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한쪽 벽에 놓인 송설(松雪) 서체의 병풍 1~2단의 시
김시습(金時習)
一壁貼四時景, 各四首, 亦不知爲何人所作. 其筆, 則摹松雪眞字, 體極精姸.
其一幅曰:
“芙蓉帳暖香如縷, 窓外霏霏紅杏雨. 樓頭殘夢五更鐘, 百舌啼在辛夷塢.
燕子日長閨閤深, 懶來無語停金針. 花底雙雙飛蝶蛺, 爭趁落花庭院陰.
嫩寒輕透綠羅裳, 空對春風暗斷腸. 脈脈此情誰料得, 百花叢裏舞鴛鴦.
春色深藏黃四家, 深紅淺綠映窓紗. 一庭芳草春心苦, 輕揭珠簾看落花.”
其二幅曰:
“小麥初胎乳燕斜, 南園開遍石榴花. 綠窓工女幷刀響, 擬試紅裙剪紫霞.
黃梅時節雨庚纖, 鶯轉槐陰燕入簾. 又是一年風景老, 楝花零落笋生尖.
手拈靑杏打鶯兒, 風過南軒日影遲. 荷葉已香池水滿, 碧波深處浴鸕鶿.
藤牀筠簟浪波紋, 畵屛瀟湘一抹雲. 懶慢不堪醒午夢, 半窓斜日欲西曛.”
해석
一壁貼四時景, 各四首,
한쪽 벽에는 사철의 경치를 읊은 시를 각각 네 수씩 붙였는데,
亦不知爲何人所作.
역시 누가 지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其筆, 則摹松雪眞字, 體極精姸.
그 글씨는 송설(松雪)의 서체를 본받아 자체가 아주 곱고도 단정하였다.
其一幅曰:
“芙蓉帳暖香如縷, 窓外霏霏紅杏雨. 樓頭殘夢五更鐘, 百舌啼在辛夷塢.
燕子日長閨閤深, 懶來無語停金針. 花底雙雙飛蝶蛺, 爭趁落花庭院陰.
嫩寒輕透綠羅裳, 空對春風暗斷腸. 脈脈此情誰料得, 百花叢裏舞鴛鴦.
春色深藏黃四家, 深紅淺綠映窓紗. 一庭芳草春心苦, 輕揭珠簾看落花.”
그 첫째 폭에 쓰인 시는 이러하다.
芙蓉帳暖香如縷 | 연꽃 그린 휘장은 따뜻하고 향내는 실 같은데 |
窓外霏霏紅杏雨 | 창밖에 붉은 살구꽃이 비 내리듯 하는구나. |
樓頭殘夢五更鐘 | 다락 머리에서 새벽 종소리에 남은 꿈을 깨고 보니 |
百舌啼在辛夷塢 | 개나리 무성한 둑에 때까치가 우짖네. |
燕子日長閨閤深 | 제비새끼 커 가는데 안방 깊숙이 들어앉아 |
懶來無語停金針 | 귀찮은 듯 말도 없이 금바늘을 멈추었네. |
花底雙雙飛蝶蛺 | 꽃 아래로 쌍쌍이 나비들 짝 지어 날며 |
爭趁落花庭院陰 | 그늘진 동산으로 지는 꽃을 따라가네. |
嫩寒輕透綠羅裳 | 꽃샘추위가 초록 치마를 스쳐 가면 |
空對春風暗斷腸 | 무정한 봄바람에 이 내 간장 끊어지네. |
脈脈此情誰料得 | 말없는 이 심정을 그 누가 알랴. |
百花叢裏舞鴛鴦 | 온갖 꽃 만발한 속에 원앙새가 춤추는구나. |
春色深藏黃四家 | 깊어 가는 봄빛을 뉘 집 동산에 간직했나? |
深紅淺綠映窓紗 | 붉은 꽃잎 푸른 나뭇잎 사창에 비치네 |
一庭芳草春心苦 | 뜨락의 꽃과 풀들은 봄시름에 겨웠는데 |
輕揭珠簾看落花 | 주렴을 가볍게 걷고 지는 꽃을 바라보네. |
其二幅曰:
“小麥初胎乳燕斜, 南園開遍石榴花. 綠窓工女幷刀響, 擬試紅裙剪紫霞.
黃梅時節雨庚纖, 鶯轉槐陰燕入簾. 又是一年風景老, 楝花零落笋生尖.
手拈靑杏打鶯兒, 風過南軒日影遲. 荷葉已香池水滿, 碧波深處浴鸕鶿.
藤牀筠簟浪波紋, 畵屛瀟湘一抹雲. 懶慢不堪醒午夢, 半窓斜日欲西曛.”
그 둘째 폭에 쓰인 시는 이러하다.
小麥初胎乳燕斜 | 밀 이삭 처음 베고 제비 새끼 날아드는데 |
南園開遍石榴花 | 남쪽 뜰엔 석류꽃이 두루 피었구나. |
綠窓工女幷刀響 | 푸른 창가에 앉아 길쌈하는 아가씨는 |
擬試紅裙剪紫霞 | 붉은 비단을 마름질하여 새 치마를 지으려네. |
黃梅時節雨庚纖 | 매실이 익는 철에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데 |
鶯轉槐陰燕入簾 | 홰나무 그늘에 꾀꼬리 울고 제비는 주렴으로 날아드네. |
又是一年風景老 | 또 한 해 봄 풍경이 시들어 가니 |
楝花零落笋生尖 | 멀구슬나무 꽃 떨어지고 죽순이 삐죽 솟았네. |
手拈靑杏打鶯兒 | 푸른 살구 손에 쥐고 꾀꼬리에게 던져 보네. |
風過南軒日影遲 | 남쪽 난간에 바람 일고 해 그림자 더디어라. |
荷葉已香池水滿 | 연잎에 향내 가시고 못에는 물이 가득한데 |
碧波深處浴鸕鶿 | 푸른 물결 깊은 곳에서 원앙새가 목욕하네. |
藤牀筠簟浪波紋 | 등 평상 대자리에 무늬가 물결 지고 |
畵屛瀟湘一抹雲 | 소상강 그린 병풍에는 구름이 한 자락 있네. |
懶慢不堪醒午夢 | 낮 꿈을 깨고도 나른해 누웠더니 |
半窓斜日欲西曛 | 반창에 비낀 햇살이 뉘엿뉘엿 넘어가네. |
인용
1화: 송도에 사는 이생과 최규수, 최규수를 보고 반한 이생
4화: 시로 통하였느냐
5화: 최규수의 방에 놓인 병풍의 시
6화: 한쪽 벽에 놓인 松雪 서체의 병풍 1~2단의 시
7화: 한쪽 벽에 놓인 松雪 시체의 병풍 3~4단의 시
8화: 밤마다 밀회를 나누다 걸려 강제로 울주로 내려가게 되다
10화: 이씨네와 최씨네의 결혼대작전
11화: 우리 결혼합니다
12화: 홍건적, 이생의 아내를 죽이다
13화: 재회로 꿀 떨어지게 살다
14화: 두 부모의 시신을 수습하고 세상과 단절한 채 아내와만 살다
16화: 너 떠난 그곳에 나 혼자 살 수 없네
논문: 금오신화의 문학사적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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