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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잃어버린 예법은 시골에 있다 - 4. 고문은 역관에게, 전통복식은 기생에게 남다 본문

책/한문(漢文)

잃어버린 예법은 시골에 있다 - 4. 고문은 역관에게, 전통복식은 기생에게 남다

건방진방랑자 2020. 4. 1.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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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고문은 역관에게, 전통복식은 기생에게 남다

 

 

내가 이에 낯빛을 고치고 탄식하며 말하였다.

사대부가 태어나 어려서는 능히 책을 읽어도, 자라면 공령功令의 글을 배워 변려의 꾸미는 글을 익힌다. 그래서 과거에 급제하고 나면 더벅머리를 가리는 임시변통의 고깔모자나 고기 잡는 통발, 토끼 잡는 올무 마냥 쓸모없는 물건이 되어 버리고, 그나마 급제하지 못하면 흰 머리가 될 때까지 손에서 놓지 못하고 애를 쓴다. 그러니 어찌 다시 이른바 고문사란 것이 있는 줄을 알겠는가? 역관이란 직업은 사대부가 비루하고 천하게 여기는 것이다. 나는 천재千載의 사이에 도리어 저서著書하고 입언立言하는 실지를 서리 구실하는 말단의 기술로 보아버리게 될까 염려한다. 그렇게 되면 연극하는 마당의 검은 모자나 고을 기생의 긴 치마가 되지 않음이 드물 것이다.”

余於是改容而歎曰: “士大夫生而幼能讀書, 長而學功令, 習爲騈儷藻繪之文. 旣得之也, 則爲弁髦筌蹄, 其未得之也, 則白頭碌碌, 豈復知有所謂古文辭哉. 鞮象之業, 士大夫之所鄙夷也. 吾恐千載之間, 反以著書立焉言之實, 視爲胥役之末技, 則其不爲戱場之烏帽邑妓之長裙者, 幾希矣.”

이것이 무슨 말인가? 정작 고문사를 밤낮 없이 익혀야 할 선비들은 그저 과거 시험에나 필요할 뿐인 공령문功令文에 힘을 쏟아 변려로 꾸미고 아로 새기는 데만 열심할 뿐이다. 그나마 과거에 급제하고 나면 이조차도 다시는 손에 대지 않는다. 고문사는 누가 공부하는가? 우습게도 사대부 지식인들이 아니라 그들이 하찮게 여겨 마지않는 역관들이다. 저들이 공령문에 있는 힘을 다 쏟고 있는 동안, 이들은 고문사를 본업으로 알고 익힌다. 실제로 쓸모 있음도 이들은 깨닫고 있다. 정작 고문사의 소중함을 알아야 할 자들은 이를 우습게 알아 치지도외하고, 그저 백화白話나 잘 배워 통역이나 하면 되겠지 싶은 역관들은 고문사를 모르면 난리라도 날 것처럼 공부를 한다. 이쯤되면 주객이 전도되어도 한참 전도되었다. 무슨 이런 일이 있단 말인가?

 

 

내가 오래전부터 이를 염려하였기에, 특별히 이 문집에 써서 서문으로하여 말한다.

! 를 잃게 되면 초야에서 이를 찾는다. 중원의 남은 제도를 보려거든 연극 배우에게 가서 찾을 것이요, 여자 복식의 고아함을 찾으려면 고을 기생에게 나아가 살필 일이다. 문장의 성대함을 알고자 할진대 나는 실로 역관의 천한 인사를 부끄러워 한다.”

吾故爲是之懼焉, 特書此集而序之曰: ”嗟乎! 禮失而求諸野, 欲觀中原之遺制, 當於戱子而求之矣, 欲求女服之古雅, 當於邑妓而觀之矣, 欲知文章之盛, 則吾實慚於鞮象之賤士.

습관이 오래되면 성품이 된다. 그럴진대, 뒤로 가면 고문사는 으레 역관들만 배우고 익히는 것으로 될 것이 아닌가? 선비가 선비 되는 길이 고문사에 담겨있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길이 고문사에 담겨 있거늘, 사대부는 이를 외면하고 천한 역관들은 여기에 매달리니 이것이 꼭 기생의 복장에 옛 법도가 남아 있고, 연극 배우의 복식에 옛 중국의 유제遺制가 남아 있는 것과 방불치 아니한가. 바야흐로 세상은 개판이 되고 말았다.

 

 

 

 

 

인용

목차

원문

작가 이력 및 작품

1. 사라진 예법은 시골깡촌에 살아있다

2. 촌스럽고 경박하다며 살아남은 전통을 멸시하다

3. 역관임에도 고전문장으로 문집을 만든 이홍재

4. 고문은 역관에게, 전통복식은 기생에게 남다

5. 잃어버린 시는 어디에 있나?

6. 설렘 가득한 마음과 말없이 시를 빚어내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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