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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중간은 어디인가? - 4. 자네의 작품집은 여의주인가 말똥인가 본문

책/한문(漢文)

중간은 어디인가? - 4. 자네의 작품집은 여의주인가 말똥인가

건방진방랑자 2020. 3. 2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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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자네의 작품집은 여의주인가 말똥인가

 

말똥구리는 스스로 말똥을 사랑하여 여룡驪龍의 구슬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여룡도 또한 그 구슬을 가지고 저 말똥구리의 말똥을 비웃지 않는다.

자패子珮가 이를 듣고 기뻐하며 말하기를, “이것으로 내 시집의 이름을 삼을 만하다하며 마침내 그 시집을 이름지어 낭환집蜋丸集이라하고는 내게 서문을 부탁하였다.

蜣蜋自愛滾丸, 不羨驪龍之珠. 驪龍亦不以其珠, 笑彼蜋丸.

子珮聞而喜之曰: “是可以名吾詩.” 遂名其集曰蜋丸, 屬余序之.

말똥구리는 더러운 말똥을 사랑스런 보물이라도 되는 듯이 정성스레 굴린다. 말똥구리에게 있어 말똥은 여룡이 물고 있는 여의주보다 더 소중하다. 여룡이 여의주와 바꾸자 한들 거들떠 볼 까닭이 없다. 말똥구리에게 여의주는 무용지물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여룡에게는 여의주보다 소중한 것이 없다. 여의주가 있기에 온갖 조화와 신통력이 거기서 나온다. 그렇지만 말똥구리가 여의주를 부러워 않듯, 여룡은 제 여의주를 뻐기지 않는다. 각자 그저 그렇게 제 삶에 편안하게 살아간다.

여룡의 여의주는 천하에 귀한 물건이 되지만, 말똥구리의 말똥은 천하에 천해 빠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별지는 오직 인간에게만 있다. 그들은 앞서도 보았듯 까마귀는 검으니 더럽고 음흉하며, 해오라비는 희니 깨끗하고 고결하다고 믿는다. 믿기만 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그러한 인식을 강요한다. 그들은 어느 하나만을 보고는 전체라고 속단하며, 한 가지 척도만을 가지고 모든 것을 판단하려 든다. 그래서 이는 옷에서 생긴다고 하고 살에서 생긴다고 하며 내기를 걸고, 저 사람은 나막신이다, 아니다 가죽신이다로 논쟁을 벌인다. 그러나 그런가?

그러자 자패가 기뻐 앞으로 나서며, “선생님! 그 말씀이 참으로 좋습니다. 제 시집 제목을 낭환집蜋丸集이라 하겠습니다. 아예 내친 김에 서문까지 써주시지요.” 한다. 여기서 앞서 말한 장님의 비단옷과 밤길의 비단옷 이야기가 사실은 이 낭환집의 서문을 쓰기 위한 구실임을 알게 되었다.

 

 

내가 자패에게 일러 말하였다.

옛날에 정령위丁令威가 학이 되어 돌아왔지만 아무도 아는 자가 없었으니, 이 어찌 비단옷 입고 밤길을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태현경太玄經이 크게 유행했으나 이를 지은 양웅揚雄은 보지 못하였으니, 이 어찌 장님이 비단옷을 입은 것이 아니겠는가? 이 시집을 보고 한결같이 여룡의 구슬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그대의 나막신을 본 것이요, 한결같이 말똥으로 여긴다면 그대의 가죽신을 본 것이리라.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음은 정령위가 학이 된 것과 같고, 스스로 보지 못함은 양웅이 태현경을 지은 것과 한가지이다.

余謂子珮曰: “昔丁令威化鶴而歸, 人無知者. 斯豈非衣繡而夜行乎? 太玄大行, 而子雲不見, 斯豈非瞽者之衣錦乎? 覽斯集, 一以爲龍珠, 則見子之鞋矣, 一以爲蜋丸, 則見子之鞾矣. 人不知猶爲令威之羽毛, 不自見猶爲子雲之太玄.

다시 연암의 비유는 계속 이어진다. 정령위는 중국 옛 신선의 이름이다. 그는 신선술을 배워 익혀 마침내 학이 되어 훨훨 날아 하늘로 올라갔다. 그리하여 8백 년만에 인간 세상에 돌아왔으나 세상은 모두 변해 버려서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세상에 생존해 있지 않았다. 애석하구나! 정령위는 분명히 8백년을 살았는데, 그것을 증명해 줄 단 한 사람이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정령위는 자신이 8백살을 살았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해 보일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야 말로 밤길에 비단옷 입은 꼴이 아니겠는가?

양웅이 태현경을 지을 때 그의 벗이 그에게 와서 비웃었다. “여보게! 세상은 이제 주역도 어렵다고 읽지 않는데 자네의 그 책은 주역보다도 몇 배 더 어려우니 그 책을 출판한들 읽을 사람이 누구이겠는가? 뒷날 장독대의 덮개로나 쓰이지 않으면 다행일세 그려.” 그런데 막상 그 태현경은 양웅이 세상을 뜨자 당시에 베스트셀러가 되어 이른바 낙양의 지가紙價를 올리는 유명한 책이 되었다. 아깝구나! 양웅의 태현경은 분명코 베스트셀러가 되었지만 정작 양웅 그 자신은 그것을 볼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이것은 정녕 장님의 비단옷이 아니던가?

여보게, 자패! , 누가 자네의 낭환집을 읽고서 ! 이것은 여룡의 여의주처럼 주옥같은 작품들이로구먼.’ 했다고 치세. 그렇다면 그자는 자네의 나막신을 본 것일세. 에이, 이건 말똥만도 못한 수준 이하의 작품이야.’ 라고 했다고 하세. 그 또한 자네의 가죽신을 본 것일 뿐일세. 거기에 일희일비一喜一悲 할 것이 무에 있겠나? 학이 되어 돌아온 정령위도 사람들은 알아보지 못하는데, 양웅의 태현경을 어찌 스스로 알 수 있단 말인가? 여의주가 나은지 말똥이 좋은지는 난 도무지 모르겠네 그려. 자네 청허선생께나 가서 여쭈어 보지 그래?”

 

 

 

 

 

 

인용

목차

원문

작가 이력 및 작품

각자의 가치를 지닌 말똥과 여의주

1. 바른 견식은 어디서 나오나?

2. 이가 사는 곳

3. 짝짝이 신발

4. 자네의 작품집은 여의주인가 말똥인가

5. 중간에 처하겠다

5-1. 총평

6. 글의 생명은 진정성의 여부에 달렸다

7. 이 작품집에 나는 모르고 그대들만 아는 코골이는 알려주시라

7-1.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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