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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열하일기 산장잡기 - 3.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 본문

문집/열하일기

열하일기 산장잡기 - 3.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

건방진방랑자 2021. 11. 13.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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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하를 하룻밤에 아홉 번이나 건너며 깨달은 것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

 

박지원(朴趾源)

 

 

거침없이 흐르는 황하

河出兩山間, 觸石鬪狼. 其驚濤駭浪憤瀾怒波哀湍怨瀨, 犇衝卷倒, 嘶哮號喊, 常有摧破長城之勢. 戰車萬乘, 戰騎萬隊, 戰砲萬架, 戰鼓萬坐, 未足諭其崩塌潰壓之聲. 沙上巨石屹然離立, 河堤柳樹, 窅冥鴻濛, 如水祗河神爭出驕人, 而左右蛟螭試其挐攫也. 或曰此古戰場故河鳴然也, 此非爲其然也. 河聲在聽之如何爾.

 

내 감정이 소리를 변화시키네

余家山中, 門前有大溪. 每夏月急雨一過, 溪水暴漲, 常聞車騎砲鼓之聲, 遂爲耳崇焉. 余嘗閉戶而臥, 比類而聽之. 深松發籟此聽雅也, 裂山崩崖此聽奮也, 群蛙爭吹此聽驕也, 萬筑迭響此聽怒也, 飛霆急雷此聽驚也, 茶沸文武此聽趣也, 琴諧宮羽此聽哀也, 紙牕風鳴此聽疑也. 皆聽不得其正, 特胸中所意設而耳爲之聲焉爾.

 

폭우로 물이 불어나다

今吾夜中一河九渡. 河出塞外, 穿長城, 會楡河潮河黃花鎭川諸水, 密雲城下爲白河. 余昨舟渡白河, 乃此下流. 余未入遼時, 方盛夏行烈陽中, 而忽有大河當前, 赤濤山立, 不見涯涘. 蓋千里外暴雨也.

 

사람들이 강을 건널 때 하늘을 바라보는 이유

渡水之際, 人皆仰首視天, 余意諸人者, 仰首黙禱于天. 久乃知渡水者, 視水洄駛洶蕩, 身若逆溯, 目若沿流, 輒致眩轉墮溺. 其仰首者非禱天也, 乃避水不見爾. 亦奚暇黙祈其須臾之命也哉.

 

시각이 사라지자 청각이 지배한다

其危如此而不聞河聲. 皆曰遼野平廣故水不怒鳴, 此非知河也. 遼河未嘗不鳴, 特未夜渡爾. 晝能視水故, 目專於危, 方惴揣焉, 反憂其有目, 得安有所聽乎? 今吾夜中渡河, 目不視危, 則危專於聽. 而耳方惴揣焉, 不勝其憂.

 

물에 떨어질 각오를 하자 도리어 찾아온 평화

吾乃今知夫道矣. 冥心者, 耳目不爲之累; 信耳目者, 視聽彌審而彌爲之病焉. 今吾控夫足爲馬所踐則, 載之後車, 遂縱鞚浮河, 攣膝聚足於鞍上, 一墜則河也. 以河爲地, 以河爲衣, 以河爲身, 以河爲性情, 於是心判一墮, 吾耳中遂無河聲. 凡九渡無虞, 如坐臥起居於几席之上.

 

눈과 귀에 현혹되지 마라

昔禹渡河, 黃龍負舟, 至危也. 然而死生之辨, 先明於心, 則龍與蝘蜓不足大小於前也. 聲與色外物也, 外物常爲累於耳目, 令人失其視聽之正, 如此. 而況人生涉世, 其險且危, 有甚於河, 而視與聽, 輒爲之病乎! 吾且歸吾之山中, 復聽前溪而驗之. 且以警巧於濟身, 而自信其聰明者.

 

 

 

 

 

해석

 

거침없이 흐르는 황하

 

河出兩山間, 觸石鬪狼.

황하는 양쪽 산의 사이에서 나와 바위에 부딪히며 사납게 흐른다.

 

其驚濤駭浪憤瀾怒波哀湍怨瀨,

그 놀란 파도와 성난 물결과 서글픈 여울과 원망스런 여울은

 

犇衝卷倒,

내달리고 충돌하며 거두고 거꾸러뜨리며

 

嘶哮號喊, 常有摧破長城之勢.

울부짖고 소리 질러 항상 만리장성을 꺾어 부셔버릴 기세가 있다.

 

戰車萬乘, 戰騎萬隊,

전차 만승과 전투용 말 일만 부대와

 

戰砲萬架, 戰鼓萬坐,

전투용 포 만대와 전투용 북 만개로도

 

未足諭其崩塌潰壓之聲.

붕괴시키고 무너뜨릴 소리를 비유하기에 충분치 못하다.

 

沙上巨石屹然離立,

모래 위의 커다란 바위가 우뚝하게 떨어져 서 있고

 

河堤柳樹, 窅冥鴻濛,

물가 방죽의 버드나무는 아득히 흐늘흐늘하니,

 

如水祗河神爭出驕人,

마치 수신과 하천의 신이 다투어 나와 사람을 놀래키고

 

而左右蛟螭試其挐攫也.

좌우로 교룡과 이무기가 덥석 잡으며 낚아챌 것만 같다.

 

或曰此古戰場故河鳴然也,

그래서 혹자는 옛날에 전쟁터였기에 물의 울림이 그러합죠.”라고 하는데,

 

此非爲其然也. 河聲在聽之如何爾.

이것은 그것 때문이 아니라 물소리 듣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있을 뿐이다.

 

 

 

내 감정이 소리를 변화시키네

 

余家山中, 門前有大溪.

우리 집은 산속에 있어 문 앞에 큰 시냇물이 있다.

 

每夏月急雨一過, 溪水暴漲,

매해 여름에 폭우가 한 번 지나면 시냇물이 급작스럽게 불어나

 

常聞車騎砲鼓之聲, 遂爲耳崇焉.

항상 전차소리, 기마병소리, 포소리, 북소리가 들려 마침내 귀의 빌미가 되었다.

 

余嘗閉戶而臥, 比類而聽之.

그래서 나는 일찍이 문을 닫아걸고 누워서 종류를 견주어가며 그것을 들어보았다.

 

深松發籟此聽雅也,

깊은 소나무 숲에서의 퉁소소리는 맘이 고요한 데서 들었기 때문이고,

 

裂山崩崖此聽奮也,

산이 무너지고 벼랑이 꺼지는 것은 화냄으로 들었기 때문이며,

 

群蛙爭吹此聽驕也,

뭇 개구리가 다투어 울어대는 것은 교만함으로 들었기 때문이고

 

萬筑迭響此聽怒也,

온갖 악기가 번갈아 연주하는 것은 성질남으로 들었기 때문이며,

 

飛霆急雷此聽驚也,

우렁찬 우레와 찢어질 듯한 번개는 놀람으로 들었기 때문이고,

 

茶沸文武此聽趣也,

차가 끓고 문장으로 다투는 것은 정취로 들었기 때문이며,

 

琴諧宮羽此聽哀也,

거문고가 5음에 마땅한 것은 슬픔으로 들었기 때문이고,

 

紙牕風鳴此聽疑也.

종이창에 바람이 울어대는 것은 의심함으로 들었기 때문이다.

 

皆聽不得其正,

모두 들음에 올바름을 얻지 못한 것은

 

特胸中所意設而耳爲之聲焉爾.

다만 가슴 속의 생각한 것으로 귀가 소리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폭우로 물이 불어나다

 

今吾夜中一河九渡.

지금 우리는 밤중에 황하를 아홉 번이나 건넌다.

 

河出塞外, 穿長城,

황하는 변방의 바깥에서 나와 장성을 뚫고

 

會楡河潮河黃花鎭川諸水,

회화와 조하와 황화와 진천의 온갖 물을 받아들여

 

密雲城下爲白河.

밀운성 아래를 지나 백하가 된다.

 

余昨舟渡白河, 乃此下流.

나는 어제 배로 백하를 건넜는데 곧 여기가 하류인 셈이다.

 

余未入遼時, 方盛夏行烈陽中,

우리가 요동땅에 들어가지도 않았던 시기는 곧 한 여름이라 땡볕에 가다가

 

而忽有大河當前,

갑자기 크나큰 물줄기가 마땅히 앞에 있으니

 

赤濤山立, 不見涯涘.

붉은 파도가 산처럼 일어나며 끝조차 보이지 않았다.

 

蓋千里外暴雨也.

아마도 천리 밖에 폭우가 내렸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이 강을 건널 때 하늘을 바라보는 이유

 

渡水之際, 人皆仰首視天,

강을 건널 때에 사람들은 모두 머리를 치켜들고 하늘을 보고 있어,

 

余意諸人者, 仰首黙禱于天.

나는 저 사람들이 머리를 들고 묵묵히 하늘님에게 비는 것이로구나.’라고 생각했다.

 

久乃知渡水者, 視水洄駛洶蕩,

그러나 곧 알게 되었으니 물을 건너는 사람들이 물의 소용돌이와 용솟음치는 것을 보면

 

身若逆溯, 目若沿流,

몸이 거슬러 가는 것 같고, 눈이 물결따라 가는 것 같아

 

輒致眩轉墮溺.

문득 어지러워지며 떨어져 빠진다는 것이다.

 

其仰首者非禱天也,

그러니 고개를 치켜들고 하늘님에 빈 것이 아니라

 

乃避水不見爾.

물을 피하여 보지 않으려 했을 뿐이라는 것을.

 

亦奚暇黙祈其須臾之命也哉.

또한 어느 겨를에 묵묵히 잠깐의 목숨을 빌겠는가.

 

 

 

 

 

 

시각이 사라지자 청각이 지배한다

 

其危如此而不聞河聲.

위태로움이 이와 같아 물소리는 들리질 않았다.

 

皆曰遼野平廣故水不怒鳴,

그런데 모두 요동들판은 평야인데다 넓기까지 해서 물이 성내는 소리가 없다.”고 하지만

 

此非知河也.

이것은 황하를 모르는 소리다.

 

遼河未嘗不鳴, 特未夜渡爾.

요하는 일찍이 울지 않은 적이 없지만 다만 밤에 건너지 않았을 뿐이다.

 

晝能視水故, 目專於危, 方惴揣焉,

낮엔 물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눈엔 위험만이 가득 차 곧 두려움만을 헤아려

 

反憂其有目, 得安有所聽乎?

도리어 눈이 있음이 걱정되는데 어찌 들리는 것이 있겠는가?

 

今吾夜中渡河, 目不視危, 則危專於聽.

이제 우리는 밤중에 황하를 건너 눈이 위험함을 보지 못하니, 위험함은 귀에만 가득 찬다.

 

而耳方惴揣焉, 不勝其憂.

그러니 귀가 곧 두려움만을 헤아리고 있으니 걱정스러움을 이길 수가 없다.

 

 

 

물에 떨어질 각오를 하자 도리어 찾아온 평화

 

吾乃今知夫道矣.

나는 곧 이제야 도를 깨달았다.

 

冥心者, 耳目不爲之累;

마음을 비운 사람은 귀와 눈에 휘둘리지 않지만

 

信耳目者, 視聽彌審而彌爲之病焉.

귀와 눈만 맹신하는 사람은 보고 듣는 것이 더욱 자세해지면 더욱 병폐가 된다.

 

今吾控夫足爲馬所踐則, 載之後車,

이제 나의 마부는 말에 밟히게 되어 뒷 수레에 실려 오고 있다.

 

遂縱鞚浮河, 攣膝聚足於鞍上,

마침내 고삐를 놔두고 물에 뜬 채 안장 위에 무릎을 오그리고 발을 모으니,

 

一墜則河也.

한번 떨어지면 곧 물이다.

 

以河爲地, 以河爲衣,

물로 땅을 삼고 물로 옷을 삼고

 

以河爲身, 以河爲性情,

물로 몸을 삼고 물로 성정을 삼아,

 

於是心判一墮, 吾耳中遂無河聲.

이 마음에 한 번 떨어질 판단을 하고 나니, 나의 귀에 마침내 물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凡九渡無虞, 如坐臥起居於几席之上.

9번이나 건넜는데 근심이 없었으니 마치 자리에 앉거나 눕거나 머무는 듯했다.

 

 

 

눈과 귀에 현혹되지 마라

 

昔禹渡河, 黃龍負舟, 至危也.

옛날에 우임금이 황하를 건널 때 누런 용이 배를 짊어져서 지극히 위험했다.

 

然而死生之辨, 先明於心,

그러나 사생의 판단이 먼저 마음에서 분명해지니

 

則龍與蝘蜓不足大小於前也.

용과 도마뱀 앞에서 크기를 따질 필요조차 없게 됐다.

 

聲與色外物也, 外物常爲累於耳目,

소리와 색은 외물이니, 외물은 항상 귀와 눈을 현혹시켜

 

令人失其視聽之正, 如此.

사람이 보고 들음의 바름을 잃도록 함이 이와 같다.

 

而況人生涉世, 其險且危,

하물며 인생 중 세상을 건넘에 위험하고 또한 위태로움이

 

有甚於河,

물을 건너는 것보다 심하여,

 

而視與聽, 輒爲之病乎!

보고 듣는 것이 문득 병폐가 됨에 있어서랴.

 

吾且歸吾之山中, 復聽前溪而驗之.

나는 또한 나의 산속 집으로 돌아가 다시 앞 개울소리를 들으며 증험하련다.

 

且以警巧於濟身, 而自信其聰明者.

또한 몸 구제하길 교묘하게 하는 것으로 스스로 총명하다고 믿는 사람을 경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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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작가 이력 및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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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sakang.tistory.com/9 [🦘 40대 캥거루족:티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