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에피소드를 삽입시켜 글에 생기를 불어넣다
이 단락에 이르러 문세文勢가 갑자기 전환된다. 앞의 1편~7편까지의 서술이 진술적 방식을 취하고 있다면 이 단락의 서술은 묘사적이다. 그 언어는 형상적이고, 이미지는 뚜렷하다. 연암은 자신과 형수 둘 사이에 있었던 어떤 에피소드를 말하고 있다. 이처럼 글의 특정한 단락에 에피소드를 삽입하는 것은 연암 글쓰기의 중요한 특징을 이룬다. 에피소드의 적절한 활용은 글을 생기 있게 만든다. 그렇다고 에피소드를 마구 늘어놓기만 한다고 해서 훌륭한 글이 되는 건 아니다. 연암은 일반적 진술로 이루어진 단락과 에피소드적 진술로 이루어진 단락을 잘 안배해 글을 구성함으로써 글의 문예미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동아시아의 문장가 가운데 에피소드나 일화를 잘 활용해 글을 쓴 최초의 인물은 아마도 사마천이 아닐까 한다. 사마천의 『사기』 열전은 일화나 에피소드를 통해 특정 인물의 개성과 본질을 생생하고도 예리하게 그려 낸 것으로 정평으로 나 있다. 사마천의 이런 글쓰기 방식을 계승한 문학 장르는 ‘전傳’이다. ‘전’은 오늘날의 전기傳記와는 달리 대체로 아주 짧은 분량의 글인데, 한두 개 내지 두어 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대상 인물의 성격적 특질과 인간적 본질을 극히 압축적으로 포착해 보여준다는 특징이 있다. 연암이 에피소드나 일화를 잘 활용한 데에는 사마천의 영향이 없지 않다고 여겨진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점은, 연암은 비단 ‘전’이라는 장르에서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장르의 글에서 에피소드와 일화를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묘지명에는 보통 에피소드를 서술하지 않는 법인데 연암의 이 묘지명은 그런 법식을 따르지 않고 있으며, 이 점에서 파격적이다. 연암은 글쓰기에서 늘 ‘법고창신法古創新(옛날 것을 배워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말)’을 강조했는데, 이 역시 법고창신이라 할 만하다.
▲ 전문
인용
10. 유언호가 명을 짓다
11. 총평
- 화장산華藏山: 황해도 금천의 산 이름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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