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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국어수업을 준비하며 1. 학생들이 문자와 멀어지다 부인할수록 선명해지는 현실 문자, 가깝지만 먼 그대 2. 놀이하는 언어적 인간이 되어야 한다 호모 로퀜스(언어적 인간) ⇒ 호모 루덴스 로퀜스(놀이하는 언어적 인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잊고 사는 삶 3. 현행 국어교육의 한계, 그 너머 개념암기 교육의 한계 시로 한바탕 놀다 인용 목차
3. 현행 국어교육의 한계, 그 너머 그렇다면 ‘놀이하는 언어적 인간’을 어떻게 길러낼 수 있을까? 어떻게 텍스트에 대한 부담은 내려놓고 맘껏 글을 가지고 놀며 글이 사람과 동떨어진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할 수 있을까? 일반 국어시간에 하는 것처럼 개념을 가르치고, 단어의 뜻을 외우게 하면 될까? ▲ 개념이 본질에 앞서는 게 아니라, 본질이 개념에 앞선다 개념암기 교육의 한계 개념(문자)은 세상을 분절하여 파편적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무지개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녔음에도 우린 ‘일곱 색깔 무지개’라고 표현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무지개를 볼 때에도 빨간색 다음에는 주황색이 올 거라 생각하고 옅은 불그죽죽한 색이 보이면 ‘주황색’이라고 단정 짓는다. 현실을 제대로 보려하기보다 ..
2. 놀이하는 언어적 인간이 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언어란 무엇이고 국어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국어교육을 왜 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언어를 가지고 놀 수 있는 인간’이라는 목표를 정한 데엔 그와 같은 고민의 시간이 있었다. ▲ 앙리 마티스의 춤(1910)- 인간은 놀기 위해 세상에 태어났다 호모 로퀜스(언어적 인간) ⇒ 호모 루덴스 로퀜스(놀이하는 언어적 인간)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을 나타내는 명칭은 ‘호모 로퀜스’다. 인간만이 언어를 사용한다고 생각하기에 그와 같은 학명이 붙여진 것이다(물론 지극히 인간적인 관점에서). 하지만 언어적 인간만을 내세울 경우 위에서 예로 든 것과 같이 국어교육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우리가 다시 점검해 봐야 할 것은 개념을 재정립하는 것이..
1. 학생들이 문자와 멀어지다 예전에 들은 말이다. “영상물에 익숙한 세대에게 책에 한가득 실려 있는 글들은 암호문 같은 느낌이예요”라는 말이었다. 학생으로부터 들은 말인지, 인터넷에서 본 것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처음에 이 말을 들었을 땐 이해할 수가 없었다. ▲ 아이들에겐 이처럼 책을 볼 때, 구멍이 송송 뚫린 것처럼 보인다는 얘기인 걸까? 부인할수록 선명해지는 현실 이 말대로라면 아이들에겐 한글로 써 있는 글이 ‘Привет Я печенье учителя(러시아어)’라는 글처럼 깜깜하고 아득하게 보인다는 말이 된다. 한국에서 태어나 여태껏 한글을 보고 들으며 자라왔을 텐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단 말인가. 그건 마치 ‘물속에서 사는 물고기가 물을 두려워한다’는 것과 같은 황당한 말이니 말이다. 그 ..
목차 1. 여유는 그저 오지 않는다 여유는 찾아오는가? 여유는 찾아야 하는 것 2. 여유를 누리러 평화의 공원으로 떠나다 이번 트래킹의 컨셉, 런닝맨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일 뿐’이라는 비겁한 변명 3. 공원에서 런닝맨을 하다 상현이의 트래킹 합류,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도 충분하다 하늘공원에서 평화의 공원으로 장소가 변경된 사연 4. 평화의 공원에서 런닝맨을 하다 런닝맨의 시작, 과연 최선을 다하여 놀 것인가? 최선을 다하여 망칠 것인가? 런닝맨 1차전, 승부욕이 만든 밸런스 붕괴 5. 맛있게 점심을 먹고 손수 치운 손길들 점심시간에 유용하게 쓰인 정훈이의 쓰레기봉투 민석이가 치우는 것과 현세가 치우는 것의 차이 6. 호모루덴스들, 평화의 공원에서 놀다 런닝맨 2차전, 자체 밸런스 패치의 ..
6. 호모루덴스들, 평화의 공원에서 놀다 밥을 먹고 한 시간 정도 소화도 시킬 겸 돗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이런 식으로 여유롭게 활동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환경 속에 있다는 게 행운이라면 행운이라 할 수 있다. ▲ 함께 밥을 먹고 2차전을 시작한다. 런닝맨 2차전, 자체 밸런스 패치의 결과? 드디어 1시부터 런닝맨 2차전이 시작됐다. 태기는 1차전에서 시작과 동시에 아무런 수확도 없이 허무하게 이름표를 떼인 전적이 있기에, 이번엔 최대한 신중하게 상대팀에 접근했다. 이미 정훈이와는 힘으로 당해낼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인지, 이번 타겟은 상현이로 정했다. 그래서 상현이에게 여러 번 달려들지만, 상현인 아주 날렵하게 위기상황을 벗어나 내달리기 시작한다. 이때 규빈이와 민석이는 협공작..
5. 맛있게 점심을 먹고 손수 치운 손길들 런닝맨 1차전에서 단재학교의 꾹이인 정훈이가 분발함으로 규빈팀은 힘도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지고 말았다. 이렇게만 본다면, 2차전도 불을 보듯 결과가 뻔할 것만 같지만 사람이 하는 일엔 수만 가지 변수와 예측불허한 상황이 있으니 ‘무엇을 상상했든 그 이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뭐든지 해봐야 안다. ▲ 1차전에서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지훈이가 분발함으로 밸런스는 붕괴됐다. 점심시간에 유용하게 쓰인 정훈이의 쓰레기봉투 런닝맨 1차전이 끝나며 배가 고파진 우리는 돗자리를 펴고 점심 먹을 준비를 했다. 점심을 싸온 지민이와 규빈이를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은 아침에 홈플러스에서 간단하게 먹을 것들을 사왔기에 그걸 함께 먹으면 된다. 함께 둘러앉아 먹는 점심은 배가 ..
4. 평화의 공원에서 런닝맨을 하다 이미 평화의 공원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더라. 어린이대공원과는 달리 대부분은 소풍을 나온 학생들이었다. 우린 난지연못을 지나 평화의 공원 안쪽의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 회장 지민이의 사회로 진행되는 트래킹 회의. 런닝맨의 시작, 과연 최선을 다하여 놀 것인가? 최선을 다하여 망칠 것인가? 런닝맨은 3판 2선승제로 시작했다. 팀은 저번에 회의를 할 때 지민이와 규빈이가 가위바위보를 하여 한 사람씩 데려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래서 지민이네 팀은 정훈, 상현, 성민이가 정해졌으며, 규빈이네 팀은 민석, 현세, 태기가 정해졌다. 솔직히 이 게임에서 이긴다고 해서 뭔가 혜택이 있다거나 선물이 있는 건 아니다. 그런 것 없이도 ‘호모루덴스’처럼 재미있게 놀 수 있고,..
3. 하늘공원이 아닌 평화의 공원에 가다 10시에 월드컵경기장역에 모이기로 했다. 단재학교의 등교시간은 8시 50분까지인데, 그 시간에 잘 맞춰 나오는 아이들은 어딜 가든지 늦을 것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밖에서 모일 때도 마찬가지다. 자기의 시간이 귀한 만큼 다른 사람의 시간도 귀하고, 내 시간이 아까운 만큼 다른 사람의 시간도 아까울 텐데, 매번 이러니 이해도 안 될뿐더러,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이럴 때 아이들은 흔히 시간 자체를 문제 삼곤 한다. 이를 테면 “8시 50분에 맞추려니 너무도 이른 시간이라 지각을 하게 되거든요. 그러니 30분만 늦춰주세요”라고 말이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얼핏 설득력이 있는 말처럼 들리지만, 늦는 것과 시간은 그다지 상관이 있다곤 할 수 없다..
2. 여유를 누리러 평화의 공원으로 떠나다 단재학교 트래킹은 떠날 때마다 컨셉을 정하고 가는 편이다. 통인시장 트래킹은 엽전으로 음식을 사먹는 체험을 해보고, 한옥마을을 둘러보자는 컨셉으로, 롯데월드 트래킹은 아무 걱정과 고민 없이 맘껏 놀고 오자는 컨셉으로, 어린이 대공원 트래킹은 봄을 만끽하며 여유로움을 즐겨보자는 컨셉으로 떠났다. 이번 트래킹의 컨셉, 런닝맨 그렇다면 이번 하늘공원 트래킹의 컨셉은 무엇일까? 아이들이 함께 모여 회의를 할 때는 하늘공원을 천천히 둘러보자, 두 팀으로 나누어 서로 다른 출발지점에서 출발하여 올라가 정상에서 함께 모이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결국 ‘런닝맨’으로 결정되었다. 초이쌤이 의견을 냈을 때, 아이들도 모두 찬성을 하여 바로 결정된 것이다. 런닝맨은 별다른 준비를 하..
1. 여유는 그저 오지 않는다 4월은 나들이하기에 정말 좋은 날씨다. 저번에 어린이대공원에 트래킹을 갔을 때도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나들이를 나와 벚꽃이 서서히 떨어지는 운치를 감상하는 모습을 봤다. 평일엔 아무래도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 입장으로선 그렇게 시간을 내는 게 쉽진 않을 테니 말이다. ▲ 4월의 여유를 만끽하러 나온 사람들. 이 사람들에게서 삶에 대해 배운다. 여유는 찾아오는가?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쭉 쳐다봤다. 단지 그들이 어떤 사람들이기에 평일임에도 나들이를 나올 수 있나 궁금했을 뿐이다. 그랬더니 나이대도 엄청 다양하고 가족부터 연인들, 그리고 학생들까지 다채로운 나들이객이 있더라. 그건 곧 ‘직장이 없는 사람이나 학생들만 평일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
2012년 단재학교 제주도 일주기 목차 1. 용두암→산방산(56.71km) 민석이의 첫 비행에 대한 부담 승환이의 펑크로 자전거를 바꿔 타다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배려심은 어디에? 2. 산방산→쇠소깍(42.98km) 용머리 해안에 가다 서귀포로 향하는 길 흘려버린 쌀, 그리고 호모루덴스 쇠소깍펜션에 도착하다 3. 쇠소깍 펜션→휘닉스 아일랜드(39.59km) 근호와 규혁의 다툼 대환이의 기우 승환이의 펑크와 사라짐 4. 휘닉스 아일랜드→용두암 하이킹(47.86km) 리조트의 아침을 먹을 수 있던 행운 승환이의 자전거 펑크로 완주를 하지 못하다 동문시장에서 사온 음식으로 완주기념 파티를 하다 5. 서울로 두 대의 비행기로 나누어 타고 오게 되다 1시간 20분을 기다린 후에 서울에 도착하다 인용 여행 사진
4. 04.11.수: 휘닉스 아일랜드→용두암 하이킹(47.86km) ▲ 휘닉스 아일랜드→용두암 하이킹 / 47.86km 오늘은 리조트의 아침을 먹는 날이다. 리조트에서 묵은 사람에겐 조식부페를 먹을 수 있는 티켓 2장을 주더라. 가위 바위 보로 먹을 한 사람을 정하게 되었고 대환이가 당첨되었다. 그 덕에 나와 대환이는 리조트의 아침을 먹을 수 있었고 나머지 친구들은 간단하게 아침을 먹어야 했다. ▲ 소문난 잔치집에 먹잘 게 없다. 별로 먹지 않고 이것저것 한 번씩 먹어 보고 올라갔다. 리조트의 아침을 먹을 수 있던 행운 이런 곳에서 아침을 먹는 건 처음이었기에 졸린 눈을 비비며 대환이와 함께 내려갔는데, 생각보다 별로였다. ‘소문난 잔치에 먹잘 게 없다’고 딱 그 모양새였다. 뭔가 먹을 만한 게 있을 줄..
3. 04.10.화: 쇠소깍 펜션→휘닉스 아일랜드(39.59km) ▲ 쇠소깍 펜션→휘닉스 아일랜드 / 39.59km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우천 속 자전거 여행이 되는 셈이다. 원래는 어제 저녁에 타지 못한 투명카약을 아침에 타려 했지만 비가 오는 바람에 타지 못하게 되었다. 7시에 일어나 8시에 출발하는 것을 목표로 아침을 간단히 먹었다. 아침은 라면 5개를 끓여서 밥을 말아 먹었는데, 한창 때인 아이들답게 라면 5개로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그래서 몇 몇 아이들은 죽을 만들어 주린 배를 채우는 수밖에 없었다. 근호와 규혁의 다툼 근호는 아침부터 규혁이와 부딪혀 화가 잔뜩 나 있었다. 누구에게나 듣기 싫은 말, 상처가 되는 말이 있는데 규혁이는 자꾸 그런 말로 상대의 심기를 건드렸고 결국 그게 ..
2. 04.09.월: 산방산→쇠소깍(42.98km) ▲ 산방산→쇠소깍 / 42.98Km 자고 있는데 대환이가 새벽에 갑자기 깨우기 시작한다. 비몽사몽으로 왜 그러는지 이유를 묻자, “가슴이 꽉꽉 막혀 와요”라고 말한다. 어떤 상황인지도, 또한 여기서 할 수 있는 것도 없었기에 “심하지 않으면 자고 내일 아침에도 그러면 병원에 가자”고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 상태를 물어보니, 다행히도 더 이상 아프지 않다고 하더라. 아마도 자전거를 타야 한다는 게 스트레스로 느껴졌었나 보다. 용머리 해안에 가다 아침 7시에 일어나 8시 30분에 출발했다. 용머리 해안과 송악산은 꼭 보고 가야 한다고 하기에, 우리는 되돌아올 폭 잡고 자전거를 타고 길을 나섰다. 첫 날에 비해 나름 몸이 적응되어서 인지 속도가..
1. 04.08.일: 용두암→산방산(56.71km) ▲ 용두암 하이킹→산방산 / 56.71Km 김포공항에서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는 6시 20분에 뜬다. 그래서 새벽 5시에 학교 건물 1층의 패밀리 마트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다. 이른 시간 탓에 새벽부터 부랴부랴 서둘렀다. 다들 바짝 긴장한 탓인지 비행기 시간에 늦지 않았다. 처음엔 승태쌤만 아이들과 제주도에 가는 일정이었는데, 참여 학생이 늘어나면서 교사 한 명으론 역부족인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나까지 함께 가게 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작년 10월에 자전거를 타고 제주도를 돌아본 경험이 있던 터라 걱정이 되지 않았고, 더욱이 보조교사였기에 부담이 덜했다. ▲ 김포공항에 늦지 않게 모였다. 하지만 새벽에 뒤척이며 일어난 만큼 강행군이다. 민석이의 첫 ..
30. 이화령에서 붙인 ‘부모님께 쓰는 영상편지’ ▲ 10월 7일(수) 문경새재게스트하우스 → 충주시 나에게 만약 이런 미션이 주어졌다면, 카메라 구도는 어떻게 할지, 어떤 말을 할지 고민을 할 것이다. 그만큼 자연스럽게 해도 되는 이야기도 어떻게든 생각을 다듬어야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바로 달려들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그 영상은 한결 긴장되고 무거운 영상이 될 것은 뻔하다. 그건 그냥 솔직하게 나를 드러내지 못하는 나의 심리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꾸미지 않음에, 과장되지 않음에, 진실이 담겨진 영상편지 하지만 아이들은 전혀 그러지 않았다. ‘놀이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솔직히 진지하지 않다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렇게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그걸 그대로 보..
3. 여행의 세 가지 묘미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아이들이 모두 들어왔고, 곧 저녁 먹을 준비를 했다. 상현이는 거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남학생 방에서 둥 떨어져 있었고 아이들은 거실에 모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여행의 진미, 삼겹살 파티 고기를 굽고 나서 고기를 밥 상 위에 놨음에도 아이들은 바로 먹지 않고 한참이나 놀고 나서야 먹기 시작했다. 계곡에서 신나게 놀아서 배가 고플 만도 한데, 고기를 보고도 먹지 않고 놀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럴 땐 참 신기하기만 하다. 배가 고플 땐 아무리 재밌는 놀이를 해도 벌떼처럼 달려들어 고기를 먹을 만도 한데, 고기를 먹는 것보다 놀이를 하는 게 아이들에겐 더 신나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드디어 젓가락을 손에 들고 먹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