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습(金時習)
生如其言, 乘昏而往. 忽見桃花一枝, 過牆而有搖裊之影. 往視之則以秋千絨索, 繫竹兜下垂. 生攀緣而踰, 會月上東山, 花影在地, 淸香可愛. 生意謂已入仙境, 心雖竊喜, 而情密事秘, 毛髮盡竪,
回眄左右, 女已在花叢裏, 與香兒, 折花相戴, 鋪罽僻地, 見生微笑, 口占二句, 先唱曰:
“桃李枝間花富貴, 鴛鴦枕上月嬋娟.”
生續含曰: “他時漏洩春消息, 風雨無情亦可憐.”
女變色而言曰: “本欲與君, 終奉箕帚, 永結歡娛, 郞何言之若是遽也? 妾雖女類, 心意泰然, 丈夫意氣, 肯作此語乎? 他日閨中事洩, 親庭遣責, 妾以身當之.”
해석
生如其言, 乘昏而往.
이생이 그 말대로 황혼이 되자 최랑의 집을 찾아갔다.
忽見桃花一枝, 過牆而有搖裊之影.
갑자기 복사꽃 한 가지가 담 위로 넘어오면서 하늘거리는 그림자가 나타났다.
往視之則以秋千絨索, 繫竹兜下垂.
이생이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그넷줄이 대바구니를 매어서 아래로 늘어뜨려 놓았다.
生攀緣而踰,
이생을 그 줄을 잡고 담을 넘었다.
會月上東山, 花影在地, 淸香可愛.
마침 달이 동산에 떠오르고 꽃 그림자가 땅에 비껴 맑은 향내가 사랑스러웠다.
生意謂已入仙境, 心雖竊喜,
이생은 자기가 신선 세계에 들어왔다고 생각하여 마음은 비록 기뻤지만,
而情密事秘, 毛髮盡竪,
자기의 마음이나 지금 하려는 일이 비밀스러워서 머리가 모두 곤두섰다.
回眄左右, 女已在花叢裏,
이생이 좌우를 둘러보았더니, 최랑은 꽃떨기 속에서
與香兒, 折花相戴, 鋪罽僻地,
향아와 같이 꽃을 꺾어 머리에 꽂고는, 외진 곳에 자리를 펴고 앉아 있었다.
見生微笑, 口占二句, 先唱曰: “桃李枝間花富貴, 鴛鴦枕上月嬋娟.”
최랑이 이생을 보고 방긋 웃으면서 시 두 구절을 먼저 읊었다.
桃李枝間花富貴 | 복사와 오얏 가지 속에 꽃송이 탐스럽고 |
鴛鴦枕上月嬋娟 | 원앙새 베개 위엔 달빛도 고와라. |
生續含曰: “他時漏洩春消息, 風雨無情亦可憐.”
이생이 뒤를 이어 시를 읊었다.
他時漏洩春消息 | 다음날 어쩌다가 봄소식이 새나간다면 |
風雨無情亦可憐 | 무정한 비바람에 더욱 가련해지리라. |
女變色而言曰:
최랑이 얼굴빛이 변하면서 말하였다.
“本欲與君, 終奉箕帚,
“저는 본디 당신과 함께 부부가 되어 끝까지 남편으로 모시고【箕帚: 쓰레받기와 비를 말하는데, 흔히 남의 妻妾이 되어 남편을 모시게 되었다는 뜻으로 쓰이는 겸사이다.】
永結歡娛,
영원히 즐거움을 누리려고 했어요.
郞何言之若是遽也?
그런데 당신은 어찌 이렇게 말씀하십니까?
妾雖女類, 心意泰然, 丈夫意氣, 肯作此語乎?
저는 비록 여자의 몸이지만 마음이 태연한데, 장부의 의기로도 기꺼이 이런 말씀을 하십니까?
他日閨中事洩, 親庭遣責,
다음날 규중의 일이 누설되어 친정에서 꾸지람을 듣게 되더라도,
妾以身當之.”
제가 혼자 책임을 지겠어요.”
인용
1화: 송도에 사는 이생과 최규수, 최규수를 보고 반한 이생
4화: 시로 통하였느냐
5화: 최규수의 방에 놓인 병풍의 시
6화: 한쪽 벽에 놓인 松雪 서체의 병풍 1~2단의 시
7화: 한쪽 벽에 놓인 松雪 시체의 병풍 3~4단의 시
8화: 밤마다 밀회를 나누다 걸려 강제로 울주로 내려가게 되다
10화: 이씨네와 최씨네의 결혼대작전
11화: 우리 결혼합니다
12화: 홍건적, 이생의 아내를 죽이다
13화: 재회로 꿀 떨어지게 살다
14화: 두 부모의 시신을 수습하고 세상과 단절한 채 아내와만 살다
16화: 너 떠난 그곳에 나 혼자 살 수 없네
논문: 금오신화의 문학사적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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