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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이생규장전(李生窺牆傳) - 13화: 재회로 꿀 떨어지게 살다 본문

한문놀이터/한문소설

이생규장전(李生窺牆傳) - 13화: 재회로 꿀 떨어지게 살다

건방진방랑자 2020. 11. 15.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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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재회로 꿀 떨어지게 살다

 

김시습(金時習)

 

 

將及二更, 月色微吐, 光照屋梁. 漸聞廊下, 有跫然之音, 自遠而近, 至則氏也.

生雖知已死, 愛之甚篤, 不復疑訝, 遽問曰: “避於何處, 全其軀命?”

女執生手, 慟哭一聲, 乃敍情曰: “妾本良族, 幼承庭訓, 工刺繡裁縫之事, 學詩書仁義之方, 但識閨門之治, 豈解境外之修. 然而一窺紅杏之牆, 自獻碧海之珠. 花前一笑, 恩結平生, 帳裏重遘, 情逾百年. 言至於此, 悲慙曷勝. 將謂偕老而歸居, 豈意橫折而顚溝, 終不委身於豺虎, 自取磔肉於泥沙, 固天性之自然, 匪人情之可忍. 却恨一別於窮厓, 竟作分飛之匹鳥. 家亡親沒, 傷魄之無依, 義重命輕, 幸殘軀之免辱. 誰憐寸寸之灰心, 徒結斷斷之腐腸, 骨骸暴野, 肝膽塗地. 細料昔時之歡娛, 適爲當日之愁寃. 今則鄒律已吹於幽谷,倩女再返於陽間, 蓬萊一紀之約綢繆, 聚窟三生之香芬郁, 重契闊於此時, 期不負乎前盟. 如或不忘, 終以爲好, 郞其許之乎.” 生喜且感曰: “固所願也.”

相與款曲抒情. 言及家産被寇掠有無, 女曰: “一分不失, 埋於某山某谷也.” 又問, “兩家父母骸骨安在?” 女曰: “暴棄某處.”

敍情罷, 同寢極歡如昔.

 

 

 

 

 

 

해석

將及二更, 月色微吐, 光照屋梁.

이경(二更) 쯤 되자 희미한 달빛이 들보를 비춰 주는데

 

漸聞廊下, 有跫然之音,

점점이 낭하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自遠而近, 至則氏也.

그 소리는 멀리서부터 차츰 가까이 다가왔으니 바로 최랑이었다.

 

生雖知已死, 愛之甚篤,

이생은 그가 이미 죽은 것을 알고 있었지만, 너무도 사랑하는 마음에

 

不復疑訝, 遽問曰:

의심하지도 않고 갑자기 물어봤다.

 

避於何處, 全其軀命?”

당신은 어디로 피난 가서 목숨을 보전하였소?”

 

女執生手, 慟哭一聲,

여인이 이생의 손을 잡고 한바탕 통곡하더니,

 

乃敍情曰:

이내 사정을 이야기하였다.

 

妾本良族, 幼承庭訓,

저는 본디 양가의 딸로서 어릴 때부터 가정의 교훈을 받아

 

工刺繡裁縫之事, 學詩書仁義之方,

수놓기와 바느질에 힘썼고, 시서(詩書)와 예법을 배웠어요.

 

但識閨門之治, 豈解境外之修.

그래서 규방의 법도만 알 뿐이지, 그 밖의 일이야 어찌 알겠어요?

 

然而一窺紅杏之牆, 自獻碧海之珠.

마침 당신이 붉은 살구꽃이 핀 담 안을 엿보았으므로, 제가 푸른 바다의 구슬을 바친 거지요.

 

花前一笑, 恩結平生,

꽃 앞에서 한번 웃고 평생의 가약을 맺었고,

 

帳裏重遘, 情逾百年.

휘장 속에서 다시 만날 때에는 정이 백년을 넘쳤었지요.

 

言至於此, 悲慙曷勝.

여기까지 말하고 보니 슬프고도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군요.

 

將謂偕老而歸居, 豈意橫折而顚溝,

장차 백년을 함께 하자고 하였는데, 뜻밖에 횡액을 만나 구렁에 구르게 될 줄 어찌 알았겠어요?

 

終不委身於豺虎, 自取磔肉於泥沙,

늑대 같은 놈들에게 끝까지 정조를 잃지 않았지만, 제 몸은 진흙탕에서 찢겨졌답니다.

 

固天性之自然, 匪人情之可忍.

천성이 저절로 그렇게 된 것이지, 인정으로야 차마 할 만한 게 아닙니다.

 

却恨一別於窮厓, 竟作分飛之匹鳥.

저는 당신과 외딴 산골에서 헤어진 뒤에 짝 잃은 새가 되었었지요.

 

家亡親沒, 傷魄之無依,

집도 없어지고 부모님도 돌아가셨으니, 피곤한 혼백을 의지할 곳도 없는 게 한스러웠답니다.

 

義重命輕, 幸殘軀之免辱.

절의(節義)는 중요하고 목숨은 가벼우니, 쇠잔한 몸뚱이일망정 치욕을 면한 것만으로 다행이지요.

 

誰憐寸寸之灰心,

그러나 마디마디 끊어진 제 마음을 그 누가 불쌍하게 여겨 주겠어요?

 

徒結斷斷之腐腸,

한갓 애끊는 썩은 창자에만 맺혀 있을 뿐이지요.

 

骨骸暴野, 肝膽塗地.

해골은 들판에 내던져졌고 간과 쓸개는 땅바닥에 널려졌으니,

 

細料昔時之歡娛, 適爲當日之愁寃.

가만히 옛날의 즐거움을 생각해보면 오늘의 슬픔을 위해 있었던 것 같군요.

 

今則鄒律已吹於幽谷,倩女再返於陽間,

이제 봄바람이 깊은 골짜기에 불어오기에, 저도 이승으로 돌아왔지요.

 

蓬萊一紀之約綢繆, 聚窟三生之香芬郁,

봉래산 십이년의 약속이 얽혀 있고 삼세(三世)의 향이 향그러우니,

 

重契闊於此時, 期不負乎前盟.

오랫동안 뵙지 못한 정을 이제 되살려서 옛날의 맹세를 저버리지 않겠어요.

 

如或不忘, 終以爲好,

당신이 지금도 그 맹세를 잊지 않으셨다면, 저도 끝까지 잘 모시고 싶답니다.

 

郞其許之乎.”

당신도 허락하시겠지요?”

 

生喜且感曰: “固所願也.”

이생이 기쁘고도 느꺼워하며 말하였다. “진실로 원하던 바입니다.”

 

相與款曲抒情.

그리고는 서로 정답게 심정을 털어놓았다.

 

言及家産被寇掠有無, 女曰:

재산을 얼마나 도적들에게 빼앗겼는지 이야기가 나오자, 여인이 말하였다.

 

一分不失, 埋於某山某谷也.”

조금도 잃지 않고 어느 산 어느 골짜기에 묻어 두었답니다.”

 

又問, “兩家父母骸骨安在?”

이생이 또 물었다. “두 집 부모님의 해골을 어디에 모셨소?”

 

女曰: “暴棄某處.”

여인이 말하였다. “아무개 곳에다 그냥 버려두었지요.”

 

敍情罷, 同寢極歡如昔.

정겨운 이야기를 끝낸 뒤에 잠자리를 같이 하였는데, 지극한 즐거움이 예전과 같았다.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목차

전문

1: 송도에 사는 이생과 최규수, 최규수를 보고 반한 이생

2: 최규수, 이생의 마음을 받아주다

3: 첫 만남, 그리고 강단 있는 최규수

4: 시로 통하였느냐

5: 최규수의 방에 놓인 병풍의 시

6: 한쪽 벽에 놓인 松雪 서체의 병풍 1~2단의 시

7: 한쪽 벽에 놓인 松雪 시체의 병풍 3~4단의 시

8: 밤마다 밀회를 나누다 걸려 강제로 울주로 내려가게 되다

9: 이생이 갑작스런 떠남으로 몸져누운 최규수

10: 이씨네와 최씨네의 결혼대작전

11: 우리 결혼합니다

12: 홍건적, 이생의 아내를 죽이다

13: 재회로 꿀 떨어지게 살다

14: 두 부모의 시신을 수습하고 세상과 단절한 채 아내와만 살다

15: 떠나가야만 하는 아내, 섭섭하기만 하는 남편

16: 너 떠난 그곳에 나 혼자 살 수 없네

줄거리

논문: 금오신화의 문학사적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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