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한 제구(子罕 第九)
편해(篇解)
나는 도올서원에서 『논어』를 강의하면서 학생들에게 “『논어』의 핵은 「술이(述而)」와 「자한」이다”라고 곧잘 말하곤 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자한」에 오면 「태백」에서 느꼈던 답답함이 싹 걷혀버린다. 무엇인가 오리지날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이 자한」의 편집자는 일단 증자학파와는 무관한 타 직전제자계열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우리는 확연하게 알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30장의 내용은 전부가 공자 직전제자들의 구송으로 전해내려온 것이다.
‘자한(子罕)’이라는 편명은 임의성이 강하다. ‘공자 드물게’라는 단어구성방식이 어떤 전체적 개념을 담으려 한 노력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만큼 이 편의 내용도 어떤 통일성이나 일관성이 유지되기보다는 다양한 양식이 혼재되어 있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자한’이라는 편명도 ‘공자의 드물게 오리지날한 파편들’이라는 심오한 의미를 우리에게 암시하고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키무라는 이 편을 대체적으로 세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한다.
I | 1~15 용태, 자술 |
1~3 | 자(子)+자술 |
4~8 | 자(子)+자술 | ||
9~15 | 자(子)+자술(10, 안연자술) | ||
II | 16~23 호학 주제 |
16 | 자술 아니지만, 전 주제 암시 |
17~18 | 호학 주제의 공자 말 | ||
19~22 | 안연 주제, 호학 | ||
23 | 제자 격려. 호학. 자술 | ||
III | 24~30 자술, 교훈 |
24~26 | 자왈(子曰) 격언 |
27~29 | 자왈(子曰) 격언 | ||
30 | 시구 해석. 공자 교훈 |
상기의 표를 일람하면 알 수 있듯이 대체적으로 이 편은 공자의 자술이 주종을 이루며, 제I부분이 「술이(述而)」편과 같은 양식의 편집체제를 취하고 있다는 측면에서【「술이」는 자왈(子曰)+자(子)로 되어있지만, 「자한」은 자(子)+자왈(子曰)로 편집체제가 바뀌어 있을 뿐이다】, 「술이」편과 공통되는 성격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술이」편을 편집 하고 나서 남은 잡다한 자료를 다시 편집한 것이라는 가설도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그렇다고 「술이」보다 「자한」의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말은 아니다. 「자한」에 등장하 는 직전제자는 오직 자공(子貢, 6ㆍ12), 금뢰(琴牢, 6), 안연(顔淵, 10ㆍ19ㆍ20), 자로(子路, 11ㆍ26) 네 사람뿐이며, 이들은 금뢰를 제외하곤 모두 공자와 함께 장정의 고난을 같이한 역전의 용사들이며 말년 학단에서 압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던 거목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공자라는 인간의 형성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니까 이들 핵심적 직전제자들의 구송(口誦)이 전해진 만큼 이 편의 오리지날한 성격이 보장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여기에 나타나는 사건도 「술이」편에 나타나는 사건과 상통하는 것이 많다. 5장의 광(匡) 조난(遭難)은 「술이」 22의 송(宋) 조난과 상통하며, 11장의 공자 대병(大病)은 술이」 34와 상통하며, 그 외로도 다양한 시기가 대강 겹치고 있다.
그리고 이 편에 나오는 공자 격언의 상당수가 「학이(學而)」, 「옹야」, 「향당(鄕黨)」, 「안연(顔淵)」, 「헌문」, 「위령공」에도 중복해서 나오고 있는데 이것들을 비교해보면 동일 격언의 이전(異傳)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최소한 중출하는 이 편들은 편집가가 동일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큐자료를 마태와 누가가 다르게 베끼듯이, 그러한 현상을 여기서도 추측해볼 수 있다. 본 편에 대한 논의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공자의 자술이며, 공자의 삶에 대한 매우 오리지날한 정보를 포함한다.
2) 증자학파의 기술이 아니다.
3) 증자학파 외의 공자 직전제자의 구술이 전송된 것이다.
4) 시기는 자사(子思)시기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제4장은 곽점죽간「어총삼(語叢三)」에 나오고 있다.
5) 「술이(述而)」편과 상통한다. 같은 시기에 같은 그룹에 의하여 성립했을 것이다.
본 편은 30장으로 되어있다.
凡三十章.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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