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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한시미학산책, 관물론(觀物論), 바라봄의 시학(詩學) - 11. 유아지경(有我之境)과 무아지경(無我之境)②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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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관물론(觀物論), 바라봄의 시학(詩學) - 11. 유아지경(有我之境)과 무아지경(無我之境)②

건방진방랑자 2021. 12. 7.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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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유아지경(有我之境)과 무아지경(無我之境)

 

 

木末芙蓉花 山中發紅萼 나무 끝 부용꽃 산 속 붉은 떨기 피웠네.
澗戶寂無人 紛紛開且落 시내가 집 적막히 사람 없는데 분분히 피었다간 또 떨어지네.

 

역시 왕유(王維)신이오(辛夷塢)란 작품이다. 산속 가지 끝에 붉은 부용꽃이 망울을 터뜨렸다. 그 옆으로 졸졸 흘러가는 시내, 다시 시냇가엔 초가집 한 채. 집에는 하루 종일 사람의 기척이 없다. 자태를 뽐내어도 보아줄 이 없는 적막한 이 산중에서 무엇이 바쁜지 꽃들은 어지러이 피고 진다. 시간도 숨을 멈춘 것만 같다. 꽃이 피고 또 지는 광경을 바라보는 화자는 어디에 자리하고 있는가. 시의 화면 어디에서도 그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시인은 단지 화면의 바깥에서 독자를 자기 옆에 정답게 앉혀 놓고 이 아름다운 광경을 함께 보자고 권유하고 있는 것만 같다. 무아지경이다.

 

昔我往矣 揚柳依依 옛날 내가 떠날 때는 수양버들 능청댔지.
今我來思 雨雪霏霏 오늘 내가 돌아가면 눈비만 흩날리리.
行道遲遲 載渴載飢 가는 길 멀고 멀다 목 마르고 배고프네.
我心傷悲 莫知我哀 내 마음 서글퍼라 아무도 몰라주네.

 

변방 전쟁터로 수자리 살러 간 병사의 자기 연민에 찬 노래로, 시경(詩經)』 「소아(小雅)채미(采薇)란 작품이다. 첫 네 구절은 언제 읽어도 가슴이 뭉클하다. 목마름과 굶주림 속에서도 돌아갈 기약은 아득하기만 한데, 아련한 기억 속의 고향은 능수버들 하늘대는 봄날의 따사로움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변경(邊境)의 신산(辛酸)은 지친 병사에게 그 고향의 모습마저 눈비만 흩날리는 스산함으로 일그러뜨려 놓았다. 이를 굳이 변방 수자리 병사의 노래라고만 할 수 있을까. 가슴 속에 고향을 품고도 돌아가 안기지 못하고 국외자로 타향을 떠도는 우리의 노래는 아닐 것인가? 유아지경(有我之境)이다. 그러나 유아지경이라고 해서 위 시와 같이 반드시 문면에 화자의 정서가 드러나야 한다는 법은 없다.

 

 

 

 

 

 

인용

목차

한국한시사

1. 지렁이의 머리는 어느 쪽인가

2. 지렁이의 머리는 어느 쪽인가

3. 저 매화에 물을 주어라

4. 저 매화에 물을 주어라

5. 저 매화에 물을 주어라

6. 생동하는 봄풀의 뜻

7. 생동하는 봄풀의 뜻

8. 생동하는 봄풀의 뜻

9. 생동하는 봄풀의 뜻

10. 유아지경(有我之境)과 무아지경(無我之境)

11. 유아지경(有我之境)과 무아지경(無我之境)

12. 유아지경(有我之境)과 무아지경(無我之境)

13. 속인(俗人)과 달사(達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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