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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열하일기(熱河日記),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고미숙 서론 초판 머리말 & 개정신판을 내며 프롤로그여행 / 편력 / 유목 1부 “나는 너고, 너는 나다” 1. 젊은 날의 초상신체적 특징태양인우울증‘마이너리그’ 『방경각외전 2. 탈주ㆍ우정ㆍ도주미스터리(mistery)분열자‘연암그룹’생의 절정 ‘백탑청연’연암이 ‘연암’으로 달아난 까닭은? 3. 우발적인 마주침 열하마침내 중원으로웬 열하?소문의 회오리 4. 그에게는 묘지명이 없다?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레퀴엠’높고 쓸쓸하게“나는 너고, 너는 나다” 2부 1792년, 대체 무슨 일이? 1. 사건스케치서학과 명청문집문체 전향서희생자 이옥과 문체반정의 결과 2. 문체와 국가장치지식인들을 길들이는 첨단의 기제소품과 소설과 고증학 3. 대체 소품문이 ..

효율을 중시하는 시대에 비효율적인 도보여행을 하는 이유 점심은 11시 30분쯤 먹었다. 길 맞은편에 ‘사랑 기사식당’이 보였다. 기사식당은 기사님들만 들어가서 먹을 수 있는 곳인 줄만 알았기에, 원래 같으면 다른 곳을 찾았을 거다. 하지만 ‘어느 기사식당이나 반찬은 푸짐하고 맛있다’라고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라는 책에 쓰여 있어서, 익히 알기 때문에, 용기를 내어 경험해보기로 했다. 여러분 기사식당에 식사하세요, 그것도 두 번 드세요 막상 문을 열고 들어선 곳은 아늑했다. 길을 건너느라 신호를 기다리는 수고를 한 것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오천 원이란 가격도 괜찮았고 뷔페라는 사실도 만족스러웠다. 그렇다고 일반 뷔페집처럼 반찬의 가지 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먹을 만한 것들만 있었기..
1. 시크릿 선샤인? 밀양을 쓰게 된 이유 신애: 아저씨, 밀양이라는 이름의 뜻이 뭔지 알아요?종찬: 뜻요? 뭐 우리가 뜻 보고 삽니까? 그냥 사는 기지. 신애: 한자로 비밀 밀, 볕 양. 비밀의 햇볕. 좋죠?종찬: 비밀의 햇볕, 좋네예. 영화 초반, 신애(전도연)와 종찬(송강호)이 자동차 안에서 나누는 대사다. 그래서 영어로 번역하면 시크릿 선샤인secret sunshine. 왜 하필 밀양일까도 궁금했지만, 그걸 이런 식으로 풀이하고 번역할 줄이야. ‘비밀의 태양’이라? 모르긴 해도, 밀양에서 이런 이미지나 기호를 떠올리는 이는 거의 없으리라. 굳이 찾는다면, ‘밀양아리라’, 그리고 소박한 전원풍경 등의 이미지들이 스쳐 지나가는 정도. 그러고 보면 이창동 감독은 이런 식의 낯익은 표상..
9. 에필로그: 송강호에게 보내는 박수 무미건조하기에 더욱 개성 넘치는 고향, 가족, 교회 - 근대인들의 욕망은 이 세 가지 회로를 따라 움직인다. 그런데 이 영화가 말하듯, 그 모든 표상이 거짓된 판타지에 불과하다면 대체 어디서 시작해야 하는가? 신애의 삶은 진정 구제불능이란 말인가? 원작에선 그렇다. 하지만 이창동 감독은 아주 실낱같은 단서를 남겨 두었다. 카센터 사장 종찬이 바로 거기에 해당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단연 신애다. 칸의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전도연의 연기는 과연 감탄할 만했다. 불안과 냉소, 허영과 절망 사이를 매끄럽게 넘나드는 그녀의 연기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는 어쩌면 관객과의 최소한의 소통조차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가 진정 경이로웠던 건 송강호의 연기였다. 영화를 보..
8. 욕망의 회로: 출구가 없다! 능력이 없는 이의 신에 대한 복수 이제 신애는 유괴범 대신 신에 대한 복수심으로 불탄다. 하지만, 용서가 그렇듯이 복수 역시 능력의 문제다. 그 나약한 몸으로 할 수 있는 복수라는 게 그다지 많지 않다. 테이프 가게에 가서 시디를 슬쩍한다든지, 공원에서 하는 군중목회 때 찬송가 대신 김추자의 ‘거짓말이야’를 틀어놓는 것. 약국 장로를 유혹해서 갈대밭으로 끌고 가는 것. 자신을 위한 구역예배 때 돌을 던지는 것 등. 한마디로 “신이 있다”고 하는 일상의 여러 장면 속에서 깽판을 치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면서 그녀는 계속 태양을 쏘아본다. 자동차에서도 갈대밭에서도 집안에서도 그녀는 계속 허공을 응시하며 중얼거린다. “봐, 보이냐구?” 그녀가 하는 유치한 신성모독은 자신을 ..
7.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나약함 용서하겠다는 그녀, 이미 용서 받았다는 그놈 결국 그녀는 들꽃을 한아름 들고 교도소엘 찾아간다. 그녀의 예상(혹은 바람)과는 달리 죄인의 얼굴은 너무나 평온하다. 당황하는 신애. 하지만, 그녀는 선언한다. 당신을 용서하겠노라고. 그런데 죄인은 이미 용서를 받았다. 원장: 하나님이 이 죄 많은 놈한테 손 내밀어 주시고, 그 앞에 엎드려가 지은 죄를 회개하도록 하고, 제 죄를 용서해주셨습니다. 신애: 하나님이 죄를 용서해주셨다구요? 원장: 네, 눈물로 회개하고 용서받았습니다. 그라고 나서부터 마음의 평화를 얻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기도하고 하루하루가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하나님한테 회개하고 용서받으니 이래 편합니다. 내 마음이. 요새는 기도로 눈뜨고 기도로 눈감..
6. ‘신앙’ 혹은 과잉열정 조폭조직과 교회, 가족 조직과 교회, 그리고 가족의 공통점은? 안팎의 경계가 선명하다는 것. 즉, 이질적인 타자들의 어울림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 설령 이질적인 존재가 결합한다손 쳐도 즉각 그 세계에 동화되어야만 한다. 즉, 이 집합체들은 아주 강력한 ‘동일성의 장’이라는 것이다. 조직에선 큰 형님, 교회에선 하느님 아버지, 집에선 아버지(혹은 어머니)라는 제일의적 중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장 속에선 끊임없이 사랑 혹은 충성을 확인해야 한다. 사랑이 없는 가족이 지옥이고, 충성심 없는 조직이 허깨비인 것처럼, 하느님과의 특별한 유대를 확인할 수 없는 교회 역시 생명력이 희박하다. 부흥회나 사경회를 통해 계속 은혜를 받아야 하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은혜를 받는다? ..
5. 교회와 신: 가족의 초월적 기표 불행과 하나님 밀양에 터를 잡을 즈음, 신애가 동네를 돌아다니다 갑자기 배가 아파 약국에 들어간다. 약사는 신애를 보자마자 마음이 아파서 몸이 아픈 거라고 진단한다. 혼자 사는 여자는 분명, 몸도 마음도 정상이 아닐 거라고, 굳게 믿은(?) 것이다. 사실은 ‘생리통’이었다. 쩝! 블랙코미디 같은 장면이다. 하지만 약사는 결코 실망(?)하지 않고 신애한테 하느님 말씀이 담긴 책자를 선물한다. 약사: 원장님처럼 불행한 분은 하느님의 사랑이 꼭 필요해요. 신애: 저 불행하지 않아요, 약사님. 잘 살고 있어요. 남편을 잃고 혼자 사는 여자는 불행하다. 그래서 하느님이 꼭 필요하다. 이 말은 거꾸로 뒤집으면 이렇게 된다. 하느님이 필요하려면 불행해져야 한다? 즉, 기독교 신앙..
4. ‘스위트 홈’의 탄생과 근대 근대국민국가와 가족 민족이 상상의 공동체이듯, 가족 역시 근대국민국가의 산물이다. 근대국민국가에서 가족은 가장 일차적인 경제단위이자 호명체계에 해당한다. 가족에 편입되어야 애국애족을 할 수 있고, 산업역군이 될 수 있으며, 국가경쟁력의 토대가 될 수 있다. 아, 잠깐, 우리가 말하는 가족과 중세의 가문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중세적 가문은 대가족일 뿐 아니라 지역 사회 전체와 연계된, 가족이라기보단 마을 개념에 가깝다. 그에 비해 근대적 가족은 핵가족일 뿐 아니라 마을과의 네트워크가 절연된, 지극히 단자화된 단위에 속한다. 일부일처제의 신화가 만들어진 것도 이러한 배치 하에서였다. 남녀 간 사랑의 목표는 결혼이 되었고, 사랑은 곧 결혼으로서만 완성되었다. 가정만이 성애의..
3. ‘고향’: 욕망의 일차적 귀환처 그저 일상의 공간인 밀양 “여기서 다시 시작할 거야” 밀양에 자리를 잡고 난 뒤, 신애는 피아노학원을 차리고 아들 준을 웅변학원에 보낸다. 그리고 이웃들과 교류를 시작한다. 옷가게와 약국, 웅변학원 원장과 학부모들 등. 그렇게 해서 차츰 밀양이라는 낯선 지역에 진입하게 된다. 물론 이 진입의 통로는 카센터 사장 종찬이다. 그는 그녀가 밀양으로 들어오는 입구에서 만난 첫 번째 인물이다. 이때 이후 종찬은 신애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그녀를 돕는다. 하지만 신애는 그의 존재감을 거의 느끼지도, 인정하지도 않는다. 왜? 남동생의 말을 빌리면, 그는 신애의 “취향이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신애가 꿈꾸는 삶의 기준에서 보자면, 종찬은 그저 한심한 “속물”에 불..
2. 신애가 밀양으로 내려간 까닭은?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내려오다 신애는 남편이 교통사고로 죽자 아들 준과 함께 밀양으로 내려온다. 그녀와 밀양 사이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밀양은 처음이에요. 살러 왔어요.” 실제로 한 번도 와 본 적조차 없다. 그런데 살러 왔다고? 이런 무모한! 대체 무슨 심사로? 그녀가 밀양을 선택한 이유는 오직 하나, 남편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유괴범이 된 웅변학원 원장에게 하는 말. “그냥 밀양이 좋아서 살러 온 거예요. 애 아빠 고향이기도 하구요.... 애 아빠가 평소에 늘 밀양 내려와서 살고 싶다고 노래 불렀었거든요.” 즉, 밀양은 남편의 고향이자 꿈이었고, 과거이자 미래였던 곳이다. 따라서 신애가 밀양으로 온 건 남편의 꿈을 자신의 것으로 삼아버림으로써 남편과의..
1. 시크릿 선샤인? 밀양을 쓰게 된 이유 신애: 아저씨, 밀양이라는 이름의 뜻이 뭔지 알아요? 종찬: 뜻요? 뭐 우리가 뜻 보고 삽니까? 그냥 사는 기지. 신애: 한자로 비밀 밀, 볕 양. 비밀의 햇볕. 좋죠? 종찬: 비밀의 햇볕, 좋네예. 영화 초반, 신애(전도연)와 종찬(송강호)이 자동차 안에서 나누는 대사다. 그래서 영어로 번역하면 시크릿 선샤인secret sunshine. 왜 하필 밀양일까도 궁금했지만, 그걸 이런 식으로 풀이하고 번역할 줄이야. ‘비밀의 태양’이라? 모르긴 해도, 밀양에서 이런 이미지나 기호를 떠올리는 이는 거의 없으리라. 굳이 찾는다면, ‘밀양아리라’, 그리고 소박한 전원풍경 등의 이미지들이 스쳐 지나가는 정도. 그러고 보면 이창동 감독은 이런 식의 낯익은 표상을 전복하기 위..
목차 1. 사랑의 달인을 만나다 생활의 달인들 사랑의 달인이 되기 위해선 배워야 한다 2. 나 자신의 문제로부터 연애의 문제는 시작된다 연애 매뉴얼이 아니다 사랑은 대상의 문제가 아닌 나 자신의 문제 3. 호모 에로스가 되는 법 사람의 인연은 시절인연에 따라 단단하게 자신을 다진 이들의 사랑법 인용 목차 밑줄긋기
3. 호모 에로스가 되는 법 저자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시절인연’으로 보고 있다. 봄이 오면 겨울은 가듯 시절인연이 오면 당연히 그 사람과의 만남은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 시절인연이 가면 둘은 당연히 헤어질 수밖에 없는 거란다. 사람의 인연은 시절인연에 따라 ‘실연은 아무 것도 아니다. 사랑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실패란 없으며, 사랑이 끝난 다음엔 실패 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조금만 따져 봐도, 사랑과 실패라는 개념은 공존불가능하다. 사랑은 대상이 나를 선택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열어 가는 시공간적 인연의 장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실연은 없다! 생명이 그 자체로 기쁨인 것처럼. -127쪽 죽고 난 뒤엔 내 존재 자체가 없기 때문에 죽음에 대해 두려워할 필요도 없듯(가장 두..
2. 나 자신의 문제로부터 연애의 문제는 시작된다 이 책은 연애개론서나, 지침서가 아니다. 매뉴얼처럼 어느 하나하나의 행동을 통제하고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연애 매뉴얼이 아니다 오히려 이 책에선 그런 류의 책들을 아주 극렬히 비판한다. 어떻게 타인을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오늘은 손을 잡고 1주일 뒤엔 입맞춤을 하는 등등으로 정형화할 수 있겠는가~ 그건 사랑이라기보다 형식화된 인간의 한 단면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 요긴한 어떤 정보를 얻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 말고 다른 책을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첫 번째 독후감에서 말했다시피, 주류적 척도(국가, 화폐, 외모지상주의, 성적지상주의 등)에서 벗어나 어떤 인연들을 만들고 어떤 관계를 만들어 갈 것인가 하는 고민을 다룬 책..
1. 사랑의 달인을 만나다 ‘아라한 장풍 대작전!’ 이 영화는 나온 지 한참 된 영화이지만, 최근에서야 보게 되었다. 유치할 것 같아서 보지 않았는데, 보고나서는 나름 괜찮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의 달인들 그런데 이 영화에는 여러 달인들의 모습이 나온다. 머리에 한 가득 짐을 이고 가는 아주머니, 리어카 가득 짐을 싣고도 힘들이지 않고 가는 아저씨 등이 스쳐간다. 우리가 생각하는 달인이란 그런 사람이지 않은가? 공부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일만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 이런 편견을 가장 극명히 보여주는 예는 뭐니 뭐니 해도 개그콘서트의 ‘달인을 만나다’라는 꼭지일 것이다. 김병만은 여러 달인 행세를 하며 나온다. 그가 진정한 달인이 아님이 곧 폭로되긴 하지만, 여기에 그..
말랑말랑한 정신으로 한껏 떠나라 연암, 그를 보고 있으면 웃음이 절로 난다. 그는 태양인이란다. 그의 초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풍채도 좋을 뿐더러 왠지 모르게 어떤 것에도 구애 받지 않을 것만 같은 넉넉함이 보이기 때문이다. 장난끼를 가득 머금은 연암 하지만 그의 초상화는 처음 볼 때와 그의 글을 읽고 나서 볼 때와 느낌은 전혀 다르다. 처음엔 그저 통 큰 사람이어서 재미도 없고 고리타분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지만,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유머가 가득한 글들을 보고 나서 이 초상화를 보게 되면 한번 크게 웃고 싶어진다. 개그맨들은 억지 상황을 만들어 웃음을 유발하기에 한참 웃고 나서도 뒷맛이 깔끔하지 않다. 하지만 연암의 유머는 그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나..
목차 1. 삶이 배반한 자리에서 교육에 대한 생각이 어리다 무색무취한 교사를 양성하는 공간, 사범대학 삶이 배반한 자리에서 고민이 싹트다 교사는 따르는 사람? 고민하는 사람? 2. 단재학교에서 1년을 보내며 이상을 벼리다 교육은 끊임없이 지적 허영, 거짓 자신을 벗어내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단재학교의 장점: 이상을 멈추지 말고 더욱 단단히 벼리라 3. 학부모와 허심탄회하게 나눈 교육이야기 학부모 전체 회의와 거침없던 말들 장소가 바뀌면 이야기도 바뀐다 4.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한 해이길 그래서 결국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2년차 교사이길 인용 목차
4.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한 해이길 ‘자식의 진로’에 대한 이야기로 접어들면 내가 교사가 되려 했을 때처럼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있는 부분이 있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학창 시절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신나게 보냈다가 나중에 아무 것도 못하는 사람이 되면 어쩌나?’하는 불안이 있으니 말이다. 이런 불안의 기저엔 ‘대학진학’이 있다. ▲ 어쩌면 대학 진학이 교육의 핵심이 됐다. 그래서 결국 어떻게 하실 건가요? 학부모들의 주문도 어찌 보면 ‘대학진학’이란 문제에 묶여 있다고 봐도 다르지 않다. 아이들이 대안학교에 와서 잃었던 호기심을 찾고, 밝아지고, 자존심을 찾는 것엔 충분히 동의하지만, 그래서 결국 어떤 결과가 있느냐는 현실론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모처럼만에 모임에 ..
3. 학부모와 허심탄회하게 나눈 교육이야기 2013년 1월 19일부터 20일까지는 단재 가족의 모임이 있었다. 신년 모임의 성격으로 한 해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함께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 사람이 정말 많았다. 학부모 전체 회의와 거침없던 말들 교사들은 단재학교에서 모여 함께 출발했다. 1시에 모여 이것저것 챙긴 후 20분쯤 길을 나섰다. 웰리힐리파크(구 성우리조트)는 강원도 횡성에 있기 때문에 고속도로를 타고 가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고 4시가 되어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하니 먼저 온 가족들은 스키를 타러 가거나, 삼삼오오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조금 기다리니 스키를 타러 갔던 아이들이 하나 둘 들어오더라. 모두 모이자 이향 아버님이 예약하신 식당으로 이동하여 삼겹살을 배불리 먹었다..
2. 단재학교에서 1년을 보내며 이상을 벼리다 교사가 되려 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왜 교육을 하려 하는가?’에 대한 고민쯤은 해야만 한다. 그게 성장해가는 학생들을 위한 길이며, 사회적으로 규정지어 놓은 교육이란 틀에서 한갓 기계로 전락하는 자신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길이니 말이다. ▲ 첫 임용시험 보던 날 정문의 풍경. 첫 임용시험의 결과가 나의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 후 생각해보면 불행이 행운인 경우다. 교육은 끊임없이 지적 허영, 거짓 자신을 벗어내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교육에 대한 고민에 도움을 준 사람들은 고미숙씨와 고병권씨, 그리고 김용옥씨였다. 이 척박한 현실에서 희망을 일구는 길은 단 하나, 교사가 먼저 공부에 미치는 것뿐이다. 설령 입시를 위한 것일지라도 선생님이 공부에 미..
1. 삶이 배반한 자리에서 교육에 대한 생각이 어리다 단재학교에 11년 10월부터 근무하기 시작했으니, 이제 갓 1년을 근무한 셈이다. 누구에게나 1년의 기억은 뜻깊듯이 나에게도 그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1년의 경험으로 교육에 대해 말하는 건 역시나 시기상조다. 햇병아리가 닭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이 글에선 단재학교에서 1년을 보내며 느낀 소감과 1월 19일에서 20일까지 있었던 학부모 회의에 대한 후기를 적도록 하겠다. ▲ 방학 중 모인 단재 가족들의 모임. 이 날은 특히 평소엔 잘 나오지 않던 아버님들도 자리를 함께 하여 더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무색무취한 교사를 양성하는 공간, 사범대학 누군가는 ‘사대를 졸업했으니, 교육에 대해서는 전문가급은 아니어도 준전문가급은 되..
67. 손해 본다는 마음의 기저 설거지를 남들보다 하나라도 더 하는 것을 손해라고 생각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는 학생을 보고 있으니 만감이 교차한다. 이건 단순히 손해와 이익의 관점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닐뿐더러, 오전에 봉사활동을 했다시피 그 순간만큼은 전체를 위해 봉사했다는 관점으로 보아도 되기 때문이다. 증여와 교환 하지만 손해라는 것이 자본주의가 남긴 상흔傷痕임을 안다면, 그 상흔을 낫게 하기 위한 노력도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자본주의는 사적 소유에 기초하고 있다. 즉, 신분적 차별이 사라진 대신, 소유가 곧 인격이자 정체성이 되어 버린 시대다. 그런 점에서 자본주의란 ‘사적 소유와 자아’가 그대로 ‘혼연일체’를 이루는 체제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소유의 핵심이 바로..
대중지성 - 잡초는 범람한다 학교가 자본과 권력의 욕망에 달라붙은 ‘기식자’들을 양산하는 동안, 그 외부에서는 전혀 다른 유형의 지적 욕망들이 꿈틀거리고 있다. 이름하여 대중지성!(고병권) 꿀벌이나 개미떼처럼 언제나 무리로 움직이고, 오직 네트워크를 통해서만 자신의 존재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대중지성은 ‘무리지성’이기도 하다. 대중보다 더 대중적이고, 지식인보다 더 지성으로 충만한 집단. 테크노크라트들이 ‘지식, 자본, 국가’의 삼위일체 속에서 움직인다면, 대중지성들은 그 외부에서 ‘지성의 敎海’에 몸을 던진다. -26쪽 발트해 연안의 거대한 숲, 나무와 나무 사이로 붉은 장막들이 나부낀다. 몰이꾼들이 요란하게 나팔소리를 울리며 한 무리의 늑대를 붉은 장막 쪽으로 몰아붙인다. 빼곡이 늘어선 나무들과 울퉁불..
실험들은 자주 실패했고, 가끔씩 성공했다. 하지만 우리는 실패를 즉시 잊었고, 성공 또한 오래 기억하지 않았다. 자기를 배려하는 힘이 흘러넘쳐야 비로소 타인을 배려할 수 있다. -6쪽 생의 길섶에는 무수한 우연들이 숨겨져 있는 법 …… 마음이 통하면 천 리로 지척이라고, 보이지 않는 인연의 선들이 작동하기 시작하면 아무리 광대한 시공간도 단숨에 주파할 수 있다는 것. -7쪽 자신의 고향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미숙한 초보자이다. 모든 땅을 자신의 고향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이미 강인한 자이다. 그러나 전 세계를 타향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은 완벽한 자이다. 위그 「工夫」 근대성이란 한마디로 사람들을 ‘고향’에 묶어두는 인식론적 기제라고 생각한다. ……공부란 고향에서 떠나는 과정이라고, 더 정확히 ..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한다. 정말 그런가?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 대학에 자리 잡으면 그 때부터 공부는 끝난다는 게 우리 시대의 상식이다. 대학원, 석ㆍ박사과정을 마치려면 30대 중반이 넘는 게 보통이다. 그리고 요즘 같은 대량 교육 시스템과 지적 풍토에서 박사논문은 하나의 출발점일 뿐이다. 따라서 제대로 라면 도제과정이 끝나는 30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앎을 구축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이다. 그때부터 교수임용 전선에 뛰어들어, 실패한 경우는 세상을 비관하느라, 성공한 경우는 온갖 프로젝트니, 회의니 하는 것들에 휘둘리느라 공부는 바로 끝이다. -43쪽 (노브레인, 크라잉넛이) 먼저 의기투합하는 친구끼리 밴드를 짠다. 그 다음에는 작업실을 하나 마련해 합숙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