 애는 감정의 거리가 없고 경은 감정의 거리가 있어야 한다. 애는 가정 내의 허물없는 분위기에서 성립하는 것이요 경은 가정 밖의 사회적 분위기에서 성립하는 것이다. 애는 감정적이라면 경은 이성적인 측면이 강하다. 그런데 이 애와 경의 두 측면을 종합한 것이 아버지라는 권위체이다. 아버지의 권위는 이 두 측면을 포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아버지와의 관계설정을 온전히 할 때 비로소 온전한 인간이 되는 것이다. 프로이드, 라캉은 이러한 문제를 외디푸스 컴플렉스의 극복이라는 상징적 테제로서 설명했다.
이 「사장」에서 중요한 것은 사군(事君)이 본(本)이 아니고 사부(事父)가 본이라는 것이다. 사부의 마음으로 사군하는 것이지, 사군의 마음으로 사부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사군은 철저히 사부에 종속된다.
말(末) | 사군(事君) | 말(末) | 사부(事父) | |
O↑ | X↑ | |||
본(本) | 사부(事父) | 본(本) | 사군(事君) |
따라서 본장에서 말하는 ‘충(忠)’은 어디까지나 아버지를 섬기는 마음처럼 우러나오는 진심을 말하는 것이지, 그러한 감정의 배경이 없는 무조건적 복종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시경』의 「소완」은 어려움이 많은 사회의 서글픈 현실에 직면한 작가가 일반서민들에게 인내하면서 부지런히 노력할 것을 권면하는 노래이다. ‘첨(忝)’은 ‘욕보이다[辱]’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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