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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16 개학 스키여행 - 5. 장갑사건과 스키복장에 관해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16 개학 스키여행 - 5. 장갑사건과 스키복장에 관해

건방진방랑자 2019. 12. 1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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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장갑사건과 스키복장에 관해

 

여는 글에서 밝혔다시피 겨울방학 동안에 두 가지 숙제를 한꺼번에 받으며 혼란에 빠져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개학을 했고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온 것이다. 아이들에게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고, 실제로 이 날엔 처음으로 보드를 타기에 두렵기도 기대되기도 하는 등 더 혼란스럽기만 했다.

 

 

숙소에서 잠시 쉬며 티비를 보는 아이들.

 

 

 

장갑이 없으시다구요? 우리에겐 양말이 있잖아요~

 

점심을 먹고 다시 숙소에 올라와 스키 탈 준비를 했다. 스키복을 가져온 아이들이 있기에 스키복을 입고 모이기로 한 것이다. 아무래도 이런 상황이 생소하다 보니,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아 시간이 많이 걸렸다. 민석이는 스키복을 챙겨서 입기 시작했고, 나머지 아이들은 빌릴 생각으로 기본적인 것만 챙겼다.

그런데 그때 민석이의 장갑 한 쪽이 없어진 것이다. 그 뿐인가, 아예 정훈이는 장갑을 챙겨 오지도 않았다(여행이 다 끝난 후 집에 가서 가방을 찾아보니, 그 안에 있었다는 황당하고 무서운 후문이 돌았다). 스키장에 2011년에 온 이후 두 번째로 온 것이기에, 나는 웬만한 것들은 모두 빌릴 수 있는 줄만 알았다. 심지어는 장갑까지도 말이다. 그런데 막상 모이기로 한 장소인 1층에 내려가니, 그렇진 않더라. 그래서 장갑이 없는 정훈이는 거금 25.000원을 주고 사야 했다. 민석이는 장갑이 비싼 것을 보고 감히 살 엄두는 내지 못하고 저는 오늘 스키를 타지 않고 쉬겠습니다라고 한 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승태쌤은 어떻게든 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려 장갑을 사는 방향으로 하려 했는데, 돈을 쓰기 싫었던 녀석은 올라가서 다시 찾아볼게요라고 말하더라. 그래서 숙소 열쇠를 가지고 있는 나와 함께 올라와 두 눈 부릅뜨고 찾기 시작했다. 역시나 장갑을 한 쪽만 가져온 것인지, 아무리 찾아봐도 없더라. 그때 민석이는 두 눈을 반짝이며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났다는 듯, 양말을 손에 끼기 시작한다. “선생님! 선생님! 이 방법 괜찮죠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결국 민석이는 사람들 앞에서 손에 낀 양말을 보여주며 쪽팔림을 감수해야 했는데, 민석이 입장에선 장갑을 사느라 돈을 쓰느니, 사람들 앞에서 쪽팔리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돈을 쓴 후회는 길지만, 쪽팔림은 잠시이기 때문이다. 이를 보다 못한 초이쌤은 편의점에 들어가 목장갑 비슷한 장갑을 사서 민석이에게 건넴으로 장갑 사건은 일단락 됐다.

 

 

이런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무엇을 상상했든 그 이상! 

 

 

 

스키복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실력에 따른 복장이 있을 뿐

 

2011년에 스키장에 왔을 땐, 처음 스키를 타서인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맘대로 움직여 한참 진땀을 뺐다. 그저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며 어떻게든 넘어지지 않으려 무진 애썼던 기억이 난다. 그땐 스키를 여러 번 타본 경험이 있는 아이들에게 쪽팔려선 안 된다는 하나의 생각만 있었지, 스키를 탈 때 무엇이 필요한지 무얼 준비해야 하는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 후 5년 만에 다시 찾은 스키장은 더욱 더 낯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5년 전엔 초임교사의 어리바리함으로 그저 나 혼자 몸을 추스르기도 버거웠던 반면, 이번엔 스키장에서 필요한 게 무언지 제대로 알고 있다. 스키를 탈 때 스키장갑, 고글, 벙거지모자, 귀마개는 꼭 있어야 한다. 아무래도 경사를 따라 빠른 속도로 내려오고, 산에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을 정면으로 맞서야 하기에 최대한 살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 외에 스키복이나 스키화, 보드, 헬맷은 렌탈샵에서 빌리면 된다.

 

 

펜션에서 렌털샵으로 가는 길목이 있는 구름빵 조형.

 

 

이번에 보니 스키화와 보드는 꼭 필요하지만 실력자의 경우 스키복은 꼭 필요한 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넘어지지 않을 자신만 있다면 어떤 옷을 입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키장에선 복장에 따라 그 사람의 실력이 판가름 나기도 한다. 동물 잠옷처럼 눈을 그대로 흡수되는 재질의 옷을 입고 타는 사람이 가장 잘 타는 사람이고, 청바지와 같이 평소 복장으로 타는 사람이 그 다음, 자신의 스키복이 있는 사람이 그 다음, 마지막으론 모든 걸 대여하여 타는 사람은 초보라고 보면 된다. 물론 일반화할 수는 없는 얘기지만, 이번에 잠옷 같은 걸 입고 타는 여러 사람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5년 전에 스키장에서의 영상. 교사로서도 처음이었고, 스키 또한 완전 생소한 거였다. 

 

 

 

인용

목차

사진

1. 겨울방학에 받은 첫 번째 과제, 날 멸망시킬 태풍

2. 겨울방학에 받은 두 번째 과제, 우물 안 개구리

3. 개학여행 그리고 자나 깨나 동파조심

4. 한파가 찾아온 날 떠나는 스키여행

5. 장갑사건과 스키복장에 관해

6. 도전엔 늘 불안이 따른다

7. 몸이란 타자와 소통하기

8. 처음 보드를 타며 速成의 문제점을 간파하다

9. 4년 만에 다시 시작된 교사 없는 학교

10. 치열한 토론의 순간, 우린 이 순간을 살아내고 있다

11. 두 번째로 보드를 타는 이의 각오

12. 두 번째 보드 도전기

13. 민석이의 도전

14. 현세의 도전

15. 그래 우리 한 걸음씩만 나가보자

16. 여행이 끝나갈 땐 늘 아쉽다

17. 흔들리되 방향성이 있는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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