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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 찾아온 유학자들, 이황과 이이 - 이황과 이이의 후배들, 인간과 동물의 본성은 같지 않다 본문

고전/대학&학기&중용

강의실에 찾아온 유학자들, 이황과 이이 - 이황과 이이의 후배들, 인간과 동물의 본성은 같지 않다

건방진방랑자 2022. 3. 7.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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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황과 이이의 후배들, 인간과 동물의 본성은 같지 않다

 

 

그러나 이간의 낙론(洛論)과는 달리, 한원진을 대표로 하는 호론(湖論) 계열 학자들은 개별자의 문제에 대해서 경험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호론을 주장하는 유학자들은 인간과 동물의 본성이 같다고 보는 주장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었던 것이지요. 한원진이 왜 이간의 의견에 반대하는지, 그의 말을 경청해보도록 하지요.

 

 

(인의예지신이라는) 오상은 오행 중 빼어난 기()의 이()입니다. 반드시 빼어난 기를 얻은 뒤에야 그 이를 비로소 오상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만약 빼어난 기를 얻지 못하면, 비록 이가 있다 해도 오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은 오행의 빼어난 기를 모두 얻었으므로 오상의 덕을 모두 갖추었으나, 동물은 혹여 하나의 빼어난 기를 얻을 수는 있어도 오행의 빼어난 기를 다 얻지는 못합니다. 그러므로 호랑이나 이리의 인()이나, 벌이나 개미의 의() 같은 것은 다섯 가지 덕 가운데 겨우 하나의 밝은 덕만을 가진 것이니, 그 나머지의 덕은 가질 수가 없습니다. 남당집(南塘集)(10) 답이공거임신팔월(答李公擧壬辰八月)

五行秀氣之理也 必得其秀氣然後 其理方謂之五常 如不得秀氣 則雖未甞無其理 亦不可謂五常也 人則盡得五行之秀 故五常之德無不備 物則或得一氣之秀 而不能盡得其秀 故虎狼之仁 蜂蟻之義之類 僅存其一德之明 而其餘德則不能有也

오행수기지리야 필득기수기연후 기리방위지오상 여부득수기 즉수미상무기리 역불가위오상야 인즉진득오행지수 고오상지덕무불비 물즉혹득일기지수 이불능진득기수 고호랑지인 봉의지의지류 근존기일덕지명 이기여덕즉불능유야

 

 

한원진의 주장에서 눈에 띄는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한원진이 이간에 비해 기()의 개별화 작용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지요. 다시 말해, 그는 이()라는 동일성의 차원보다는 기()라는 차이성의 원리에 더 주목했습니다. 이것은 경험 세계의 다양성에 대한 관찰로부터 가능했던 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인지 월인천강(月印千江)의 비유는 더 이상 한원진의 논의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게 됩니다. 이 점은 조선 유학이 주희의 형이상학적 구조에서 조금씩 이탈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요?

 

아쉬운 점은, 호론을 주장하는 유학자들이 주희의 근본적 도식 자체를 극복해 새로운 유학을 만들려는 시도를 하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당시 이미 일본은 이토 진사이오규 소라이 같은 고학파학자들이 등장해 신유학(新儒學, Neo-confucianism) 사유를 넘어서려는 상황이었지요. 그러나 조선의 신유학 내부의 이런 분열상이야말로 새로운 유학의 사유가 등장하게 될 토양이 되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제, 조선의 신유학은 정약용이라는 대가급 유학 사상가가 등장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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