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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16 개학 스키여행 - 15. 그래 우리 한 걸음씩만 나가보자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16 개학 스키여행 - 15. 그래 우리 한 걸음씩만 나가보자

건방진방랑자 2019. 12. 1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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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그래 우리 한 걸음씩만 나가보자

 

현세의 저는 앞으로 살면서 몸 쓰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겠어요라는 발언은 어찌 보면 못하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정도의 이야기였을 것이다. 나 또한 청소년 시절엔 몸치라고 생각해서 웬만하면 운동을 하지 않으려 했다. ‘운동엔 잼병이라 나 자신을 규정해 놓으니, 무얼 하든 빠지기 쉬웠고 그에 따라 별로 고민할 이유도 없었다.

 

 

저녁은 제육덮밥이었다. 보드와 씨름을 한 바탕 하고 먹는 것이라, 완전 꿀맛이더라.

 

 

 

부족하기 때문에 안 하면, 영영 못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나 자신을 틀지어 놓으니, 그 한계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안주하게 되더라. 어찌 보면 사람은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한계를 넘어서면 더 높은 시좌를 얻게 되기도 하는데 그런 걸 모두 거부했던 것이다. 단지 그땐 못하는 걸 굳이 할 필요가 무에 있냐는 마음으로 잘하는 것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잘못된 판단이었다. 못하기 때문에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을 인정하고 못하는 수준에서 시작하면 되는데도 쳐내기만 했으니 말이다. 그러다 보니 관계는 좁아져갔고 인식은 협소해져갔다.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현세의 그 말이 거슬렸다. 그렇다고 함부로 현세야 그건 잘못된 생각이니, 바꿔야 해라고 말하긴 싫었다. 어떤 생각이든 자신이 직접 경험해보아야 비로소 다른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단지 경험을 이야기해주는 정도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 어설프더라도 그게 허물이 아니며, 부족하더라도 미덕으로 여겨지는 청소년 시기에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몸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보길 권할 수 있을 뿐이다. 어른이 되어갈수록 어리바리한 행동은 흠으로 여겨지고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 이 시기에 다양하게 몸으로 하는 활동을 하여 더 이상 자신을 틀 지우려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나의 경우는 겨우 이십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틀 안에 살던 내가 너무도 갑갑하게 느껴져서 그 틀을 깨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때부터 어설플 지라도 도전을 하기 시작했고, 그게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이번엔 보드를 배우게 되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다.

 

 

도전하는 순간엔 어설플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조차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어떨까? 

 

 

 

우리의 목표는 잘하는 것이 아닌, ‘한 걸음 나아가는 것으로

 

이처럼 현세도 자신을 인정하고 그 상태에서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목표는 잘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보다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는 것이 되어야 한다. 잘하는 것이 목표가 되면 늘 자신을 채찍질하며 자기의 현 상태를 부정하게 되어 아예 도전을 하지 않게 되지만 나아가는 것이 목표가 되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변하는 내 모습에 만족하게 되어 도전을 즐기게 된다. 아래에 인용한 노래는 자신에 대한 긍정이 어디서부터 나오는지를 보여준다.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을 먹나요

잘못해도 서툴러도 밥 잘 먹어요

그러나 주위 사람 내가 밥 먹을 때 한 마디씩하죠 (너 밥상에 불만 있냐)

옆집아저씨와 밥을 먹었지

그 아저씨 내 젓가락질 보고 뭐라 그래 하지만

난 이게 좋아 편해 밥만 잘 먹지 나는 나예요 상관 말아요요요

청바지 입고서 회사에 가도 깔끔하기만 하면 괜찮을 텐데

여름 교복이 반바지라면 깔끔하고 시원해 괜찮을 텐데

사람들 눈 의식하지 말아요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어요

내 개성에 사는 이 세상이에요 자신을 만들어 봐요

-DJ DOC, DOC와 함께 춤을

 

 

이 노래는 어찌 보면 자신을 인정하고 그렇게 세상에 부딪히며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세상은 끊임없이 하지 마라’, ‘못할 것은 도전도 하지 마라고 말하지만, 그걸 하나하나 넘어서며 자신의 가치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게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쨌든 내 한 목숨으로 살아가야 할 세상이기에 구속 받고 멸시 당하며 살 것이 아니라, 당당히 나라는 사람의 가치로 세상을 유유히 살아가기 위해서이다.

현세는 어찌 보면 이번 여행을 통해 더욱 더 자신의 틀 안에 가두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자신을 구속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밑도 끝도 없던 지리산 종주를 성공리에 마친 것처럼, 힘들고 재미도 없던 도보여행을 잘 마친 것처럼, 그리고 도보여행이 끝난 후 성취감을 느끼며 다음엔 한 달 동안 도보여행을 영화팀이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던 것처럼, 낙동강- 한강 자전거 여행의 후반기 인터뷰 때 이제 막 재밌어지려던 참이었는데 끝나니까 아쉬워요라고 말했던 것처럼, 그런 마음으로 산다면 충분히 자신의 틀을 지워내고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자전거 여행은 현세의 말과 함께 시작되었다. 그처럼 현세 안엔 열망이 있다.  

 

 

인용

목차

사진

1. 겨울방학에 받은 첫 번째 과제, 날 멸망시킬 태풍

2. 겨울방학에 받은 두 번째 과제, 우물 안 개구리

3. 개학여행 그리고 자나 깨나 동파조심

4. 한파가 찾아온 날 떠나는 스키여행

5. 장갑사건과 스키복장에 관해

6. 도전엔 늘 불안이 따른다

7. 몸이란 타자와 소통하기

8. 처음 보드를 타며 速成의 문제점을 간파하다

9. 4년 만에 다시 시작된 교사 없는 학교

10. 치열한 토론의 순간, 우린 이 순간을 살아내고 있다

11. 두 번째로 보드를 타는 이의 각오

12. 두 번째 보드 도전기

13. 민석이의 도전

14. 현세의 도전

15. 그래 우리 한 걸음씩만 나가보자

16. 여행이 끝나갈 땐 늘 아쉽다

17. 흔들리되 방향성이 있는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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