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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한시미학산책, 관물론(觀物論), 바라봄의 시학(詩學) - 2. 지렁이의 머리는 어느 쪽인가②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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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관물론(觀物論), 바라봄의 시학(詩學) - 2. 지렁이의 머리는 어느 쪽인가②

건방진방랑자 2021. 12. 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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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렁이의 머리는 어느 쪽인가

 

 

물고기와 인간은 어떻게 다른가? 희로애락의 감정은 물고기도 있다. 편안함을 기뻐하고, 눈앞의 이익을 탐하며, 강한 적을 두려워한다. 물고기에게 인의예지(仁義禮智)가 있는가? 염치와 부끄러움, 사양할 줄 아는 마음이 있는가? 없다. 이것이 인간과 물고기를 갈라놓는 기준이 된다. 인간에게 이런 마음이 없다면 미물과 무엇이 다른가? 다시 한 두 예화를 더 살펴보기로 하자.

 

 

어떤 이가 야생 거위를 길렀다. 불에 익힌 음식을 많이 주니까 거위가 뚱뚱해져서 날 수가 없었다. 그 뒤 문득 먹지 않으므로, 사람이 병이 났다고 생각하고, 더욱 먹을 것을 많이 주었다. 그런데도 먹지 않았다. 열흘이 지나자 몸이 가벼워져,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이 이를 듣고 말하였다. 지혜롭고녀. 스스로를 잘 지켰도다.

人有畜野鵝者. 多與煙火之食, 鵝便體重, 不能飛. 後忽不食, 人以爲病. 益與之食而不食. 旬日而體輕, 凌空而去. 翁聞之曰: “智哉! 善自保也.” 星湖全書

 

 

거위에게는 거위의 생리(生理)가 있다. 이를 벗어나니 병통이 된다. 그러나 보라. 자연은 자신의 리듬을 잘 알아 인위로 거스르는 법이 없다. 열흘이 넘도록 굶은 거위는 스스로를 잘 지켰다. 먹어서는 안 될 음식을 많이 먹고서 뚱뚱해져 날지도 못하는, 그러고도 그 맛에 길들어 살을 찌우다 마침내 제 몸을 망치는 인간 거위들은 얼마나 많은가.

 

 

 

 

 

개구리는 달아나고 뱀은 뒤쫓는데, 개구리가 빨리 가면 뱀은 천천히 가서 그 형세가 마치 미치지 못할 것 같이 한다. 그러나 개구리의 뜀은 처음에는 반드시 한 장 가량 뛰지만 조금 뒤엔 문득 멈추어 서고 만다. 그런 까닭에 뱀이 갑자기 와서 물어버린다. ()은 말한다. 개구리의 빠름이 해를 멀리 하기에 족한데도, 마침내는 다른 놈에게 물리는 바가 되는 것은 그 뜻이 게으른 때문이다. 재앙과 근심이 이르는 것은 흔히 이쯤하면 되겠지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나라가 가까운 적국이 밖에서 엿봄이 되는데도 느긋하게 요행으로 면하기만을 바라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하겠다.

 

 

마치 오늘날 한국 사회의 병통을 맥 짚어 진단하는 말인 것만 같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리는 한국인의 조급성은 개구리의 섣부른 자만과 무엇이 다른가?

 

관물편(觀物篇)이익(李瀷)이 안산에 한거(閑居)하면서 생활의 주변에서 사물을 보며 느낀 여러 가지 일들을 77항목에 걸쳐 그때그때 기록해 둔 것이다. 주변 사물에 대한 면밀한 관찰을 통해 그 사물들에 담겨 있는 이치를 캐어, 이를 현실의 삶과 연관지으려는 그의 실학적 사고가 잘 반영되어 있다. 이른바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정신이다.

 

 

나빙, 오서도(五瑞圖), 91X48.5cm.

개구리는 벼랑에 매달린 거미를 노리고, 뱀은 개구리를 향해 간다.

거미는 또 제 그물에 걸릴 벌레를 기다린다. 세상 이치가 참 묘하다.

 

 

 

 

인용

목차

한국한시사

1. 지렁이의 머리는 어느 쪽인가

2. 지렁이의 머리는 어느 쪽인가

3. 저 매화에 물을 주어라

4. 저 매화에 물을 주어라

5. 저 매화에 물을 주어라

6. 생동하는 봄풀의 뜻

7. 생동하는 봄풀의 뜻

8. 생동하는 봄풀의 뜻

9. 생동하는 봄풀의 뜻

10. 유아지경(有我之境)과 무아지경(無我之境)

11. 유아지경(有我之境)과 무아지경(無我之境)

12. 유아지경(有我之境)과 무아지경(無我之境)

13. 속인(俗人)과 달사(達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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