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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발승암 기문 - 2. 가는 산마다 보이는 그 이름 본문

책/한문(漢文)

발승암 기문 - 2. 가는 산마다 보이는 그 이름

건방진방랑자 2020. 4. 1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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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는 산마다 보이는 그 이름

 

 

그 후 나는 나라 안의 명산들을 두루 돌아다닌바, 남으로는 속리산과 가야산, 西로는 천마산과 묘향산에 올랐다[각주:1]. 깊숙하고 외딴 곳에 이르러 세상 사람들이 도저히 올 수 없는 곳까지 왔다고 자부할 양이면 그때마다 늘 김홍연이 새겨 놓은 이름자가 눈에 들어오는 게 아닌가. 나는 화가 치밀어 이렇게 욕을 했다.

홍연이 어떤 놈이기에 감히 이리도 당돌한가!”

其後余遊歷方內名山, 南登俗離伽倻, 西登天摩妙香. 所至僻奧, 自謂能窮世人之所不能到, 然常得金所題. 輒發憤罵曰: “何物弘淵, 敢爾唐突耶?”

앞 단락에서 홍연에 대한 호기심을 보였다면, 이 단락에서는 홍연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분노가 명산의 외딴 곳에서 김홍연이라는 이름 석 자와 계속해서 조우함으로써 폭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암은 아직 김홍연이 누군지 알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명산에 새겨진 그 이름자를 자꾸 접하면서 이 인물에 점점 빠져 들어 간다. 이처럼 이 단락의 연암은 흥미롭게도 김홍연에 대해 실제로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하면서 김홍연에 대해 익히 잘 아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는, 그런 이상한 상황에 처해 있다.

 

연암은 35세 무렵 과거에의 뜻을 완전히 접었다. 이는 연암이 현실 속으로 들어가 입신立身하는 일, 벼슬을 통해 자신의 뜻을 현실에 펴는 일의 포기를 뜻한다. 연암은 왜 그랬을까? 그 직접적 계기는 절친한 벗 이희천의 죽음이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소완정이 쓴 여름날 벗을 방문하고 와에 답한 글(酬素玩亭夏夜訪友記)에서 이미 자세히 언급했으므로 다시 말하지 않는다.

연암이 이 무렵 산에 노닌 것은 과거 포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마도 그는 울적하고 답답한 마음을 풀기 위해 국내의 명산들에 두루 노닐었으며,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험한 곳이나 외딴 곳을 찾는 것으로 보람을 삼았던 듯하다. 하지만 그런 곳에 이르러 가쁜 숨을 가누고 주위를 살펴보면 그때마다 늘 김홍연이라는 이름 석 자가 새겨져 있는 게 아닌가! 아무도 온 적이 없는 곳이라 여겼는데 김홍연이 이미 다녀간 것이다. 매번 이러하매 연암은 드디어 분통을 터뜨리게 된다. 이 자식, 어떤 놈이기에 매번 이러는 거야! 바로 이런 심정이 이 단락에 표현되어 있다.

그렇기는 하지만, 연암의 분노와 욕설은 딱히 적대적인 성격의 것이라기보다 다소간 해학적인 면모를 띤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그 어조에서 그런 점이 느껴진다. 비록 화를 내면서이기는 하지만 연암은 김홍연에게 점점 더 다가서고 있다.

 

 

  

 

 

 

 

인용

목차

원문

작가 이력 및 작품

1. 바위에 이름을 새기는 부질없는 짓

2. 가는 산마다 보이는 그 이름

3. 옛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워

4. 가뭄의 단비처럼 제공된 김홍연의 개인정보

5. 왠지 남 같지 않다 했더니

6. 왈짜를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

7. 이름이 곧 존재라는 착각

8. 이름이 남길 바라는 허망함에 대해

9. 이름에 집착하는 유교, 그 너머

10. 김홍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백동수

11. 9년 만에 실제로 만나게 되다

12. 늙어서도 이름에 집착하며 기문을 부탁하다

13. ()에 드러난 사람에 대한 따스한 시선

14. 총평

 

 

 

  1. 연암은 35세 때인 1771년(영조 47) 과거科擧를 포기한 후 송도와 평양을 유람하며 천마산과 묘향산에 올랐으며, 남쪽으로는 속리산, 가야산, 화양동華陽洞, 단양 등지를 유람하였다. 연암이 백동수와 함께 황해도 금천의 연암협을 답사하여 그곳을 은거지로 정한 것도 바로 이때의 일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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