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고의 오언 한시들
按『佔畢齋集』曰: ‘自學詩來, 得我東詩, 而詩之名家者, 不啻數百. 由今日而上溯羅季, 幾一千載. 其間識風敎, 形美刺, 開闔抑揚, 深得性情之正者, 可以頡頏於唐宋, 模範於後世’云.
盖東方詩學, 始於三國, 盛於高麗, 而極於我朝. 自畢齋至于今, 亦數百年, 文章大手相繼傑出, 前後作者, 不可勝記. 雖比之中華, 未足多讓, 豈太師文明之化有以致之歟! 今姑百取一二, 俾後人見一木而知鄧林之多材云爾.
余每誦金侍中「卽景」詩: ‘驚電盤絕壁, 急雨射頹陽.’ 則駭其奮迅, 鄭學士「咏杜鵑」詩: ‘聲催山竹裂, 血染野花紅.’ 則恠其工艷, 李白雲「德淵院」詩: ‘竹虛同客性, 松老等僧年.’ 則慕其孤高, 李牧隱「浮碧樓」詩: ‘城空月一片, 石老雲千秋.’ 則服其淸遠, 卞春亭「春事」詩: ‘幽夢僧來解, 新詩鳥伴吟.’ 則悅其淸新,
金乖崖「山寺」詩: ‘窓虛僧結衲, 塔靜客題詩.’ 則愛其閑雅, 金佔畢「仙槎」詩: ‘靑山半邊雨, 落日上房鍾.’ 則嗟其淸亮, 金冲庵「寒碧樓」詩: ‘風生萬古穴, 江撼五更樓.’ 則喜其豪壯, 李容齋「溪上卽事」詩: ‘鑿泉偷岳色, 移石殺溪聲.’ 則想其奇巧, 鄭湖陰「感懷」詩: ‘未得先愁失, 當歡已作悲.’ 則覺其淸切, 崔東皐「除夕」詩: ‘鴻溝未許割, 羊胛不須烹.’ 則歎其奇健, 車五山「詠孤鴈」詩: ‘山河孤影沒, 天地一聲悲.’ 則畏其秀逸.
해석
按『佔畢齋集』曰: ‘自學詩來, 得我東詩, 而詩之名家者, 不啻數百.
『점필재집(佔畢齋集)』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시를 배운 이래로 우리나라의 시를 얻으면 시의 대가란 수 백명 뿐만이 아니었다.
由今日而上溯羅季, 幾一千載.
오늘로부터 신라의 말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거의 일 천년이 된다.
其間識風敎, 形美刺, 開闔抑揚, 深得性情之正者,
그 사이에 풍속으로 교화시킴을 기록하고 드높이거나 비판함을 형상화하거나 열거나 닫거나 억누르거나 드날려서 깊이 성정(性情)의 바름을 얻은 시인들이
可以頡頏於唐宋, 模範於後世’云.
당나라와 송나라에 오르락내리락하며 후세에 모범이 될 만하다.’【인용한 글은 김종직이 편찬한 『청구풍아』의 서문을 축약하였다. 현존하는 목판본 『점필재집』이나 『청구풍아』에는 실려 있지 않고, 김휴(金烋)가 편찬한 『해동문헌총록(海東文獻總錄)』에 발췌 수록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시학은 삼국에서 시작되어 고려에서 융성해졌으며 우리의 조선에서 극대화되었다.
自畢齋至于今, 亦數百年, 文章大手相繼傑出, 前後作者, 不可勝記.
점필재(佔畢齋)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또한 수 백년인데 문장의 대가들이 서로 걸출함을 이었으니 전후의 작가들을 이루 다 기록할 수가 없다.
雖比之中華, 未足多讓, 豈太師文明之化有以致之歟!
비록 중국에 비교하더라도 많이 사양할 게 없으니 아마도 은나라 태사의【태사(太師): 기자(箕子)를 가리킨다. 성은 자(子), 이름은 서여(胥餘)로 은나라의 종실이며, 주왕(紂王)이 태사에 임명하였다.】 문명 교화가 그것을 성취한 것이리라.
今姑百取一二, 俾後人見一木而知鄧林之多材云爾.
이제 일부러 100에서 1~2만을 취해 후세 사람들에게 한 나무를 보여줌으로 등림【등림(鄧林): 좋은 나무만 있다는 숲으로, 신선이 구름을 타고 다니며 노는 곳이라 한다. 필원(畢沅)은 『산해경(山海經)』 「중산경(中山經)」의 “夸父之山, 北有桃林.”이라는 구절에 근거해 ‘도림(桃林)’이 ‘등림(鄧林)’이며, 그 땅은 초(楚)의 북쪽 경계에 있다고 주장했다.】에 많은 재목들을 알게 알게 할 뿐이다.
余每誦金侍中「卽景」詩: ‘驚電盤絕壁, 急雨射頹陽.’ 則駭其奮迅,
내가 매번 김시중의 「즉경(卽景)」 시의 다음 구절을 읽고선 떨치고 날쌤에 놀랐고
驚電盤絕壁 急雨射頹陽 | 놀란 번개는 절벽에 숨어 있고 소나기는 석양에 쏟아지네. |
鄭學士「咏杜鵑」詩: ‘聲催山竹裂, 血染野花紅.’ 則恠其工艷,
정학사의 「영두견(咏杜鵑)」 시의 다음 구절을 읽고선 교묘하고 요염함을 기이하게 여겼으며
聲催山竹裂 血染野花紅 | 소리가 재촉하니 산의 대나무 찢어지고 피가 물들이니 들꽃 붉어지네. |
李白雲「德淵院」詩: ‘竹虛同客性, 松老等僧年.’ 則慕其孤高,
이백운의 「덕연원(德淵院)」 시의 다음 구절을 읽고선 외롭고도 고상함을 사모했고
竹虛同客性 松老等僧年 | 대나무 빈 공간은 나그네의 성품 같고 늙은 소나무는 스님의 나이 같구나. |
李牧隱「浮碧樓」詩: ‘城空月一片, 石老雲千秋.’ 則服其淸遠,
이목은의 「부벽루(浮碧樓)」 시의 다음 구절을 읽고선 맑고도 원대함에 감복했으며
城空月一片 石老雲千秋 | 성은 텅 빈 채 달 한 조각 있고, 바위(조천석)는 천년 두고 구름뿐인데, |
卞春亭「春事」詩: ‘幽夢僧來解, 新詩鳥伴吟.’ 則悅其淸新,
변춘정의 「춘사(春事)」 시의 다음 구절을 읽고선 맑고도 새로움을 즐거워했고
幽夢僧來解 新詩鳥伴吟 | 깊은 꿈은 스님이 와서 깨워 새로운 시는 새와 짝지어 읊조리네. |
金乖崖「山寺」詩: ‘窓虛僧結衲, 塔靜客題詩.’ 則愛其閑雅,
김괴애의 「산사(山寺)」 시의 다음 구절을 읽고선 한가로우면서도 우아함을 아꼈으며
窓虛僧結衲 塔靜客題詩 | 창은 비어 스님은 납의를 꿰매고 탑은 고요해 나그네 시 짓지. |
金佔畢「仙槎」詩: ‘靑山半邊雨, 落日上房鍾.’ 則嗟其淸亮,
김점필의 「선사(仙槎)」 시의 다음 구절을 읽고선 맑고도 밝음에 감탄했고
靑山半邊雨 落日上方鐘 | 푸른 산 반절엔 비 내리고, 해질녘 상방엔 종 울린다. |
金冲庵「寒碧樓」詩: ‘風生萬古穴, 江撼五更樓.’ 則喜其豪壯,
김충암의 「한벽루(寒碧樓)」 시의 다음 구절을 읽고선 호탕하고 장쾌함을 기뻐했으며
風生萬古穴 江撼五更樓 | 바람은 오래된 구멍에서 나오고 강은 오경의 누각을 흔들지. |
李容齋「溪上卽事」詩: ‘鑿泉偷岳色, 移石殺溪聲.’ 則想其奇巧,
이용재의 「계상즉사(溪上卽事)」 시의 다음 구절을 읽고선 기이하고 교묘함을 상상했고
鑿泉偸岳色 移石殺溪聲 | 샘을 파서 산색을 훔치고 바위 옮겨 시냇소리를 덜어내네. |
鄭湖陰「感懷」詩: ‘未得先愁失, 當歡已作悲.’ 則覺其淸切,
정호음의 「감회(感懷)」 시의 다음 구절을 읽고선 맑고도 절절함을 깨달았으며
未得先愁失 當歡已作悲 | 시름[愁失]을 먼저 해선 안 되고 마땅히 기뻐하다가 이미 슬퍼져 |
崔東皐「除夕」詩: ‘鴻溝未許割, 羊胛不須烹.’ 則歎其奇健,
최동고의 「제석(除夕)」 시의 다음 구절을 읽고선 기이하고 강건함에 감탄했고
鴻溝未許割 羊胛不須烹 | 홍구가 할양하길 허락하진 않겠고 양의 어깨뼈가 삶아질 짧은 시간만 할 필욘 없네. |
車五山「詠孤鴈」詩: ‘山河孤影沒, 天地一聲悲.’ 則畏其秀逸.
차오산의 「영고안(詠孤鴈)」 시의 다음 구절을 읽고선 빼어남과 편안함을 두려워했다.
山河孤影沒 天地一聲悲 | 산하의 외로운 그림자 사라지고 천지의 한 울음소리 슬프네. |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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