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습(金時習)
一夕, 女謂生曰: “三遇佳期, 世事蹉跎, 歡娛不厭, 哀別遽至.”
遂嗚咽, 生驚問曰: “何故至此?” 女曰: “冥數不可躱也, 天帝以妾與生, 緣分未斷, 又無罪障, 假以幻體, 與生暫割愁腸, 非久留人世, 以惑陽人.” 命婢兒進酒, 歌玉樓春一闋, 以侑生, 歌曰:
“干戈滿目交揮處, 玉碎花飛鴛失侶. 殘骸狼籍竟誰埋, 血汚遊魂無與語.
高唐一下巫山女, 破鏡重分心慘楚. 從玆一別兩茫茫, 天上人間音信阻.”
每歌一聲, 飮泣數下, 殆不成腔.
해석
一夕, 女謂生曰:
그럭저럭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저녁에 여인이 이생에게 말하였다.
“三遇佳期, 世事蹉跎,
“세 번이나 가약을 맺었지만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歡娛不厭, 哀別遽至.”
즐거움이 다하기도 전에 슬프게 헤어져야만 하겠어요.”
遂嗚咽, 生驚問曰:
여인이 목메어 울자 이생이 놀라면서 물었다.
“何故至此?”
“어찌 이렇게 되었소?”
女曰: “冥數不可躱也,
여인이 대답하였다. “저승길은 피할 수가 없답니다.
天帝以妾與生, 緣分未斷,
하느님께서 저와 당신의 연분이 끊어지지 않았고
又無罪障,
또 전생에 아무런 죄도 지지 않았다면서,
假以幻體, 與生暫割愁腸,
이 몸을 환생시켜 당신과 잠시라도 시름을 풀게 해주었었지요.
非久留人世, 以惑陽人.”
그러나 제가 오랫동안 인간 세상에 머물면서 산 사람을 미혹시킬 수는 없답니다.”
命婢兒進酒, 歌玉樓春一闋, 以侑生, 歌曰:
“干戈滿目交揮處, 玉碎花飛鴛失侶. 殘骸狼籍竟誰埋, 血汚遊魂無與語.
高唐一下巫山女, 破鏡重分心慘楚. 從玆一別兩茫茫, 天上人間音信阻.”
그리고는 몸종 향아를 시켜서 술을 올리게 하고는, 「옥루춘곡(玉樓春曲)」에 맞추어 노래 한 가락을 지어 부르며 이생에게 술을 권하였다.
干戈滿目交揮處 | 칼과 창이 어우러져 싸움이 가득한 판에 |
玉碎花飛鴛失侶 | 옥 부서지고 꽃 떨어지니 원앙도 짝을 잃었네. |
殘骸狼籍竟誰埋 | 흩어진 해골을 그 누가 묻어 주랴. |
血汚遊魂無與語 | 피에 젖어 떠도는 혼이 하소연할 곳도 없었네. |
高唐一下巫山女 | 무산의 선녀가 고당에 한번 내려온 뒤에 |
破鏡重分心慘楚 | 깨어진 종(鐘) 거듭 갈라지니 마음 더욱 쓰라려라. |
從玆一別兩茫茫 | 이제 한번 작별하면 둘이 서로 아득해질 테니 |
天上人間音信阻 | 하늘과 인간세상 사이에 소식마저 막히리라. |
每歌一聲, 飮泣數下,
노래를 한마디 부를 때마다 눈물이 자꾸 내려
殆不成腔.
거의 곡조를 이루지 못하였다.
인용
1화: 송도에 사는 이생과 최규수, 최규수를 보고 반한 이생
4화: 시로 통하였느냐
5화: 최규수의 방에 놓인 병풍의 시
6화: 한쪽 벽에 놓인 松雪 서체의 병풍 1~2단의 시
7화: 한쪽 벽에 놓인 松雪 시체의 병풍 3~4단의 시
8화: 밤마다 밀회를 나누다 걸려 강제로 울주로 내려가게 되다
10화: 이씨네와 최씨네의 결혼대작전
11화: 우리 결혼합니다
12화: 홍건적, 이생의 아내를 죽이다
13화: 재회로 꿀 떨어지게 살다
14화: 두 부모의 시신을 수습하고 세상과 단절한 채 아내와만 살다
16화: 너 떠난 그곳에 나 혼자 살 수 없네
논문: 금오신화의 문학사적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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