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세 가지 세금과 운용에 대해
7b-27.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한 나라가 인민들로부터 징수할 수 있는 것은 크게 다음의 3가지가 있다. 첫째가 포루지정(布縷之征)【조기는 포(布)는 군졸들이 옷 입는 데 쓰는 천이고 루(縷)는 개갑(鎧甲)을 꿰매는 데 쓰는 실이라 하였다. 일반적으로는 포백(布帛)을 의미한다】이요, 둘째가 속미지정(粟米之征)【조기는 군량미라고 했다. 조기는 전쟁 때문에 세금징수가 불필요하게 늘어난다는 맥락을 강조하기 위하여 그렇게 해설한 것이다】, 셋째가 력역지정(力役之征)【근로봉사, 즉 노동력의 제공】이다. 훌륭한 통치자는 이 셋 중에서 하나만을 징수하고 나머지 둘은 유예한다. 만약 통치자가 이 셋 중에서 둘을 동시에 징수해도 인민 중에서는 아사자(餓死者)가 속출한다. 만약 셋을 동시에 다 징수한다면 가족이 해체되어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7b-27. 孟子曰: “有布縷之征, 粟米之征, 力役之征. 君子用其一, 緩其二. 用其二而民有殍, 用其三而父子離.” |
후대의 조(租)ㆍ용(庸)ㆍ조(調)라는 개념의 원형이 여기 나타나고 있음 을 볼 수 있다. 조(租)는 토지를 대상으로 하는 곡물의 부과이며, 조(調)는 호(戶)를 대상으로 하는 토산물의 부과이며, 용(庸)은 역(役) 대신 물납(物納)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여기서 말하는 포루지정(布縷之征)은 조(調)에 속미지정(粟米之征)은 조(租)에 력역지정(力役之征)은 용(庸)에 해당된다.
포루지정 布縷之征 |
조(調) | 특산물 공물(貢物) |
속미지정 粟米之征 |
조(租) | 곡식 전조(田租) |
력역지정 力役之征 |
용(庸) | 노동력 요역(徭役) |
맹자는 이 조(調)ㆍ조(租)ㆍ용(庸)을 동시에 다 징수해서는 아니 되고 이 중 하나만을 징수해야 한다고 했으니 우리나라 조선왕조의 세제(稅制)에 비교해보면 터무니없이 가벼운 세제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조선왕조의 가렴주구가 얼마나 심했나 하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율곡이 공물방납(貢物防納)의 폐단을 없애기 위하여 그토록 애타게 건의한 수미법(收米法)조차도 선조에 의하여 묵살되었다. 맹자가 말하는 포루지정(布縷之征) 즉 조(調)에 해당되는 것이 공물(貢物)이었다. 결국 임란 이후부터 서서히 대동법이 실시되기 시작하여 그 염원이 부분적으로 실현되었지마는 율곡은 이미 해주지방에서 실험하여 확실한 효과를 보았던 것이다.
어떤 주석가들은 조ㆍ용ㆍ조는 동시에 다 거두어야 하는 것인데 그 중 하나만 걷으라고 하는 맹자가 이상하다라고 말하니 참으로 한심하다. 후대의 제도의 상식을 가지고 맹자를 비판할 것이 아니라 맹자의 원칙을 가지고 후대의 과도한 세제를 맹공(猛攻)해야 할 것이다. 주희는 포루(布縷)는 여름에, 속미(粟米)는 가을에, 력역(力役)은 겨울에라고 하여 계절에 맞추어 거두라는 뜻으로 새겼으나, 맹자는 일 년에 시(時)ㆍ공(空)의 상황에 따라 이세 측면의 하나만 징수하라는 뜻으로 말한 것이 분명하다. 이와 같은 맹자의 주장은 후대의 주석가들에 의하여 왜곡될 수밖에 없었다. 맹자를 논거로 하여 세정을 비판하는 논의를 찾아보기 힘들다. 다산도 이 논의를 ‘부(賦)’의 세 종류를 논한 것으로 보았으니 대의를 파악하지 못한 협애한 논의일 뿐이다. 후대의 번쇄한 개념적 틀 속에서 맹자의 웅혼하고 유연하며, 오리지날한 일반개념을 체득하지 못한 결과이다. 여기서 맹자가 말하는 ‘정(征)’이란 특수한 세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징수’에 해당되는 일반용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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