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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맹자한글역주, 진심장구 하 - 28. 정치를 하려는 사람에게 본문

고전/맹자

맹자한글역주, 진심장구 하 - 28. 정치를 하려는 사람에게

건방진방랑자 2023. 1. 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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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 정치를 하려는 사람에게

 

 

7b-28.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한 나라의 제후가 보배로 삼아 야 할 것은 오직 셋밖에는 없다: 토지(土地)와 인민(人民)과 정사(政事)이다. 주옥(珠玉)과 같은 물질적 가치를 보배로 생각하는 군주에게는 반드시 재앙이 그 몸에 미친다.”
孟子曰: “諸侯之寶三: 土地, 人民, 政事. 寶珠玉者, 殃必及身.”

 

매우 간략하지만 매우 충격적인 로기온자료라 아니 할 수 없다. 맹자의 말년의 사유의 깊이를 나타내주는 명언이다. 여기 근세 국가(state) 이론으로서 자주 거론되는 영토(territory), 국민(nation), 주권(sovereignty)의 원초적 발상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맹자는 한 국가라는 개념을 오늘날의 민족국가(nation state)와도 같은 매우 확고한 시스템으로 생각한 것이 아니라 매우 유동적인 개념으로 생각하였다. 따라서 여기 토지는 오늘날의 영토개념과는 다르다. 땅이 있고 땅을 개간하고 관리하는 인민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인민에게 질서감을 주는 통치권력이 있어야 한다.

 

이 제3에 해당되는 주권(sovereignty)’의 개념이 ()’으로 되어있지 않고 정사(政事)’로 되어있다는 것이 맹자 정치철학의 위대함이다. 다시 말해서 주권의 주체로서의 최고권력자를 오히려 뒤로 후퇴시키고 정사(政事)’ 즉 통치행위(government), 그 추상적 정강정책만을 보배라고 말한 것이다. 맹자에게 있어서 정사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인정(仁政)일 뿐이다. 따라서 맹자의 주권개념은 유일ㆍ절대ㆍ영속ㆍ불가분의 응집적 우월 권위가 아닌 인민주권의 개념에 더 가깝다고 할 것이다.

 

맹자보다도 후대인 순자의 국가개념을 보면, 치사2편에 다음의 4가지를 구성요소로 본다: 1)영토[] 2) 국민[] 3) [道法] 4) 군주(君主). 이것을 국가의 성립근본[국가지작(國家之本作)]’이라고 하였다. 순자는 명료하게 법치(法治)’를 인정하고, 그 법을 강행할 수 있는 절대권력 주권을 인정한 것이다. ‘성악설(性惡說)’에 기초한 순자의 이론이 나아가는 필연적 루트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순자의 사상을 이사(李斯)가 받았고, 이사가 진시황의 체제를 만들었다. 그러나 인간 개개인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가지고 있는 맹자는 법을 배제하고 도덕적 정치행위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정치행위의 주체의 권위는 궁극적으로 그 주체 자체에 내재하는 것이 아니다.

.

주옥(珠玉)을 보()로 삼는 자에 관한 이야기는 전국시대 문헌에 많이 나온다. 국어(國語)초어(楚語) 7에 보면 초나라의 대부 왕손어(王孫圉)가 진()나라를 방문했을 때, 진정공(晋定公)이 연회를 베풀어 그를 환대했다. 이때 진나라의 수상인 조간자(趙簡子)가 소리가 나는 패옥을 차고 상견례를 하면서 왕손어에게 묻는다: “초나라의 보물 백형(白珩)()’은 편경 모양의 작은 패옥이다이 아직도 있습니까?”

있습니다.”

그것은 초나라의 국보라 하는데 도대체 몇 대나 전해져 내려온 것이오?”

 

그러자 초나라의 대부 왕손어(王孫圉)는 초나라는 그 따위 보석 따위를 국보로 삼은 적은 없다고 하면서 진정한 보물은 초나라를 지키는 유능한 인재들일 뿐이라는 장황한 논설을 편다. 백형(白珩)은 선왕(先王)이 가지고 놀던 완물(玩物)에 불과한 것인데 어찌 그런 것을 보물로 여기겠냐고 말한다. 그러면서 넌지시 조간자의 허리에 찬 소리나는 패옥을 빗대어,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찬란한 패옥 따위는 우리 초나라가 비록 만이(蠻夷)이기는 하나 보물로 여기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대학16나의 고본대학장수임에도 실려있다. 그리고 중이(重耳)를 도와 패업을 달성한 중 이의 외삼촌 구범(舅犯)이 한 말이 같이 실려있다: “조국으로부터 쫓겨난 망명자인 당신이 보배로 삼을 물건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소. 오직 인덕 있는 가까운 사람들만을 보배로 삼으시오[亡人無以爲寶, 仁親以爲寶].”

 

그리고 앞서1a-6옥안(沃案) 속에서 언급 말했듯이 제위왕(齊威王)과 양혜왕(梁惠王)이 회동하여 수렵을 즐기면서 한 이야기도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양혜왕이 자기 나라에는 앞뒤로 수레 12승을 환하게 비출 수 있는, 직경 1촌이나 되는 찬란한 보석이 10개나 있다고 자랑하니까, 제위왕은 탁월한 신하 4인의 바른 정치를 예로 들면서 이 네 신하야말로 천리를 밝히는 보물들이라고 면박을 준다사기(史記)』 「전경중완세가(田敬仲完世家). 모두 유가의 인치(人治) 사상을 강렬하게 표방한 언어라고 할 것이다. 아무리 제도가 잘되어 있다 할지라도 문제는 그것을 운영하는 인간의 됨됨이에 달린 것이다.

 

여기 주옥을 보배로 삼는다는 것은 통치자가 토지ㆍ인민ㆍ정사를 보배로 삼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향락을 꾀하기 위하여 보석같은 재화 를 인 마이 포켓(In my pocket)할 생각만 하면 결국 재앙이 미친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정치현실을 그대로 말해주는 명언이라 할 것이다. 토지는 개발하여 망가뜨리기만 할 뿐이요, 인민은 쥐어짜낼 대상일 뿐이며, 정사(政事)라는 것은 대국과 대기업에 의존하여 나라를 팔아먹지 못해 안달하는 정책일 뿐이다. 그리고 대통령이라는 자가 국가의 공적 재원을 사유화하여 주옥을 챙길 뿐이니, 어찌 이를 21세기 데모크라시(democracy)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러고도 그것을 방관하고 방조하는 대중의 왜곡된 행태는 과연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인용

목차 / 맹자

전문 / 본문

중용 강의

논어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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