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하지 말고 절약하며 윗사람과 호오를 맞추다
재부론(財賦論)
정범조(丁範祖)
國之所以存亡, 係乎人心之離合; 人心之離合, 係乎上之人同其所好惡與否也. 人之所好, 莫甚於生, 所惡莫甚於死, 而所以生死者, 存乎衣食之有無而已. 故上之人, 同其所好惡, 而常使衣食之原, 不竭於下, 則人心豈有不固結, 而國勢豈有不久安者乎? 故上之人, 盡天下之土以爲吾有, 而其勢足以竭其土之出, 以充吾欲也. 然而制之爲産, 十取其一, 不敢以匹夫匹婦養生送死之物, 取以供吾耳目口鼻之欲者 誠以財之所聚, 民之所散; 財之所散, 民之所聚, 而財用非一人所得而私也.
夫人心, 元氣也; 財用, 養元氣者也. 自古國家之能旣亡而復存, 旣絶而復繼者, 逌病在支體腠理, 而不在元氣也. 漢之亡, 亡在外戚也; 晉之亡, 亡在戎狄也, 而不在人心也. 故其元氣尙有未盡剝喪者, 而光武ㆍ元帝得以籍此而復起也. 其他若虐斂重稅, 積失人心, 使天下之人, 皆有與之偕亡之心, 而外患得以乘之者, 則雖有忠臣義士, 操兪扁之術而奔走號呼, 而莫得以救之也, 此由元氣之剝喪也.
嗚呼! 孰爲此聚斂之術, 以亡其國家也? “與其有聚斂之臣, 寧有盜臣.” 孟獻子之言, 豈過也哉.
今夫窮民無尺寸之地, 以養其父母妻子, 而去而塩於海矣, 於是筭其塩之利而括之; 去而漁於河矣, 於是筭其漁之利而括之. 士大夫竭力供職而所食於官者, 不足以代耕矣, 於是筭其所食之利而括之. 其說曰: “吾隱夫軍布二匹之賦太重, 故减其半, 而以此充其所减之數也.” 嗚呼! 將以外托此名, 而內濟其術也, 然而不知愚民可欺也, 有識者之明燭其肺肝也, 而况愚民卒不可欺耶?
今計納布民丁之數, 不足居一國常民之數百分之十, 而一國常民括其所賴之利而納之官, 是德之者十而讐之者百矣. 彼漁塩者, 不得漁塩之利, 以養其父母妻子則已困矣. 而外而守令方伯, 不得守令方伯之利, 而無所取資則徵之民. 內則大小百司官職不得官職之利, 而無所取資則取之府庫, 府庫竭而徵之民, 於是民始大困, 而讐其上矣, 故曰: “德之者十而讐之者百也.”
其始愚民, 徒見丁布之减半, 而不知潛銷暗鑠剝膚推髓之患, 至於如此也. 故以爲是便於我, 而及其患之著也, 則不但讐之者衆, 向之德之者, 亦陽德而陰議其不便也, 故曰: “愚民卒不可欺也.”
或曰: “非此, 則其如二匹之賦厲民何?” 曰豈無術以處之哉? 井田廢而養兵之弊興, 然而不見其爲弊者, 以其汰其冗而存其精, 量其入而制其用, 要使兵民俱養而已, 又何至聚斂於民, 而曰此捄養兵之弊哉? 冉有爲季氏家臣, 取於民以益之, 孔子斥之曰: “小子鳴皷而攻之可也.” 夫以堂堂千乘之宰, 而爲聚斂之術, 則其罪豈止鳴皷而攻而已哉?
聚斂莫暴於漢武帝之世, 而桑弘羊爲首, 然而其術不過陰奪天下商賈之利之權, 而歸之大司農, 使商賈不得專其權而已. 又何甞括取小民十指所生之物, 而明爲盜賊之事如今之術哉? 是則又弘羊之罪人也, 如此而人心猶有不能忘其上者, 以上有惻怛憂傷之意也. 然而惻怛憂傷之意, 恒患壅而弗流, 而弗幸有水旱飢饉屢年之災, 則安保其卒弗忘上也乎? 然則如之何而可也? 曰: 還其利節其用, 毋使財聚於上, 而同其所好惡而已. 『海左先生文集』 卷之三十七
해석
國之所以存亡, 係乎人心之離合; 人心之離合, 係乎上之人同其所好惡與否也.
나라가 존망하는 까닭은 인심의 이반이냐 합치되느냐에 관계되어 있고 인심의 이반이냐 합치되느냐는 윗사람의 호오(好惡)와 동일하느냐에 관계되어 있다.
人之所好, 莫甚於生, 所惡莫甚於死, 而所以生死者, 存乎衣食之有無而已.
사람이 좋아하는 것은 사는 것보다 심한 게 없고 미워하는 것은 죽는 것보다 심한 게 없으니 살고 죽는 까닭은 입고 먹는 것이 있고 없음에 달려 있을 뿐이다.
故上之人, 同其所好惡, 而常使衣食之原, 不竭於下, 則人心豈有不固結, 而國勢豈有不久安者乎?
그러므로 윗사람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과 같아 항상 의식(衣食)의 근원으로 아래에 고갈되지 않게 한다면 인심이 어찌 굳게 결속되지 않아 나라의 권세가 어찌 오래도록 편안하지 않겠는가.
故上之人, 盡天下之土以爲吾有, 而其勢足以竭其土之出, 以充吾欲也.
그러므로 윗사람이 천하의 토지를 다해 나의 소유로 삼으니 그 권세가 넉넉히 토지의 소출을 다하여 나의 하고자 함을 충족시켜 준다.
然而制之爲産, 十取其一, 不敢以匹夫匹婦養生送死之物, 取以供吾耳目口鼻之欲者
그러니 생산된 것을 제재하여 1/10을 취하여 감히 필부필부가 삶을 기르고 죽은 이를 장례하는 물건을 취하여 나의 이목구비(耳目口鼻)의 욕망에 공급되지 않게 한다.
誠以財之所聚, 民之所散; 財之所散, 民之所聚, 而財用非一人所得而私也.
진실로 재물이 모이면 백성은 흩어지고 재물이 흩어지면 백성이 모이니 재물의 씀이란 한 사람이 얻은 사사로움이어선 안 된다.
夫人心, 元氣也; 財用, 養元氣者也.
대체로 인심은 원기이고 재물의 씀은 원기를 기르는 것이다.
自古國家之能旣亡而復存, 旣絶而復繼者, 逌病在支體腠理, 而不在元氣也.
예로부터 국가가 이미 망했다가 다시 살아나고 이미 절멸했다가 다시 이어지니, 병듦은 몸과 피부에 있는 것이지 원기에 있지 않았다.
漢之亡, 亡在外戚也; 晉之亡, 亡在戎狄也, 而不在人心也.
한나라가 망했으니 망한 것은 외척에 있고 진나라가 망했으니 망한 것은 이적에 있지 인심에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러므로 원기가 아직 있어 벗겨지거나 상하지 않은 사람을 광무제(光武帝)와 원제(元帝)가 얻어 그를 관리로 삼아 다시 일어났던 것이다.
其他若虐斂重稅, 積失人心, 使天下之人, 皆有與之偕亡之心,
다른 경우는 잔학하게 과세하여 인심을 차근차근 잃어 천하 사람에게 모두 그와 함께 망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而外患得以乘之者, 則雖有忠臣義士, 操兪扁之術而奔走號呼, 而莫得以救之也, 此由元氣之剝喪也.
외환으로 올라탄 사람이라면 비록 충신과 의로운 선비가 있어 유편(兪扁)【유편(兪扁): 황제(黃帝) 때의 의원인 유부(兪跗)와 주(周)나라 때의 의원인 편작(扁鵲)으로, 모두 뛰어난 명의(名醫)이다.】의 기술을 잡고 분주하게 부르짖어도 얻어 구하질 못하니, 이것은 원기가 벗겨지고 상하였기 때문이다.
嗚呼! 孰爲此聚斂之術, 以亡其國家也?
아! 누가 세금을 걷는 기술을 행하여 국가를 망하게 하는가?
“與其有聚斂之臣, 寧有盜臣.” 孟獻子之言, 豈過也哉.
“세금을 걷는 신하를 두기론 차리라 도둑질하는 신하를 두겠다.”라고 했던 맹헌자(孟獻子)의 말이 어찌 지나치랴.
今夫窮民無尺寸之地, 以養其父母妻子, 而去而塩於海矣, 於是筭其塩之利而括之; 去而漁於河矣, 於是筭其漁之利而括之.
지금 대체로 곤궁한 백성들은 한 자의 땅도 없이 그 부모와 처자식을 봉양하다가 떠나 바다에서 소금을 만드니 이에 소금의 이익을 계산해서 그들을 단속하고 떠나 바다에서 물고기 잡으니 이에 물고기의 이익을 계산하여 그들을 단속한다.
士大夫竭力供職而所食於官者, 不足以代耕矣, 於是筭其所食之利而括之.
사대부는 힘을 다해 벼슬에 제공하여 관직에서 먹는 사람으로 밭 갈기를 대신하긴 부족한데 이에 먹은 것의 이익만을 계산해서 그들을 단속한다.
其說曰: “吾隱夫軍布二匹之賦太重, 故减其半, 而以此充其所减之數也.”
그러면서 “우리가 몰래 군포(軍布) 2필의 부세는 매우 무겁기 때문에 반절로 내렸고 이것으로 내린 수를 충당합니다.”라고 말한다.
嗚呼! 將以外托此名, 而內濟其術也, 然而不知愚民可欺也, 有識者之明燭其肺肝也, 而况愚民卒不可欺耶?
아! 장차 외적으론 이런 명분에 의탁하고서 안으론 그 기술로 구제하지만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백성은 속일 수 있다고 하지만 앎이 있는 이는 속[肺肝]을 밝게 보는데 더군다나 어리석은 백성을 마침내 속일 수 없음임에랴.
今計納布民丁之數, 不足居一國常民之數百分之十, 而一國常民括其所賴之利而納之官, 是德之者十而讐之者百矣.
이제 납부된 포와 백성 장정의 수를 헤아리면 한 나라에 거처하는 백성의 수는 10/100에 부족하고 한 나라 백성이 힘입은 이익을 단속하여 관직에 납부하니 이에 그들을 덕으로 여기는 이는 10명인데 그들을 원수로 여기는 이는 100명이다.
彼漁塩者, 不得漁塩之利, 以養其父母妻子則已困矣.
저 물고기 잡고 소금 만드는 이들은 물고기나 소금의 이익으로 부모와 처자식을 봉양할 수 없어 이미 곤궁하다.
而外而守令方伯, 不得守令方伯之利, 而無所取資則徵之民.
이외에 수령(守令)과 방백(方伯)이 수령과 방백의 이익을 얻지 못하고 재물을 취할 데가 없으면 백성에게 징수한다.
內則大小百司官職不得官職之利, 而無所取資則取之府庫, 府庫竭而徵之民, 於是民始大困, 而讐其上矣, 故曰: “德之者十而讐之者百也.”
내적으로 크고 작은 여러 관직의 사람이 관직의 이익을 얻지 못하여 재물을 취할 곳이 없으면 창고에서 취하고 창고가 비면 백성에게 징수하니 이에 백성이 처음으로 크게 곤궁해져 윗 사람을 원수로 여기기 때문에 “그들을 덕으로 여기는 이는 10명이지만 원수로 여기는 이는 100명이다.”라고 말한 것이다.
其始愚民, 徒見丁布之减半, 而不知潛銷暗鑠剝膚推髓之患, 至於如此也.
처음에 우민(愚民)이 다만 장정의 군포가 반절로 준 것만 보고 알지 못하는 사이에 쇠가 놋듯 줄어들거나[潛銷暗鑠] 살갗을 쪼개고 골수를 뽑아내는[剝膚推髓] 근심을 모르고서 이와 같음에 이르렀다.
故以爲是便於我, 而及其患之著也, 則不但讐之者衆, 向之德之者, 亦陽德而陰議其不便也, 故曰: “愚民卒不可欺也.”
그러므로 나에게 편하게 한다고 여기다가 걱정이 드러남에 이르러선 원수로 여기는 이가 많아질 뿐 아니라 접때에 덕으로 여기는 이들도 또한 드러난 덕이지만 불편함을 은근히 모의하기 때문에 “우민(愚民)은 끝내 속일 수 없다.”라 한 것이다.
或曰: “非此, 則其如二匹之賦厲民何?”
혹자가 “이것이 아니라면 베 2필(二匹)의 부과함으로 백성을 괴롭게 하는 건 왜인가?”라고 말한다.
曰豈無術以處之哉? 井田廢而養兵之弊興, 然而不見其爲弊者, 以其汰其冗而存其精, 量其入而制其用, 要使兵民俱養而已, 又何至聚斂於民, 而曰此捄養兵之弊哉?
말하겠다. 어찌 기술도 없이 그들을 처리하겠는가? 정전법(井田法)이 사라지자 병사를 길러냄은 망하거나 흥하거나 했지만 망함이 됨을 보지 못한 이들은 사치하거나 쓸데 없음으로 정기를 보존하고 수입을 헤아려 씀씀이를 절제하여 요컨대 병사와 백성에게 함께 봉양하게 할 뿐이니 또한 어찌 백성에게 세금을 거둠에 이르러 양병의 폐단을 구하려 한다고 말하겠는가?
冉有爲季氏家臣, 取於民以益之, 孔子斥之曰: “小子鳴皷而攻之可也.”
염유(冉有)가 계씨(季氏)의 가신(家臣)이 되어 백성에게 취해 재산을 더해주자 공자께선 그를 “소자(小子)들아 북을 두드려 그를 성토함이 옳다.”라고 나무랐다.
夫以堂堂千乘之宰, 而爲聚斂之術, 則其罪豈止鳴皷而攻而已哉?
대체로 당당(堂堂)한 천승(千乘)의 재상이 세금을 거두는 기술을 한다면 그 죄가 어찌 북을 두드려 성토함에 그칠 뿐이겠는가?
聚斂莫暴於漢武帝之世, 而桑弘羊爲首, 然而其術不過陰奪天下商賈之利之權, 而歸之大司農, 使商賈不得專其權而已.
세금 거두기론 한무제(漢武帝)의 시대보다 포악하던 때가 없었지만 상홍양(桑弘羊)이 우두머리가 되었지만 그 기술은 천하 장사치 이익의 권리를 몰래 빼앗는 데에 지나지 않았고 대사농(大司農)에게 돌려 장사치들이 권리를 독차지할 수 없도록 했을 뿐이다.
又何甞括取小民十指所生之物, 而明爲盜賊之事如今之術哉?
또한 어찌 일찍이 소민(小民)이 열 손가락으로 생산한 물건을 묶어 취하여 분명히 지금의 기술과 같은 도적의 일을 하겠는가?
是則又弘羊之罪人也, 如此而人心猶有不能忘其上者, 以上有惻怛憂傷之意也.
이것은 상홍양(桑弘羊)의 죄인이니 이와 같으면 사람 마음은 오히려 그 윗 사람을 잊을 수 없어 윗 사람 때문에 측은하게 여기고 근심하고 걱정하는 뜻이 있게 된다.
然而惻怛憂傷之意, 恒患壅而弗流, 而弗幸有水旱飢饉屢年之災, 則安保其卒弗忘上也乎? 然則如之何而可也?
그러나 측은하게 여기고 근심하고 걱정하는 뜻은 항상 근심이 응어리져서 흐리질 않아 불행히 홍수나 가뭄이나 기근의 여러 해 재앙이 있게 하니 어찌 끝내 윗사람을 잊지 않을 거라 보장하겠는가? 그러하다면 어찌하여 괜찮단 말인가?
曰: 還其利節其用, 毋使財聚於上, 而同其所好惡而已. 『海左先生文集』 卷之三十七
말하겠다. 그 이익을 환원하고 씀씀이를 절약해 재물이 취해진 것을 윗사람에게 사용하지 말고 좋아함과 미워함을 같이할 뿐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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