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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16 개학 스키여행 - 4. 한파가 찾아온 날 떠나는 스키여행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16 개학 스키여행 - 4. 한파가 찾아온 날 떠나는 스키여행

건방진방랑자 2019. 12. 1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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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파가 찾아온 날 떠나는 스키여행

 

930분에 왕십리역에서 모이기로 했다. 지민이는 같이 가자고 카톡을 보내왔지만, 정훈이는 이번엔 혼자 가고 싶은지 아무런 반응도 없더라.

 

 

꽁꽁 얼어붙은 북한강의 모습. 이런 모습 처음이야.  

 

 

 

올겨울 최악의 한파가 찾아온 날 여행을 떠나다

 

915분쯤 왕십리역에 도착했지만 모이는 장소가 ‘1번 출구 지하로 명시되어 있기에 중앙선 환승통로로 가지 못하고 1번 출구 앞에서 서성 거려야 했다. 혹시나 빨리 와서 개찰구를 빠져나가 기다리는 경우도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민이는 20분이나 일찍 도착해서 이렇게 기다려야 해요?”라며 불멘소리를 하지만, 서로 동선이 엉켜서 시간이 지체되는 것보단 나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아이들은 늦지 않고 제 시간에 모였다. 1번 출구 근처에 민석, 지민, 기태, 정훈이가 왔고, 중앙선 환승 통로 쪽엔 현세, 준영, 규빈이가 왔다.

왕십리에서 경춘선을 타려면 중앙선 전철을 타고 상봉까지 가서 갈아타야 한다. 경춘선은 상봉이 종점인데(이걸 몰랐는데, 2012년에 진행된 LEEL을 위해 가평역으로 가면서 알게 되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청량리나 왕십리에서 탈 수 있다고 생각한다(ITX는 탈 수 있음). 그러다 보니, 오늘 같이 환승을 두 번해야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상봉에서 백양리까지는 1시간이 걸리는 장거리다. 역시나 춘천행 열차답게 대학생들이 많이 타더라. 그들은 단체로 놀러 가는지 먹을거리를 잔뜩 사들고 전철에 올라탔다. 예전부터 강촌은 대학생 MT의 대명사였던 곳이다. 예전 경춘선은 북한강을 따라 철로가 있었기에 지금보다 속도가 느리긴 해도 접근성 자체는 훨씬 좋았기에 그랬던 것이다.

이 날 기온은 무려 영하 14°까지 내려갔다. 최악의 한파가 한반도를 휩쓴 지 일주일 정도 지났는데 이 날이 절정이었다. 가는 길에 보니 북한강도 꽁꽁 얼어붙어 여태껏 보지 못한 장관을 연출하고 있더라. 당연히 추위의 매서움이 온 몸으로 느껴지기에 이런 날 무슨 스키를 타요? 얼어 죽어요~”라고 얘기하거나, 민석이 같은 경우는 나 오늘 스키 안 탄다고 전해라며 반기를 들기도 했다.

 

 

이날 얼마나 추웠는지는 이 사진만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백양리역에서 가방을 놓고 내린 사연

 

대학생들은 가평역에서 많이 내리더라. 당연히 강촌까지 갈 줄 알았는데 가평역에서 대부분이 내리니 깜짝 놀랐다. 그래서 잠시 검색해 보니, 자라섬이 근처에 있어서 아무래도 그곳에 가는 것 같았다.

강촌 엘리시안이란 이름을 지닌 스키장에 가는 거라 당연히 강촌역에서 내려야 하는 줄 알았는데, 역 이름을 자세히 보니 백양리(강촌 엘리시안)’라 쓰여 있는 것이다. 그래서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승태쌤에게 확인한 후에 백양리역에서 내렸다. 역 앞에 나가니, 셔틀버스가 대기 중이더라. 그걸 보고 맞게 왔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준영이 얼굴이 뭔가를 발견한 듯 미처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표정을 짓기 시작한다. 그건 흡사 엄청난 것을 발견한 사람의 표정과 같았기에 준영이가 유레카~”라고만 외치면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하철에 가방을 놓고 내린 것을 그제야 알게 된 것이고, 그런 갑작스러움에 자신도 당황한 나머지 그런 표정을 짓게 된 거더라. 그래서 준영이는 부리나케 역무원실로 들어가 탔던 위치와 짐을 올려놓은 위치를 말했다.

솔직히 내 입장에선 걱정이 별로 되지 않았다. 사람이 많이 탔다면 없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백양리역에 들어설 때 우리가 탄 전철엔 사람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연히 짐을 이곳까지만 다시 가져다준다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역무원은 다른 얘기를 해주시더라. “짐이 있는지 확인한 후에 연락을 드릴 테니 20분 정도 소요되실 거예요. 그리고 짐은 이곳으로 다시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 춘천역에 보관하니 그리로 찾으러 가시면 됩니다라고 말이다. 난 당연히 춘천에 도착한 전철도 상봉역으로 다시 가야하기에 이곳에서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나의 입장에서만 생각한 것이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준영이는 우리가 스키 탈 동안 춘천에 전철을 타고 가서 찾아오기로 하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백양리역에 내려서 짐을 놓고 내리는 바람에 잠시 지체해야 했다. 하지만 잃어버리진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깔끔한 숙소, 하지만 비싼 음식 가격

 

셔틀버스를 타고 펜션 앞에서 내렸다. 그곳에서 승태쌤을 만나 11층에 있는 숙소로 올라가 보니, 구조나 분위기가 정말 좋더라. 깨끗하고 뭔가 아늑한 느낌이 들며, 조리를 하기에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점심은 사먹어야 하니, 잠시 앉아서 쉰 후에 바로 2층에 있는 식당가로 내려갔다.

1월의 끝자락이라 사람이 얼마나 많겠어?’라고 생각했는데, 단체로도 많이 왔더라. 그렇게 입이 쫙 벌어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한산하지도 않았다. 2층 식당가에 들어서니, 스키캠프를 온 아이들이 일렬로 줄을 서있더라. 그래서 우린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옆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왔다. 레스토랑 분위기의 식당은 딱 봐도 비싸겠다는 느낌이 절로 들었다. 그래서 얼마나 비쌀까 하는 마음으로 메뉴판을 보니, 기본이 13.000원부터 시작하더라. 하지만 이번 여행 중 밖에서 사먹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기에, 고민할 것 없이 먹게 되었다. 우리는 15.000원에 맞춰 주문을 했는데, 돌솥비빔밥, 굴순두부국, 파스타, 치킨에 스파게티 소스가 얹힌 음식을 시켜서 먹었다. 아무래도 리조트는 객실 이용료로 이익을 남기기보다는 부대시설 이용료로 이익을 남기는 구조란 생각이 들었다.

 

 

  셔틀버스가 바로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 그걸 타고 가면 됐다.

 

 

인용

목차

사진

1. 겨울방학에 받은 첫 번째 과제, 날 멸망시킬 태풍

2. 겨울방학에 받은 두 번째 과제, 우물 안 개구리

3. 개학여행 그리고 자나 깨나 동파조심

4. 한파가 찾아온 날 떠나는 스키여행

5. 장갑사건과 스키복장에 관해

6. 도전엔 늘 불안이 따른다

7. 몸이란 타자와 소통하기

8. 처음 보드를 타며 速成의 문제점을 간파하다

9. 4년 만에 다시 시작된 교사 없는 학교

10. 치열한 토론의 순간, 우린 이 순간을 살아내고 있다

11. 두 번째로 보드를 타는 이의 각오

12. 두 번째 보드 도전기

13. 민석이의 도전

14. 현세의 도전

15. 그래 우리 한 걸음씩만 나가보자

16. 여행이 끝나갈 땐 늘 아쉽다

17. 흔들리되 방향성이 있는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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