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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시평 하권 - 39. 허엽 가문의 시 본문

문집/소화시평

소화시평 하권 - 39. 허엽 가문의 시

건방진방랑자 2021. 10. 29.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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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 허엽 가문의 시

 

 

許氏自麗朝埜堂以後, 文章益盛. 奉事, 是爲草堂. 草堂生三子, 其二, , 女號蘭雪軒. 之從叔知中樞輯, 再從兄忠貞公琮, 文貞公琛, 皆以文章鳴.

或傳許氏祖山有玉柱長丈餘, 椎碎之後, 文章遂絕云. 今摘各人一篇, 以見豹斑.

輯之實性寺詩曰: ‘梵宮金碧照山椒, 萬壑雲深一磬飄. 僧在竹房初入定, 佛燈明滅篆烟消.’

琮之夜坐卽事詩曰: ‘滿庭花月寫窓紗, 花易隨風月易斜. 明月固應明夜又, 十分愁思屬殘花.’

琛之春寒次太虛韻詩曰: ‘銅臺滴瀝佛燈殘, 萬壑松濤夜色寒. 喚起十年塵土夢, 擁爐新試小龍團.’

澣之村庄卽事詩曰: ‘春霖初歇野鳩啼, 遠近平原草色齊. 步啓柴門閒一望, 落花無數漲南溪.’

曄之箕城戱題詩曰: ‘許椽東來下界塵, 大平江上喚眞眞. 相將去作吹簫伴, 浮碧樓高月色新.’

篈之謫夷山詩曰: ‘經春鄕夢滯天涯, 四月湖山發杏花. 江路艸生看欲偏, 放臣憔悴泣懷沙.’

筠之義昌邸晩詠詩曰: ‘重簾隱映日西斜, 小院回廊曲曲遮. 疑是趙昌新畫就, 竹間雙雀坐秋花.’

蘭雪之夜坐詩曰: ‘金刀剪出篋中羅, 裁取寒衣手屢呵. 斜拔玉釵燈影畔, 剔開紅焰救飛蛾.’

 

 

 

 

해석

許氏自麗朝埜堂以後, 文章益盛.

허씨는 고려의 야당(埜堂)허금(許錦, ?~1388)의 호이며 전리판서(典理判書) 등을 맡았다. 이후로부터 문장이 더욱 좋아졌다.

 

奉事, 是爲草堂.

봉사(奉事)를 역임한 허한(許澣)이 허엽(許曄)을 낳았는데 이가 초당(草堂)이 되었다.

 

草堂生三子, 其二, , 女號蘭雪軒.

초당이 세 아들을 낳았는데 둘째가 허봉(許篈), 막내가 허균(許筠), 딸이 허난설헌(許蘭雪軒)이다.

 

之從叔知中樞輯, 再從兄忠貞公琮, 文貞公琛, 皆以文章鳴.

허한(許澣)의 종숙인 지중추부사(知中樞府使)를 지낸 허집(許輯)과 재종형인 충정공(忠貞公) 허종(許琮)과 문정공(文貞公) 허침(許琛)은 모두 문장으로 세상에 유명해졌다.

 

或傳許氏祖山有玉柱長丈餘, 椎碎之後, 文章遂絕云.

혹 전하기론 허씨의 조상 산에 옥 기둥의 길이가 1장여 남짓인데 허균이 쇠몽둥이로 부순 후로 문장이 마침내 끊어졌다고도 한다.

 

今摘各人一篇, 以見豹斑.

이제 각 사람들의 한 편을 뽑아 시문의 아름다움표반(豹斑): 산림에 숨어사는 표범의 무늬처럼 시문이 아름다운 것을 뜻하는 말이다. 열녀전(烈女傳) 현명(賢明)남산의 현표(玄豹)7일의 무우(霧雨)에도 먹이를 찾아 내려가지 않는 것은 그 털을 윤택하게 하여 문장을 이루고자 함이다.”라는 말이 있다.을 보인다.

 

輯之實性寺詩曰: ‘梵宮金碧照山椒, 萬壑雲深一磬飄. 僧在竹房初入定, 佛燈明滅篆烟消.’

허집(許輯)실성사(實性寺)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梵宮金碧照山椒 사찰의 금빛과 푸름은 산 마루에 비추고
萬壑雲深一磬飄 온 골짜기 구름 깊은 곳 한 경쇠소리 날리네.
僧在竹房初入定 스님은 대나무 방에 있어 막 선정에 드니
佛燈明滅篆烟消 사찰의 등불 켜졌다 꺼졌다 연기는 사라져 가네.

 

琮之夜坐卽事詩曰: ‘滿庭花月寫窓紗, 花易隨風月易斜. 明月固應明夜又, 十分愁思屬殘花.’

허종(許琮)야좌즉사(夜坐卽事)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滿庭花月寫窓紗 정원에 가득한 꽃과 달이 비단 창에 쏟아졌다가
花易隨風月易斜 꽃은 쉽게 바람 따라 날고 달은 쉽게 기우네.
明月固應明夜又 밝은 달은 진실로 응당 환한 밤이 또 올 테지만
十分愁思屬殘花 가득한 근심스런 생각은 진 꽃에 붙었구나.

 

琛之春寒次太虛韻詩曰: ‘銅臺滴瀝佛燈殘, 萬壑松濤夜色寒. 喚起十年塵土夢, 擁爐新試小龍團.’

허침(許琛)춘한차태허운(春寒次太虛韻)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銅臺滴瀝佛燈殘 구리 누대의 물방울 떨어지고 사찰의 등불은 꺼지며
萬壑松濤夜色寒 온 골짜기 소나무에 파도쳐 밤 빛 차가워.
喚起十年塵土夢 10년 동안의 속세 꿈을 불러 일으켜
擁爐新試小龍團 화로 끼고서 새로 소룡단을 시험해보네.

 

澣之村庄卽事詩曰: ‘春霖初歇野鳩啼, 遠近平原草色齊. 步啓柴門閒一望, 落花無數漲南溪.’

허한(許澣)촌장즉사(村庄卽事)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春霖初歇野鳩啼 봄 부슬비 막 개어 들판의 비둘기 울고
遠近平原草色齊 멀고 가까운 평원엔 풀색이 같아졌네.
步啓柴門閒一望 걸어 사립문 열고서 한가롭게 한 번 바라보니
落花無數漲南溪 낙화 무수하고 남쪽 시냇물 불어났구나.

 

曄之箕城戱題詩曰: ‘許椽東來下界塵, 大平江上喚眞眞. 相將去作吹簫伴, 浮碧樓高月色新.’

허엽(許曄)기성희제(箕城戱題)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許椽東來下界塵 허연이 하계 속세에 놀러와서
大平江上喚眞眞 대동강 가에서 진진을 불러
相將去作吹簫伴 서로 어울리다가 떠날 적에 퉁소 부는 짝 되어주니
浮碧樓高月色新 부벽루의 높은 달빛 새로워라.

 

篈之謫夷山詩曰: ‘經春鄕夢滯天涯, 四月湖山發杏花. 江路艸生看欲偏, 放臣憔悴泣懷沙.’

허봉(許篈)적이산(謫夷山)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經春鄕夢滯天涯 봄 지나도록 고향의 꿈으로 하늘 가에 머무는데
四月胡山發杏花 4월 오랑캐의 산에 살구나무꽃 피었네.
江路草生看欲遍 강길에 난 풀이 두루 피려는 걸 보노라니
放臣憔悴泣懷沙 추방된 신하는 초췌하게 회사(懷沙)에 눈물짓네.

 

筠之義昌邸晩詠詩曰: ‘重簾隱映日西斜, 小院回廊曲曲遮. 疑是趙昌新畫就, 竹間雙雀坐秋花.’

허균(許筠)의창저만영(義昌邸晩詠)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重簾隱映日西斜 겹겹의 발에 은은히 비추며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
小院回廊曲曲遮 작은 집의 회랑은 굽이굽이 가려지네.
疑是趙昌新畫就 조창의 새로운 그림이 그려진 듯이
竹間雙雀坐秋花 대나무 사이 두 마리 참새가 가을 꽃에 앉았네.

 

蘭雪之夜坐詩曰: ‘金刀剪出篋中羅, 裁取寒衣手屢呵. 斜拔玉釵燈影畔, 剔開紅焰救飛蛾.’

허난설(許蘭雪)야좌(夜坐)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金刀翦出篋中羅 상자 속의 비단을 쇠칼로 잘라
裁取寒衣手屢呵 겨울옷을 다 지으려 손에 자주 입김을 불어대네.
斜拔玉釵燈影畔 옥 비녀를 등불 그림자 곁에서 비끼어 뽑아
剔開紅焰救飛蛾 붉은 불꽃을 없애 날던 나방을 구해주네.

 

 

인용

목차 / 작가 / 서설

한시사 / 한시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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