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대가임을 드러낸 이규보의 두 편의 시
李相國奎報, 號白雲居士, 世傳其母夢奎星而生.
嘗遇謗而有詩曰: ‘爲避人間謗議騰, 杜門高臥髮鬅鬙. 初如蕩蕩懷春女, 漸作廖廖結夏僧. 兒戱牽衣聊足樂, 客來敲戶不須應. 窮通榮辱皆天賦, 斥鴳何曾羨大鵬.’ 詞極婉轉.
「詠鸚鵡」詩曰: ‘衿披藍綠觜丹砂, 都爲能言見罻羅. 嬌姹小兒圓舌澁, 玲瓏處女惠容多. 慣聞人語傳聲巧, 新學宮詞噵字訛. 牢鎖玉籠無計出, 隴山歸夢漸蹉跎.’
公詩素稱大家, 而巧妙亦如此, 可謂大則須彌, 小則芥子.
해석
李相國奎報, 號白雲居士, 世傳其母夢奎星而生.
상국(相國相國) 이규보의 호는 백운거사(白雲居士)로 어머니께서 규성(奎星)【이십팔수(二十八宿)에 들어 있는 두 별 규수(奎宿)와 벽수(壁宿)의 이름이다. 규는 서쪽 백호 칠수(白虎七宿)의 첫째 별이고 벽은 북쪽 현무칠수(玄武七宿)의 마지막 별이다. 규성(奎星)은 문장(文章)을 주관하고, 벽성(壁星)은 문서(文書)를 주관한다고 한다】을 꿈꾸고 낳았다고 세상에 전한다.
嘗遇謗而有詩曰: ‘爲避人間謗議騰, 杜門高臥髮鬅鬙. 初如蕩蕩懷春女, 漸作廖廖結夏僧. 兒戱牽衣聊足樂, 客來敲戶不須應. 窮通榮辱皆天賦, 斥鴳何曾羨大鵬.’
일찍이 비방을 당하자 시를 지었으니 다음과 같다.
爲避人間謗議騰 | 인간세상의 비난하는 의론을 피하려 |
杜門高卧髮鬅鬙 | 문 닫아 걸고 높은 베개에 누우니 머리는 봉두난발. |
初如蕩蕩懷春女 | 처음엔 넉넉하게 춘심(春心)을 품은 처녀 같았지만 |
漸作寥寥結夏僧 | 점점 쓸쓸하게 하안거(夏安居)하는 스님 같더라. |
兒戱牽衣聊足樂 | 아이가 장난스레 옷깃을 잡아당기지만 하릴없이 즐겁기만 하고 |
客來敲戶不須應 | 손님이 와서 문 두드리지만 응답할 필욘 없지. |
窮通榮辱皆天賦 | 궁함과 형통함, 영예와 욕됨은 모두 하늘이 주는 것이니 |
斥鷃何曾羨大鵬 | 메추라기가 무에 일찍이 큰 봉 부러워할 게 있겠나? |
詞極婉轉.
말이 매우 부드럽고도 뒤바뀐다.
「詠鸚鵡」詩曰: ‘衿披藍綠觜丹砂, 都爲能言見罻羅. 嬌姹小兒圓舌澁, 玲瓏處女惠容多. 慣聞人語傳聲巧, 新學宮詞噵字訛. 牢鎖玉籠無計出, 隴山歸夢漸蹉跎.’
「영앵무(詠鸚鵡)」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衿披藍綠觜丹砂 | 깃털은 남록색을 입었고 부리는 붉은 색인데 |
都爲能言見罻羅 | 죄다 말할 수 있기에 그물질 당했네. |
嬌姹小兒圓舌澁 | 아리따운 소녀의 원활한 혀가 떫은 듯. |
玲瓏處女慧容多 | 반듯한 처녀의 지혜로운 용모가 짙은 듯. |
慣聞人語傳聲巧 | 인간의 말을 익숙히 듣고서 소리 전하기 교묘하고 |
新學宮詞噵字訛 | 궁궐의 말을 새로 배웠지만 글자 전하는 건 왜곡됐지. |
牢鎖玉籠無計出 | 옥 같은 새장에 갇혀 나갈 계책도 없으니 |
隴山歸夢漸蹉跎 | 언덕과 산에 돌아갈 꿈은 점차 어그러지네. |
公詩素稱大家, 而巧妙亦如此, 可謂大則須彌, 小則芥子.
공의 시는 본래 대가라 일컬어지고 교묘하기가 또한 이와 같으니 크게는 수미산【수미산(須彌山): 불교의 전설 속에 나오는 서역에 있다고 하는 산으로, 수미산은 수미루(須彌樓)ㆍ소미로(蘇迷盧)라고도 하는데, 4주 세계의 중앙, 금륜(金輪) 위에 우뚝 솟은 높은 산이다. 주위에 7산(山) 8해(海)가 있고 또 그 밖은 철위산이 둘러 있어 물속에 잠긴 것이 8만 유순 물 위에 드러난 것이 8만 유순이며 꼭대기는 제석천, 중턱은 4천왕이 사는 곳이라 한다. 이 산으로 들어가면 밤이 되고 나오면 낮이 된다고 한다.】이고 작게는 겨자씨라 할 만하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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