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주나라의 토지 지급과 봉급제도
5b-2. 북궁기(北宮錡)【북궁(北宮)이 복성(複姓)이고 기(錡)가 명이다. 위나라 사람이라고 조기 주에 기술되어 있다. 맹자가 대화 중에 자기를 ‘가(軻)’라고 본명으로 칭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북궁기는 맹자의 제자가 아닌 것이 확실하다】가 물어 말하였다: “주(周) 나라 왕실에서는 작위(爵位)와 봉록의 차등을 매긴 제도가 어떻게 되어 있었습니까?” 5b-2. 北宮錡問曰: “周室班爵祿也, 如之何?”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그 자세한 실제 정황은 이미 정확히 알 수가 없습니다. 후세의 제후들이 토지를 겸병하고 신분을 참월하는 짓들을 많이 했기 때문에 그 제도가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하면, 그 주나라 제도가 쓰여져 있는 전적들을 다 불살라 인멸시켜 버렸습니다. 그러나 저 가(軻)【맹자의 본명, 1b-16, 5b-2, 6b-4에 나온다】가 일찍이 들은 바의 대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孟子曰: “其詳不可得聞也. 諸侯惡其害己也, 而皆去其籍. 然而軻也, 嘗聞其略也. 먼저 천자(天子)가 한 위(位), 공(公)이 한 위(位), 후(侯)가 한 위(位), 백(伯)이 한 위(位), 그리고 자(子)와 남(男)이 같은 한 위(位), 모두 5등의 위(位)가 있습니다. 그 다음 제후의 봉토 내에서는 군(君)이 한 위(位), 경(卿)이 한 위, 대부(大夫)가 한 위(位), 상사(上士)가 한 위(位), 중사(中士)가 한 위(位), 하사(下士)가 한 위(位), 모두 6등의 위가 있습니다. 天子一位, 公一位, 侯一位, 伯一位, 子ㆍ男同一位, 凡五等也. 君一位, 卿一位, 大夫一位, 上士一位, 中士一位, 下士一位, 凡六等. 다음으로 천자(天子)의 직할지는 사방 천 리, 공(公)과 후(侯)의 토지는 둘 다 사방 백 리, 백(伯)은 사방 70리, 자(子)와 남(男)은 사방 50리, 무릇 4등급이 있습니다【『예기』 「왕제」에는 지(地)가 전(田)으로 되어있다. 그러니까 봉록 의 개념으로서의 농지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이하로서는 사방 50리가 안 되는 소국으로서 직접 조정에 참근(參覲)하여 천자를 뵈올 수 있는 자격을 갖지 못하며 제후에 부속되어 있는 나라를 부용(附庸)이라 부릅니다【용(庸)은 용(墉)과 같은 것으로 토성의 의미이다】. 天子之制, 地方千里, 公ㆍ侯皆方百里, 伯七十里, 子ㆍ男五十里, 凡四等. 不能五十里, 不達於天子, 附於諸侯, 曰附庸. 천자(天子)에 속한 경(卿)이 받는 봉지(封地)는【여기 봉지(封地)는 세수(歲收)의 봉록을 의미한다】 후(侯)를 기준으로 하며(그러니까 사방 백 리), 대부가 받는 봉지(封地)는 백(伯)을 기준으로 하며(사방 70리), 원사(元士=상사上士)가 받는 봉지는 자(子)와 남(男)을 기준으로 합니다(사방 50리). 天子之卿受地視侯, 大夫受地視伯, 元士受地視子ㆍ男. 공(公)ㆍ후(侯)의 대국의 경우, 그 토지는 사방 백 리인데, 주군(主君)은 경(卿)이 받는 봉록의 10배를 받고, 경의 봉록은 대부(大夫)의 4배를 받고, 대부는 상사(上士)의 2배를 받고, 상사는 중사(中士)의 2배를 받고, 중사는 하사(下士)의 2배를 받고, 하사는 평민(=서인庶人)으로서 관(官)에 있는 자가 받는 봉록과 같은 봉록을 받습니다. 그 봉록이란 한 남자가 백묘의 땅을 농사지어 얻는 수입과 같습니다. 大國地方百里, 君十卿祿, 卿祿四大夫, 大夫倍上士, 上士倍中士, 中士倍下士, 下士與庶人在官者同祿, 祿足以代其耕也. 그 다음으로는 사방 70리가 되는 백작의 나라인데, 군(君)은 경(卿)이 받는 봉록의 10배를 받고, 경이 받는 봉록은 대부(大夫)의 3배를 받고, 대부는 상사(上士)의 2배, 상사는 중사(中士)의 2배, 중사는 하사(下士)의 2배, 하사는 평민으로서 관(官)에 있는 자가 받는 봉록과 같은 봉록을 받습니다. 그 봉록이란 한 남자가 농사지어 얻는 수입과 같습니다. 次國地方七十里, 君十卿祿, 卿祿三大夫, 大夫倍上士, 上士倍中士, 中士倍下士, 下士與庶人在官者同祿, 祿足以代其耕也. 다음으로는 사방 50리의 토지가 있는 자작ㆍ남작의 소국(小國)인데, 군(君)은 경(卿)이 받는 봉록의 10배를 받고, 경이 받는 봉록은 대부(大夫)의 2배를 받고, 대부는 상사(上士)의 2배, 상사는 중사(中士)의 2배, 중사는 하사(下士)의 2배, 하사는 평민으로서 관(官)에 있는 자가 받는 봉록과 같은 봉록을 받습니다. 그 봉록이란 한 남자가 백묘(百畝)의 땅을 농사지어 얻는 수입과 같습니다. 小國地方五十里, 君十卿祿, 卿祿二大夫, 大夫倍上士, 上士倍中士, 中士倍下士, 下士與庶人在官者同祿, 祿足以代其耕也. 최하 서민의 실제 경작자가 얻는 땅은 한 남자가 백묘(百畝)를 받습니다. 그러나 같은 백묘라 할지라도 거름을 주고 관개시설을 잘하는 데 따라 상ㆍ중ㆍ하의 구분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상농부(上農夫)는 식구 사람을 먹일 수 있으며 다음 급의 상농부는 사람을 먹일 수 있습니다. 중농부(中農夫)는 식구 7사람을 먹일 수 있으며 다음 급의 중농부는 식구 6사람을 먹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하농부(下農夫)는 식구 5사람을 먹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같은 백묘의 땅이라도 수입은 5등급의 차등이 있습니다. 평민으로서 관(官)에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사람의 직무와 능력에 따라 5등급의 차등이 있게 됩니다.” 耕者之所獲, 一夫百畝. 百畝之糞, 上農夫食九人, 上次食八人, 中食七人, 中次食六人, 下食五人. 庶人在官者, 其祿以是爲差.” |
여기 맹자가 말하는 제도의 키포인트는 어떠한 경우에도 최하 100묘의 땅을 보장한다는 균일한 최저임금선을 긋고 있다는 것이다. 나라의 사이즈에 따라 윗 작위에 있는 사람들은 많은 봉록을 받지만 그것도 착취가 아닌 동일한 비례에 의한 것이다. 합리적인 원칙이 있는 제도라고 할 것이다.
여기 맹자의 답변에서 상당히 리얼하고도 중요한 정보가 하나 있다. 즉 맹자의 시대만 해도, 이상적 주나라 제도에 관해서 확실한 정보가 아무 것도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이미각 제후국에서 자기들에게 불리한 전적을 다 인멸시켜서 확실한 근거가 있는 제도를 말하기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지금 주나라 제도의 이상질서를 써놓은 것으로서 우리는 『주관(周官)』 즉 『주례』를 들고 있으나, 재미있게도 『주례』에서 말하는 제도는 전혀 맹자가 말하는 제도와 일치하지 않는다. 그런데 『예기』 「왕제」에 쓰여져있는 제도는 맹자의 기술과 거의 동일하다. 나는 『주례』를 왕망(王莽)과 유흠이 자기들의 정치이상을 표달(表達)하기 위하여 만든 특별한 이념서로 간주한다. 그 근거가 되는 많은 고제(古制)를 참작(參酌)은 했을 것이지만, 그것은 새로운 왕조를 개창하기 위한 이념의 표현이다. 따라서 맹자가 기술하는 것이 훨씬 더 고례의 리얼리티에 접근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제도사에 관하여 이 정도의 담론을 쏟아낼 수 있다는 것은 평소 맹자의 역사지식이 얼마나 세밀한 구석에까지 미치고 있었나 하는 것을 예증해 준다. 역사학자로서의 맹자의 학문적 깊이를 말해주고 있다. 젊은 날 노나라, 그리고 제나라에 유학하면서 맹자는 이러한 다양한 사유에 천착했을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맹자가 지적하듯이 ‘아무도 모른다’는 데 있다. 그러나 당대에 내려오는 여러 구전을 통하여 구성해보면 이러이러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러한 재구성(reconstruction)의 시도가 맹자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처럼, 당대의 사상가들이 그러한 시도를 했을 것이다. 그것이 예기의 「왕제」편에 기술되고, 『순자(荀子)』의 「왕제」편에도 기술되고, 최종적으로는 전 한 말기에 유흠에 의하여 시도된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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