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권필 (19)
건빵이랑 놀자

자범 이시해와 자화 이시매와 백고 권항의 세 수재에게 주며 증이자범시해 이자화시매 권백고항 삼수재(贈李子範時楷 李子和時楳 權伯高伉 三秀才) 이안눌(李安訥) 體素齋李實之, 初擢第, 直拜檢閱, 終于宗簿寺僉正. 石洲權汝章, 曾爲童蒙敎官, 今贈司憲府持平, 兩君年皆止四十有四. 子範昆季, 乃體素之子; 伯高, 乃石洲之子也. 藝文檢閱李僉正 司憲持平權敎官 天下奇才止於此 人間行路何其難 陽春白雪爲誰唱 流水高山不復彈 皓首今逢兩家子 一樽江海秋雲寒 『東岳先生集』 卷之十八 해석 體素齋李實之, 初擢第, 直拜檢閱, 체소재 이실지는 처음에 급제해서 곧 검열에 제수되었다가 終于宗簿寺僉正. 종부시 첨정으로 마쳤다. 石洲權汝章, 曾爲童蒙敎官, 석주 권여장은 일찍이 동몽교관이 되었다가 今贈司憲府持平, 이제 사헌부 지평으로 추증되었으니 兩君年皆..
선연동에서선연동(嬋娟洞) 권필(權韠) 年年春色到荒墳 花似新粧草似裙無限芳魂飛不散 至今爲雨更爲雲 『石洲集』 卷之七 해석年年春色到荒墳년년춘색도황분해마다 봄빛이 황량한 무덤에 찾아오면,花似新粧草似裙화사신장초사군꽃은 남은 화장인 듯, 풀은 치마인 듯.無限芳魂飛不散무한방혼비불산무한한 꽃다운 넋들이 흩어지지 않아서至今爲雨更爲雲지금위우갱위운다만 지금은 비가 되었다가 다시 구름이 되었다가【『소화시평』에선 ‘新→殘, 至→秪’로 되어 있다.】. 『石洲集』 卷之七 인용작가 이력 및 작품소화시평 권하17감상하기

해직된 후에 짓다 해직후제(解職後題) 권필(權韠) 平生樗散鬢如絲 薄官凄涼未救飢 爲問醉遭官長罵 何如歸赴野人期 摧開臘甕嘗新醞 更向晴簷閱舊詩 謝遣諸生深閉戶 病中唯有睡相宜 『石洲集』 卷之四 해석 平生樗散鬢如絲 평생저산빈여사 평생 쓸모없이 버려졌는데【저산(樗散): 저력산목(樗櫟散木)의 약칭으로, 가죽나무와 상수리나무는 재목이 될 수 없는 쓸모없는 나무라는 뜻인데, 전하여 재능이 부족한 사람에 비유한다. 『莊子』「逍遙遊」ㆍ「人間世」】 귀밑머리마저 새었고 薄官凄涼未救飢 박관처량미구기 말단 관직으로 처량해서 굶주림도 못 면하니. 爲問醉遭官長罵 위문취조관장매 묻겠노라. 취한 채 상관의 욕을 먹는 것이 何如歸赴野人期 하여귀부야인기 어찌 야인으로 되돌아가길 기약하는 것만 같을까. 摧開臘甕嘗新醞 최개납옹상신온 재촉해 섣달 항..
해직 당한 후 써나간 천연스러움이 가득한 권필의 시 『소화시평』 권하 36번에서는 홍만종이 생각하는 문학론을 볼 수 있고 권상 97번의 후기에서 당시(唐詩)와 강서시(江西詩)를 이야기하면서 다룬 창작관까지 볼 수 있다. 홍만종은 아주 파격적인 선포를 하면서 글을 열어젖히고 있다. ‘시는 하늘로부터 얻은 게 아니면 시라고 말할 수 없다[詩非天得, 不可謂之詩].’라는 서두가 그것인데, 너무도 확고하고 너무도 분명한 어조라 감히 다른 말을 섞어선 안 될 것 같은 느낌마저 감돈다. 이건 문학론으로 한정되어 말한 발언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지금도 흔히 사상 점검을 할 때 “‘김일성이 싫어요’, ‘북한은 인권 후진국’이라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걸 말하지 못하면 ‘빨갱이’다.”라는 말과 매우 비슷한 구조를 ..
36. 선천적으로 시적 재능을 타고난 권필 詩非天得, 不可謂之詩. 無得於天者, 則雖劌目鉥心, 終身觚墨, 而所就不過咸通諸子之優孟爾. 譬如剪彩爲花, 非不燁然, 而不可與語生色也. 余觀石洲詩格, 和平淡雅, 意者其得於天者耶. 其「解職後」詩曰: “平生樗散鬂如絲, 薄宦悽凉未救飢. 爲問醉遭官長罵, 如何歸赴野人期. 催開臘瓮嘗新醞, 更向晴窓閱舊詩. 謝遣諸生深閉戶, 病中惟有睡相宜.” 辭意極其天然, 無讓正唐諸人. 해석 詩非天得, 不可謂之詩. 시는 하늘로부터 얻은 게 아니면 시라고 말할 수 없다. 無得於天者, 則雖劌目鉥心, 終身觚墨, 하늘로부터 얻은 게 없다면, 비록 치열하게 종신토록 창작【귀목술심(劌目鉥心): 맹교(孟郊)가 시를 지을 때 “눈동자를 파고 심장을 바늘로 찌르듯이 하며, 칼날로 얽힌 실을 푸는 것 같이 한다[劌目..
22 석주와 오산, 누가 누가 한시 잘 쓰나? 權石洲與車五山, 共次僧軸韻, 到風字, 石洲先題曰: “鶴邊松老千秋月, 鰲背雲開萬里風.” 自詫其豪警. 五山次之曰: “穿雲洗鉢金剛水, 冒雨乾衣智異風” 其壯健過之 해석 權石洲與車五山, 共次僧軸韻, 석주 권필과 오산 차천로는 함께 스님의 시축에 운자를 따라 시를 짓다가 到風字, 石洲先題曰: “鶴邊松老千秋月, 鰲背雲開萬里風.” 풍(風)이란 운자에 이르러 석주가 먼저 지었으니 다음과 같다. 鶴邊松老千秋月 학 곁의 소나무는 천년 세월 달빛 속에 묵어가고, 鰲背雲開萬里風 자라 등의 구름은 만 리의 바람에 열리네. 自詫其豪警. 스스로 호탕하고 놀랄 만함을 자랑했다. 五山次之曰: “穿雲洗鉢金剛水, 冒雨乾衣智異風” 오산이 다음으로 지었다. 穿雲洗鉢金剛水 구름을 뚫어 금강산 물에 ..
17. 기녀들의 무덤, 선연동 嬋姸洞, 在箕城七星門外, 卽葬妓之處也. 有若唐之宮人斜, 騷人過此者, 必有詩. 坡潭尹繼先詩曰: “佳期何處又黃昏, 荊棘蕭蕭擁墓門. 恨入碧苔纏玉骨, 夢來朱閣對金樽. 花殘夜雨香無迹, 露濕春蕪淚有痕. 誰識洛陽遊俠客, 半山斜日弔芳魂.” 權石洲亦有一絶曰: “年年春色到荒墳, 花似殘粧草似裙. 無限芳魂飛不散, 秪今爲雨更爲雲.” 尹詩雖不及石洲, 而音韻亦覺瀏瀏. 但夢字未妥. ---- 余按『小華詩評』, “尹詩不及石洲”云者, 蓋以石洲優入化境, 坡潭詩特輕俊耳. - 金漸, 『西京詩話』 해석 嬋姸洞, 在箕城七星門外, 선연동은 기성(평양) 칠성문(을밀대) 밖에 있으니 卽葬妓之處也. 곧 기녀들을 장례지내는 곳이다. 有若唐之宮人斜, 당나라의 궁인야【궁인야(宮人斜): 고대 궁인들의 묘지[古代宮人的墓地]】와 비슷..
도를 깨친 사람의 모습을 보여준 성혼의 시 一區耕鑿水雲中 물가 구름 속의 한 구역에 밭 갈고 우물 파느라, 萬事無心白髮翁 만사에 무심한 백발의 늙은이라네. 睡起數聲山鳥語 두어마디 산새소리에 잠을 깨서는 杖藜徐步繞花叢 명아주 지팡이로 천천히 걸으며 수풀 맴돈다네. 『소화시평』 권상 99번에 첫 번째로 소개된 우계 성혼의 시는 저절로 「격양가(擊壤歌)」가 생각나며 달관한 사람의 면모가 가득 보인다. 세상을 달관한다는 게 무관심해진다는 뜻만은 아닐 것이다. 그저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다른 욕망에 자신을 내맡기지 않는 절대정신 같은 것일 거다. 그러니 겉에서 보면 만사에 무심한 노인 같지만, 그는 자연의 흐름을 온몸에 받아들여 새가 지저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어제와는 달리 오늘 새로 피어난 수풀의 이름 모를..
권벽과 권필의 한시 중 어느 게 더 좋나? 『소화시평』 권상 92에서 이안눌은 권벽과 권필 부자와 가까웠기 때문에 그들의 시를 놓고 비교를 한다. 우선 비교를 하려면 같은 느낌으로 쓰여진 시를 선별해야 한다. 두 사람의 상황은 달랐고 시적 재능도 완전히 달랐으니, 다른 작품을 놓고선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안눌은 ‘중국 사신을 전별하는 시’가 두 사람 모두에게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이 쓴 사신 전별시를 골랐고 그걸 통해 우열을 가리기로 했다. 一曲驪駒正咽聲 한 곡조의 이별곡은 바로 오열하는 소리 朔雲晴雪滿前程 변방의 구름과 쌓인 눈이 앞길에 가득하구나. 不知後會期何地 훗날 기약 어디일지 알지 못하니, 只是相思隔此生 그저 그리움만 지닌 채 이 생은 떨어져 있으리. 梅發京華春信早 매화 피어 서울에..
권필과의 추억과 그의 친구 이안눌 『소화시평』 권상 92에 나오는 권필은 나와 묘한 인연이 있다. 나는 2007학년도 임용고시부터 시험을 봤었다. 그 당시 목표는 ‘졸업과 동시에 임용합격’이란 꿈을 꾸고 있던 때라 그 전 해에 실시된 임용 기출문제를 공부하던 중이었다. 14번 문제를 보는데 아무리 봐도 괄호 안에 어떤 말을 써넣어야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는 거다. 이 문제를 풀면서 ‘임용고사가 정말 어렵긴 어렵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긴 그 해에 광주에선 과락(32점)만 넘으면 합격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래서 한문교과만 6명을 뽑는 시험에서 5명만 합격하는 사태가 발생했으니 말이다. 그건 그만큼 문제의 난이도가 어려웠다는 걸 반증한다고 할 수 있다. 괄호 안에 들어갈 정답은 바로 ‘궁류..
92. 동악이 평가한 습재와 석주의 시 有以習齋·石洲文章優劣, 問東岳, 東岳曰: “二人俱有贈華使詩, 習齋詩: ‘一曲驪駒正咽聲, 朔雲晴雪滿前程. 不知後會期何地, 只是相思隔此生. 梅發京華春信早, 氷消江浙暮潮平. 歸心自切君親戀, 肯顧東人惜別情.’ 石洲詩: ‘江頭細柳綠烟絲, 暫住蘭橈折一枝. 別語在心徒脈脈, 離盃到手故遲遲. 死前只是相思日, 送後那堪獨去時. 莫道音容便長隔, 百年還有夢中期.’ 習齋詩沈重, 石洲詩浮弱, 可於此兩詩論定.”云. 해석 有以習齋·石洲文章優劣, 問東岳, 東岳曰: 습재 권벽과 석주 권필 문장의 우열에 대해 동악 이안눌에게 물으니, 이안눌이 대답했다. “二人俱有贈華使詩, “두 사람이 모두 중국 사신에게 준 시가 있는데, 習齋詩: ‘一曲驪駒正咽聲, 朔雲晴雪滿前程. 不知後會期何地, 只是相思隔此生. 梅發..
위경천전(偉敬天傳) 권필(權韠) 大明萬曆間, 有韋生者, 金陵人, 名岳, 字敬天, 古唐賢韋應物之後也. 性質聰明, 才華羨秀, 年至十五而成文章, 詩韻效蘇州, 淸逸過之. 擅名當世, 人無依迹. 壬辰, 與張生偶共過長沙之北, 時正暮春, 景物芳華, 張生忽起彈冠曰. “踏靑佳辰三月, 吾儕今在逆旅中, 已不及蘭亭之會, 而佳麗江南, 地勝人和, 靑帘紅杏, 滿家春風, 杖頭金錢, 可買一日歡也. 況名山引興, 天假良辰, 今不可見岳州形勝乎!” 韋生曰: “知我者子也.” 郎與張生, 直抵岳陽城下, 日已昏黑矣. 是夕, 借宿於漁人之舍, 翌日早朝, 急扣江村, 艅酒俱船, 遊於洞庭南. 是日也, 風淸景明, 波文不動, 水碧天淸, 上下一色, 江邊畵屋, 遠近參差, 縹緲笙歌, 皆如鶴上仙也. 韋生岸巾登舟, 長吟兩絶, 其詩曰 “桂棹蘭槳溯碧流, 岳陽城北暫回頭 春風十..
주생전(周生傳) 권필(權韠) 周生, 名繪, 字直卿, 號梅川. 世居錢塘, 父爲蜀州別駕, 仍家于蜀. 生少時, 聰銳能詩, 年十八爲太學生, 爲儕輩所推仰, 生亦自負不淺. 在太學數年, 連擧不第. 乃喟然嘆曰: “人生世間, 如微塵棲弱草耳. 胡乃爲名韁所係, 汨汨塵土中, 以送吾生乎?” 自是, 遂絶意科擧之業. 倒篋中有錢百千, 以其半買舟, 來往江湖, 以其半市雜貨, 取嬴以自給, 朝吳暮楚, 維意所適. 一日, 繫舟岳陽城外, 訪所善羅生. 羅生, 亦俊逸士也. 見生甚喜, 買酒相歡. 生不覺沈醉, 比及還舟, 則日已昏黑. 俄而月上, 生放舟中流, 倚棹困睡, 舟自爲風力所送, 其往如箭. 及覺, 則鍾鳴煙寺, 而月在西矣. 但見兩岸, 碧樹葱朧, 曉色蒼芒, 樹陰中時有紗籠銀燭隱映於朱欄翠箔間, 問之, 乃錢塘也. 口占一絶曰: 岳陽城外倚蘭槳, 一夜風吹入醉鄕. ..
석주 권필을 곡하며곡석주(哭石洲) 이안눌(李安訥) 不恨吾生晩 只恨吾有耳불한오생만 지한오유이萬山風雨時 聞着詩翁死만산풍우시 문착시옹사 不恨吾生晩 只恨吾有眼불한오생만 지한오유안無復見斯人 危途涕空潸무부견사인 위도체공산 詩亡不復採民風 幾箇騷人坐此窮시망불부채민풍 기개소인좌차궁最恨靑靑鄴侯樹 只今還誤聖朝中최한청청업후수 지금환오성조중 耳不曾聞目始看 縱敎相訣語應難최한청청업후수 지금환오성조중至今淚盡悲無盡 酸在中腸苦在肝지금루진비무진 산재중장고재간 『東岳先生集』 卷之十 해석不恨吾生晩 只恨吾有耳내가 늦게 태어난 것은 한스럽지 않지만, 다만 나에게 귀가 있다는 게 한스럽네. 萬山風雨時 聞着詩翁死온 산에 바람 불고 비올 때, 시옹이 죽었단 소식을 들었으니 不恨吾生晩 只恨吾有眼내가 늦게 태어난 것은 한스럽지 않지만, 다만 나에게 눈이..
기녀가 부르는 스승의 ‘사미인곡’을 듣고 감정에 사무친 이안눌 (龍山月夜 聞歌姬唱故寅城鄭相公思美人曲 率爾口占 示趙持世昆季) 권필에 대한 얘기를 할 때 말했던 것처럼, 시를 평가할 때 권필과 이안눌은 곧잘 비교대상이 되곤 했다. 아마도 송강이란 같은 스승 밑에서 동문수학한 사이인 데다가, 돌아가신 스승을 느꺼워하며 시를 지었기 때문에 비교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허균을 위시한 주위 사람들의 평판에 오르내릴 정도였다면, 둘 사이는 매우 돈독했으리란 건 쉽게 알 수 있었다. 권필과 이안눌의 지음 같은 관계 권필은 「宮柳詩」 로 인해 곤장을 맞게 됐고, 어찌나 심하게 맞았던지 귀양을 가던 도중에 죽었다는 얘기는 권필에 대해 얘기했던 그대로다. 권필로서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고 참 가슴 아픈 얘기지만, ..
스승 정철의 ‘將進酒辭’를 듣고서 마음 아파한 권필(過松江墓有感) 권필을 생각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게 당연히 「宮柳詩」다. 광해군의 외척인 柳希奮이 국정을 농단하는 것을 보며 권필은 시를 지었다. 宮柳靑靑花亂飛궁궐의 버드나무 하늘하늘 어지러이 날리니滿城冠蓋媚春暉온 도성 내의 고관대작들이 임금님의 은혜라 아첨하는 구나.朝家共賀升平樂조정에선 태평성세의 즐거움이라 함께 치하하나,誰遣危言出布衣누가 지조 있는 말을 포의에게서 나오게 했나[각주:1]? 『石洲集』 시가 사람을 죽이게 할 수도 있다 1구에 나오는 ‘柳’를 보며 사람들은 모두 임숙영을 생각했지만, 임숙영 자신은 그건 중전을 가리킨다고 말했고, 광해군도 이에 크게 화를 내며 신문을 하게 된다. 이때 권필은 “임숙영이 과거 시험 중 대책..
송강 정철 스승의 무덤을 지나며 느꺼움이 있어과정송강묘유감(過鄭松江墓有感) 권필(權韠) 空山木落雨蕭蕭 相國風流此寂寥惆悵一杯難更進 昔年歌曲卽今朝 公嘗有短歌, 道死後誰勸一杯酒之意. 『石洲集』 卷之七 해석空山木落雨蕭蕭공산목락우소소빈 산 나뭇잎 지고 비는 부슬부슬相國風流此寂寥상국풍류차적요재상의 풍류 이로부터 적막하여졌네. 惆悵一杯難更進추창일배난갱진슬프구나, 한 잔 다시 올리기 어려우나昔年歌曲卽今朝석년가곡즉금조옛 노랫가락은 곧 지금의 노랫가락이구나. 『石洲集』 卷之七 公嘗有短歌, 정철 공께서 일찍이 「장진주사(將進酒辭)」라는 단가를 지었으니, 道死後誰勸一杯酒之意. ‘사후에 누가 한 잔 술 권할까?’라는 뜻을 말했었다. 해설이 시는 스승인 정철(鄭澈)의 무덤을 지나면서 지난날 그의 풍류를 회고하며 노래한 것이다. ..
권필(權韠)의 ‘궁유시(宮柳詩)’와 시화(詩禍) 宮柳靑靑花亂飛궁궐의 버드나무 하늘하늘 어지러이 날리니滿城冠蓋媚春暉온 도성 내의 고관대작들이 임금님의 은혜라 아첨하는 구나.朝家共賀升平樂조정에선 태평성세의 즐거움이라 함께 치하하나,誰遣危言出布衣누가 지조 있는 말을 포의에게서 나오게 했나? 『石洲集』 이미 이 시에 대한 내용은 이안눌이 쓴 「용산의 달밤에 기녀가 故 인성 정철의 사미인곡을 부르는 걸 듣고 바로 읊어 조지세 형제에게 준 시龍山月夜 聞歌姬唱故寅城鄭相公思美人曲 率爾口占 示趙持世昆季」의 감상 부분에서 짧게 다룬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부분에선 잠시 언급만 했기에, 이번엔 시가 재앙이 된다는 ‘詩禍’를 중심으로 다뤄보기로 하자. 거침없는 기상과 우락부락한 풍채를 지닌 권필 우선 권필..
권필權韠:1569(선조 2)~1612(광해군 4) 본관은 안동(安東). 중기 문인. 자는 여장(汝章), 호는 석주(石洲)임. 1. 전형적인 문인 집안임. 9대조 권보(權溥)이고 6대 권근(權近)이며 부친은 권벽(權擘)임. 2. 이안눌과 함께 정철의 문하에서 수학함. 시재가 뛰어나 제술관이 되었으며, 광해군의 뜻을 거슬러, 과거에 합격했다가 취소된 사실을 듣고 분함을 참지 못해, 처남 유희분을 풍자한 「궁류시(宮柳詩)」를 지어 풍자함. 3. 이 때문에 광해군의 분노를 사서 몽둥이 찜질을 당하고 귀향 가던 도중 동대문 바깥에서 술을 마시다 객사함. 4. 정조는 『홍재전서(弘齋全書)』에서 “석주 권필의 시는 비록 웅혼함은 모자라지만 하나의 맛은 매끈하고 아름다우며, 이따금 놀라게 하여 깨우쳐주는 곳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