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백이와 유하혜는 성인
7b-15.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성인이라는 것은 백세(百世)【1세 를 30년 잡으면 3,000년, 20년 잡으면 2,000년, 맹자의 시대로부터 오늘의 시대까지를 대강 100세라 말해도 된다. 그러므로 맹자의 논의는 리얼하다】라도 끊임없이 사람들을 일깨워주시는 큰 스승님이시니, 백이와 유하혜(柳下惠)【2a-9, 5b-1 참고】가 그런 분이시다. 孟子曰: “聖人, 百世之師也, 伯夷ㆍ柳下惠是也. 그러므로 백이의 풍도를 듣는 자는 완악(頑惡)한 사람도 염결(廉潔)해지고, 겁약(怯弱)한 사람도 불굴의 의지를 세우게 되었다【이상의 표현은 5b-1에도 나온다】. 유하혜의 풍도를 듣는 자는 박정(薄情)한 사람도 돈후(敦厚)해지고, 도량이 좁은 인간도 관대(寬大)해진다. 故聞伯夷之風者, 頑夫廉, 懦夫有立志; 聞柳下惠之風者, 薄夫敦, 鄙夫寬. 이 두 사람은 지금으로부터 백세 이전에 감분(感奮)하여 흥기(興起)한 인물들인데 백 세후의 사람들이 흥기 아니 되는 자가 없는 이러한 상황이란, 과연 성인(聖人)이 아니고서 누가 이렇게 할 수가 있겠는가?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백세 후인 오늘날에도 이런 영향이 있는데, 당시 직접 교화를 받고 훈도된 사람들은 어떠했겠는가?” 奮乎百世之上. 百世之下, 聞者莫不興起也. 非聖人而能若是乎, 而況於親炙之者乎?” |
인생에 있어서 큰 스승을 직접 만난다는 것보다 큰 행운은 없다. 『역(易)』에 끊임없이 ‘이견대인(利見大人)’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도 비슷한 의미맥락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나의 인생에 영향을 준 큰 스승들을 많이 만났다. 환경이 좋았던 탓도 있고, 운이 좋았던 탓도 있고, 내 스스로 그러한 운을 개척한 탓도 있다. 돌이켜보면 내 주변에 나만큼 학문의 대가들을 많이 직접 접한 사례도 흔치 않은 것 같다. 이상은(李相殷), 김충렬(金忠烈), 황 똥메이(方東美), 츠언 꾸잉(陳鼓應), 우 이(吳怡), 오노자와 세이이찌(小野精一), 후쿠나가 미쯔지(福永光司), 야마노이 유우(山井湧), 토가와 요시오(戶川芳郞), 뚜 웨이밍(杜維明), 벤자민 슈왈쯔(Benjamin I. Schwartz) 등등, 이외에도 헤아릴 수 없는 위대한 선생님들과 학우들의 자극과 격려가 있었다. 그것도 다 30세 이전의 만남이었다.
여기 성인을 종교적 교시의 영감으로서 말하지 않고 단순한 ‘스승’ 즉 ‘교육자(educator)’로서 말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동방인에 게는 ‘예수’도 ‘스승(Teacher)’ 이상의 의미를 지녀서는 아니 된다. 인간의 ‘구원(Salvation)’이란 ‘성인의 교육’ 이상의 구원이란 없다.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이상호군이 어린 두 아들이 그토록 나를 한번 만나기를 원한다고, 잠깐만 인사드릴 수 있겠냐고 연락이 왔다. 이군 부부의 지속적인 간곡한 부탁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 만난 사람들의 훈도가 내 평생 떠나지 않는 것을 생각했다. 그리고 두 아들에게 매화ㆍ수묵산수 그림과 함께 『맹자』의 아름다운 구절을 써서 하나씩 서화 작품을 만들어주었다. 책상 앞에 걸어놓고 맹자 말씀을 끊임없이 반추하며 대장부(大丈夫)의 길을 걸어가라고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이 장의 논지는 2a-9, 5b-1과 같이 참고할 것.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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