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왕위 선위를 승낙한 박생
김시습(金時習)
宴畢, 王欲禪位于生, 乃手制曰: “炎洲之域, 實是瘴厲之鄕, 禹跡之所不至, 穆駿之所未窮. 彤雲蔽日, 毒霧障天, 渴飮赫赫之洋銅, 飢餐烘烘之融鐵, 非夜叉羅刹, 無以措其足, 魑魅魍魎, 莫能肆其氣. 火城千里, 鐵嶽萬重, 民俗强悍, 非正直無以辨其姦, 地勢凹隆, 非神威不可施其化.
咨! 爾東國某, 正直無私, 剛毅有斷, 著含章之質, 有發蒙之才, 顯榮雖蔑於身前, 綱紀實在於身後, 兆民永賴, 非子而誰? 宜導德齊禮, 冀納民於至善, 躬行心得, 庶躋世於雍熙. 體天立極, 法堯禪舜, 予其作賓, 嗚呼欽哉!”
生奉詔, 周旋再拜而出. 王復勑臣民致賀, 以儲君禮送之.
又勑生曰: “不久當還, 勞此一行, 所陳之語, 傳播人間, 一掃荒唐!” 生又再拜致謝曰: “敢不對揚休命之萬一?”
해석
宴畢, 王欲禪位于生,
잔치가 끝나자 임금이 박생에게 임금자리를 물려주기 위하여
乃手制曰:
손수 선위문(禪位文)을 지었다.
“炎洲之域, 實是瘴厲之鄕,
“염주의 땅은 실로 풍토병이 생기는 곳이므로,
禹跡之所不至, 穆駿之所未窮.
우(禹) 임금의 발자취도 이르지 못하였고, 목왕(穆王)의 준마도 오지 못하였다.
彤雲蔽日, 毒霧障天,
붉은 구름이 해를 가리고 독한 안개가 하늘을 막고 있으며,
渴飮赫赫之洋銅,
목이 마르면 뜨거운 구릿물을 마셔야 하고
飢餐烘烘之融鐵,
배가 고프면 불에 쪼인 뜨거운 쇳덩이를 먹어야 한다.
非夜叉羅刹, 無以措其足,
야차(夜叉)나 나찰(羅刹)이 아니면 발붙일 곳이 없고,
魑魅魍魎, 莫能肆其氣.
도깨비가 아니면 그 기운을 펼 수가 없는 곳이다.
火城千里, 鐵嶽萬重,
화성이 천리나 뻗어 있고 철산이 만 겹이나 둘린 데다,
民俗强悍, 非正直無以辨其姦,
민속이 강하고 사나워서, 정직하지 않으면 그 간사함을 판단할 수가 없다.
地勢凹隆, 非神威不可施其化.
지세도 굴곡이 심해 험준하니, 신통한 위엄이 아니면 이들을 교화시킬 수가 없다.
咨! 爾東國某,
아아. 동쪽 나라에서 온 그대 박아무개는
正直無私, 剛毅有斷,
정직하고 사심(私心)이 없으며, 강직하고 과단성이 있다.
著含章之質, 有發蒙之才,
남을 포용하는 자질을 갖추고 있으며, 어리석은 자를 계발하는 재주도 지니고 있다.
顯榮雖蔑於身前,
살아 있을 때에는 비록 현달하지 못하였지만,
綱紀實在於身後,
죽은 뒤에는 기강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兆民永賴, 非子而誰?
모든 백성이 길게 믿고 의지할 자가 그대가 아니고 누구이겠는가?
宜導德齊禮, 冀納民於至善,
마땅히 도덕으로 인도하고 예법으로 정체하여, 백성들을 지극히 착하게 만들라.
躬行心得, 庶躋世於雍熙.
몸소 실천하고 마음으로 깨달아, 세상을 태평하게 만들라.
體天立極, 法堯禪舜,
하늘을 본받아 뜻을 세우고,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임금자리를 물려주었던 일을 본받아
予其作賓,
나도 이 자리를 그대에게 물려주겠다.
嗚呼欽哉!”
아아. 그대는 삼가 받을지어다.”
生奉詔, 周旋再拜而出.
박생이 이 글을 받아들고 응낙한 뒤에, 두 번 절하고 물러 나왔다.
王復勑臣民致賀,
임금은 다시 신하와 백성들에게 명령을 내려 축하드리게 하고,
以儲君禮送之.
태자의 예절로써 그를 전송하게 하였다.
又勑生曰:
그리고는 박생에게 말하였다.
“不久當還,
“머지않아 다시 돌아오셔야 하오.
勞此一行, 所陳之語,
이번에 가거든 수고롭지만 내가 한 말들을 전하여
傳播人間, 一掃荒唐!”
인간 세상에 널리 퍼뜨리시오. 황당한 일을 다 없애 주시오.”
生又再拜致謝曰:
박생이 또 두 번 절하여 감사드리고 말하였다.
“敢不對揚休命之萬一?”
“만 분의 하나라도 그 뜻을 널리 전하지 않겠습니까?”
인용
3화: 꿈속에서 지옥에 간 박생
5화: 염라의 극진한 대우와 자기소개
7화: 귀신에 대한 염라의 대답
9화: 제사에서 지천을 사르는 것과 간악한 사람도 용서해주냐는 물음에 대한 염라의 대답
10화: 49제와 절의 폐단을 물은 박생
12화: 윤회와 저승, 그리고 염라직 제안
13화: 임금의 도리와 역할에 대한 논의
14화: 왕위 선위를 승낙한 박생
15화: 박생의 최후
논문: 금오신화의 문학사적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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