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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맹자한글역주, 진심장구 하 - 14. 임금이 가장 하찮다 본문

고전/맹자

맹자한글역주, 진심장구 하 - 14. 임금이 가장 하찮다

건방진방랑자 2023. 1. 1.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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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임금이 가장 하찮다

 

 

7b-14.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이 가장 귀한 것이요, 그 다 음으로 중요한 것이 사직(社稷)4a-3, 7a-19에 기출, ‘()’는 토지의 하느님이고 ()’은 곡물의 하느님이다. 한 나라를 건국한다는 것은 사직을 세우는 것을 의미한다. 사직에 제사를 지내는 사람이 없어지는 시점을 한 나라가 멸망했다고 일컫는다의 하느님이다. ()沃案: 여기 전체적 맥락으로 보면 ()’은 제후국의 군주를 의미한은 가장 무게가 없는 가벼운 존재이다.
7b-14. 孟子曰: “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
 
그러므로 뭇 백성 구민(丘民)沃案: 주희는 구민(丘民)’전야지민(田野之民)’으로서 지극히 미천한 존재라고 말했는데 전체맥락을 파악하지 못한 멘트일 뿐이다. 왕념손(王念孫)()’()’의 뜻이 있다고 했는데, 구민(丘民)은 중민(衆民)으로 해석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맨앞에 나오는 ()’과 여기 구민()’은 모두 군에 예속되는 정치단위로서의 민의 개념이 아니라, 그러한 나라라는 개념을 초월하는 천하의 근거, 그 보편적 기저를 형성한다는 것을 꼭 인식해야 한다. 이것이 맹자사상의 특색이다. 여기 ()’천자(天子)’와 결부되어 있는 개념이며 ()’에게 예속되는 개념이 아니다의 마음을 얻는 자가 전자 되는 것이요, 천자의 신임을 얻는 자가 제후가 되는 것이요, 제후의 신임을 얻는 자가 대부가 되는 것이다沃案: 제후(諸侯)와 대부(大夫)는 봉토를 얻는다. 그 이하는 봉토가 없다. 그리고 제후와 대부의 권력이 민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상위의 권력의 신임을 받아 성립하는 것이라는 정치적 하이어라키(hierarchy, 위계질서)가 전제되어 있다는 것도 맥락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是故得乎丘民而爲天子, 得乎天子爲諸侯, 得乎諸侯爲大夫.
 
그러므로 제후가 무도하여 그 국가 사직을 위태롭게 만든다면, 그 제후는 갈아치워야 한다. 제후는 상위권력에 의하여 신임받는 존재이므로 논리적으로 얼마든지 그 상위권력에 의하여 갈아치워질 수 있다변치(變置)’라는 의미는 분명 적당한 타협이 아니라 AB로 갈아치우는 것이다. 그리고 또한 사직 제사지내는데 쓰는 희생(犧牲)을 살찌우게 하고, 제기에 담는 자성(粢盛)沃案: ‘희생(犧牲)’은 소와 양, ‘자성(粢盛)’()’는 서(, 찰기장)와 직(, 메기장), 그리고 ()’은 제기그릇에 담은 여타 다양한 공물이다. 3b-3, 3b-5를 참조도 정결하게 하고, 또한 제사도 때에 맞추어 거르지 아니 하고 정성을 다했는데도, 한발(旱魃)이나 수해가 계속된다면 그 사직의 하느님을 갈아치워야 한다. 그러나 민()은 갈아치울 수가 없는 것이다.”
諸侯危社稷, 則變置. 犠牲旣成, 粢盛旣潔, 祭祀以時, 然而旱乾水溢, 則變置社稷.”

 

아마도 맹자라는 문헌에서 일반인의 머릿속에 인용빈도가 가장 높은 장을 꼽으라고 한다면 몇 개 안 되는 장 속에 이 장은 꼭 들어간다. 이 맹자의 로기온자료는 너무도 래디칼한 사상으로 인식되었고, 역대 군주들에 의하여 맹자라는 서물이 탄압을 받게 되는 결정적 이유가 되었다. 이 장의 언어 때문에 맹자의 생각을 중민사상(重民思想)’이니 귀민사상(貴民思想)’이니 하는 말로 부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 장을 자세히 뜯어보면, 이미 본문 옥안(沃案) 속에서 좀 세밀하게 밝혔듯이 매우 치밀한 논리적 결구가 있으며 그것은 결코 시대를 초월하여 어떤 권력자에게든지 적용되는 추상적 의미가 아니라, 매우 구체적인 전국시대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그가 주장하는 왕도론의 다른 형태일 뿐이며 그다지 래디칼한 언급도 아니다.

 

우선 ()’은 주대 봉건체제를 전제로 한 제후국의 군주개념일 뿐이 며, 그를 갈아치우는 것도 민중의 혁명에 의한 것이 아니라 천자의 신임의 변경에 의한 것이다. 물론 민이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는 있을 것이다. 이 장에서 가장 래디칼한 대목은 군위경(君爲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천자의 개념에 있다. 천자는 왕도론의 왕이 되어야 하며 그것은 이미 권위적 존재로서 하늘로부터 떨어진 것이 아니라, 반드시 민중에 의하여 새롭게 옹립되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미 전국시대의 기존질서를 인정하는 입장이 아니다. 사실 ()’이라는 개념은 말년 맹자의 안목에서는 그리 중요한 존재가 아니었다. ()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   ()    
       
    천자(天子) 득호구민(得乎丘民)  
           
    사직(社稷) ()  
           
    ()
()
대부(大夫)
           
    () ()  

 

사실 본 장의 사상 중에서 가장 래디칼한 대목은 맹자의 신관ㆍ종교관이다. 맹자는 종교란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의 관계이지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종의 유대민족이 말하는 계약(diathekē)’ 개념 비슷한 것이 있다. 그러나 유대민족의 계약은 야훼가 이스라엘백성의 소원을 듣지 않을 경우, 야훼를 갈아치울 수 있는 조건이 계약 속에 들어가 있질 않다. 그러나 맹자에게는 하느님은 항상 갈아치울 수 있는 존재다.

 

여기 변치사직(變置社稷)’이라는 말을 놓고 주석가들의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우선 조기는 변치사직(變置社稷)’사직을 부숴버리고 다시 세운다[毁社稷而更置也].’라고 했고 주희도 그 제단을 부숴버리고 다시 세운다[毁其壇壝而更置之].’라고 했다. 이것은 유대민족으로 친다면 지성소에 있는 성궤(ark)나 황금제단이나 황금촛대(golden menorah)를 부순다는 이야기이니 참으로 상상키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이 변치를 놓고 이설이 있다: 1) 사직의 하느님을 갈아버린다. 2) 장소를 변경한다. 3) 한 번 부숴버리고 다음 해에 다시 세운다.

 

그러나 문장의 전체적 흐름으로 보면 앞의 제후를 갈아치운다는 의미 로 쓰인 변치(變置)’와 동일한 표현을 쓰고 있으므로 역시 변치는 하느님을 갈아치운다는 것이다.

 

한 나라의 정치가 잘못되었을 때 한 나라의 종교가 잘못되었을 때
변치제후(變置諸侯):
그 군주를 갈아치운다
변치사직(變置社稷):
그 하느님을 갈아치운다

 

 

사실 우리 조선민족만 해도 여호와(야훼) 하나님을 조선 말기부터 새 롭게 믿은 것이 아니라 기존에 믿던 하나님을 유대식 하나님으로 갈아치운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요즈음처럼 기독교가 우리민족에게 폐해를 가져다 준다면 우리는 당연히 기독교를 갈아치워야 한다. 기독교가 믿는 성서도 갈아치워야 하고, 하나님도 갈아치워야 한다. 이것이 맹자의 사상이다. 군주도 갈아치울 수 있고 하느님도 갈아치울 수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갈아치울 수 없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이라는 개념이다. 그리고 이 ()’이야말로 항상 새롭게 ()’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주희는 군위경(君爲輕)’이라는 말이 너무 공포스럽기 때문에 맹자혹문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로 말한다면 민()이 귀()하고, 명분으로 말한다면 군()이 귀()하다. 민과 군은 겸행(兼行)하여도 결코 서로 어긋나지 않는다. 시대의 상황에 따라 그 경중의 소재를 살펴야 할 따름이다[以理言之, 則民貴; 以分言之, 則君貴. 此固兼行而不悖也. 各於其時視其輕重之所在而已爾].’ 주희는 근원적으로 맹자를 이해하지 못했다. 송나라의 사대부의 의식구조 속에서 민()과 군()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최고 통치자
()
갈아치울 수 있다
가변치(可變置)
근간이 되는 종교
사직(社稷)의 하느님
갈아치울 수 있다
가변치(可變置)
밑바닥의 민중
()
갈아치울 수 없다
불가변치(不可變置)

<한 나라의 질서>

 

본 장의 대의는 본문에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맥락적으로 민()은 불가변치(不可變置)라는 이 한마디에 있다는 항상 기억해야 한다. 맹자의 궁극적 관심은 군()이나 천자(天子)나 하느님[社稷]이 아니라 민()이라는 것, 이 한 사실을 오늘 민주사회의 지도자들이 깨달아주기를 나 도올은 열망하는 것이다.

 

이 로기온은 확실하게 은퇴 후의 말년자료에 속한다.

 

 

 

 

인용

목차 / 맹자

전문 / 본문

중용 강의

논어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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