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2002년 정리
03년 1월 1일(수) 매우 맑음
2003년을 분대장으로 시작한다. 입대할 때만 해도 2003년이 올까 하는 그런 답답한 마음도 있었고 고참들한테 “내후년 제댑니다”라고 말할 때의 그 무너지는 암울함을 느꼈었는데, 어느덧 ‘올해!’라고 벅찬 감격으로 말할 수 있는 시기가 오고야 말았다. 행복한가? 정말 행복하다! 군에서 제대로 보낸 02년이 이렇게 갔다. 솔직히 아쉬움 없는 한 해였지만 시간이 이렇게 흘렸다는 게 무척이나 아쉽기까지 하다. 2002년은 정말이지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1월엔 있었던 사진기와 수하문제 인해 소대의 미운 오리 새끼로 찍혀 최악의 군 생활을 경험하며 지냈다.
2월엔 철수 준비로 인해 소대 분위기가 너무나 어수선 했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3월엔 철수를 함에 따라 걱정반 기대반의 심정으로 힘겹게 율지리 대대로 이사했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FEBA 생활을 여태껏 해오고 있다. 정말 이것저것 해야 할 것이 많아 혹 이등병 시기를 방불케 하던 시간들이었다.
4월엔 진지공사의 힘듦을 몸소 느끼며 몸서리 쳐야 했다.
5월엔 군 전투지휘 검열로 인해 그 준비 기간동안 정말 빡시게 훈련을 했지만 막상 수검 기간에 이르러서 아무 것도 안 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나름대로 행복했지.
6월엔 국가의 축제인 월드컵이 열렸고 우리들도 집중 정신 교육 등 넉넉한 일과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대한민국 4강 진출의 신화를 직접 보면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붉은 악마의 틈에 끼어 응원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고 4강 진출의 교두보였던 P.K를 2Co 이등병 탈영으로 인해 보지 못하고 국지도발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7월엔 군에 와서 처음 뛰어보는 훈련인 대대 ATT가 있었기 때문에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누구 말대로 실제 훈련보다 연습 훈련이 더 빡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땐 9시간 동안 그것도 야밤에 산을 예매고 다녔던 게 원망스러워질 정도였다.
9월엔 ‘훈련은 무자비하게’라는 팜플렛이 두뇌에 명문화된 유격을 우리 대대에서 뛰게 되었다. 그때 휴가가 그 다음 주였기에 참을 수 있었던 것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아마 미쳐버렸을 정도로 3박 4일이란 시간은 빡시면서도 길었다.
10월엔 동계 작전 준비와 진지 공사로 인해 우리 대대는 정신 없이 굴러 가고 있었다.
11월엔 Co ATT와 BN ATT로 추위와의 싸움을 벌여야 했다.
12월엔 사단장 교체로 인한 제식 교육과 제설작업만을 해야 했다.
이렇게 나날이, 다달이 복잡한 일과를 하면서 정신없이 2002년을 보냈다. 앞으로 다가올 2003년이 부쩍 두렵게만 느껴지지만 막상 또 부딪쳐보면 별 것이 아니란 걸 알기에 몸소 부딪쳐 보련다.
03년이 드디어 왔다. 드디어 내 전역의 해가 이렇게 성큼성큼 다가온 것이다. 새 포부와 기대로, 그리고 열정으로 시작하리라. 어떠한 세상이 또 내 앞에 펼쳐질지 모르지만 꼭 다 이겨내리라.
12월 30일 견장을 잡고서 1분대장이 되었다. 2003년은 이렇게 시작한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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