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호방한 시와 청우(靑牛), 민가의 생기발랄한 악부시
眞逸齋成侃, 嘗在集賢殿, 與同僚遊城南, 分韻賦詩. 侃詩先成, 詩曰: ‘鉛槧年來病不堪, 春風引興到城南. 陽坡草軟細如織, 正是靑春三月三.’ 諸公皆閣筆.
且如「途中」詩: ‘籬落依依半掩扃, 夕陽立馬問前程. 翛然細雨蒼烟外, 時有田翁叱犢行.’ 說景如畵.
許筠云: “東詩無效古者. 獨成和中侃擬顔陶鮑三詩, 深得其法, 諸小絶句得唐樂府體, 賴得此君, 殊免寥寂云.
「囉嗊」詩曰: ‘爲報郞君道, 今年歸不歸. 江頭春草綠, 是妾斷腸時.’ ‘郞如車下轂, 妾似路中塵. 相近仍相遠, 看看不得親.’ ‘綠竹條條勁, 浮萍箇箇輕. 願郞如綠竹, 不願似浮萍.’ 其此詩之謂乎!
해석
진일재 성간이 일찍이 집현전에 있을 적에
與同僚遊城南, 分韻賦詩.
동료와 함께 성남에 놀러 가서, 운을 나눠 시를 지었다.
侃詩先成, 詩曰: ‘鉛槧年來病不堪, 春風引興到城南. 陽坡草軟細如織, 正是靑春三月三.’
성간의 「옥당학사와 성남에서 야유회를 하며[與玉堂學士, 遊城南]」이라는 시가 먼저 지어졌으니, 그 시는 다음과 같다.
鉛槧年來病不堪 | 글 짓느라 근래에 병을 견디지 못했는데 |
春風引興到城南 | 봄바람이 흥 이끌어 성남에 도착했네. |
陽坡草軟細如織 | 볕든 언덕의 풀은 연하고 가늘기가 실을 짠 듯 |
正是靑春三月三 | 바로 이때가 푸른 봄 3월 3일이네! |
諸公皆閣筆.
모든 공들이 다 붓을 놓았다.
且如「途中」詩: ‘籬落依依半掩扃, 夕陽立馬問前程. 翛然細雨蒼烟外, 時有田翁叱犢行.’
또 「길 한복판에서[途中]」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籬落依依半掩扃 | 마을 뵐 듯 말 듯 사립문을 닫혔는데 |
夕陽立馬問前程 | 석양에 말 세우고 앞길 물어야 해. |
翛然細雨蒼烟外 | 갑자기 가랑비 내리고 푸른 안개 피어오르는 저 편에 |
時有田翁叱犢行 | 때마침 늙은이 ‘이랴!’ 소를 끌고 가네. |
說景如畵.
경치를 말하는 것이 그림과 같다.
許筠云: “東詩無效古者.
허균이 말했다. “동방의 시는 예로부터 본받을 게 없었다.
獨成和中侃擬顔ㆍ陶ㆍ鮑三詩,
홀로 화중 성간은 안연지ㆍ도면명ㆍ포조의 세 시인【모두 남북조시대의 시인으로 악부시를 잘 지었다】을 본떠서,
深得其法, 諸小絶句得唐樂府體,
깊이 그 법을 얻어 모든 소절구가 당나라 악부체를 얻었으니,
賴得此君, 殊免寥寂”云.
성간을 얻었기 때문에 거의 적막함은 면했다.”
「囉嗊」詩曰: ‘爲報郞君道, 今年歸不歸. 江頭春草綠, 是妾斷腸時.’ ‘郞如車下轂, 妾似路中塵. 相近仍相遠, 看看不得親.’ ‘綠竹條條勁, 浮萍箇箇輕. 願郞如綠竹, 不願似浮萍.’
「나홍」【「나홍」은 5언 4구의 악부시로 「망부가(亡夫歌)」라고도 한다. 호응린(胡應麟)은 『시수(詩藪)』에서 “이 노래는 유채춘(劉采春)이 부른 노래라 하는데 당대의 제자들이 지었고, 성당 이전의 작품이다.”라고 설명했다. 장사하는 여인들이 손님을 마주하고 부른 노래이다. 『진일유고』 권2에는 ‘나진곡(羅嗔曲)’으로 되어 있다. ‘위보(爲報)’에서 ‘장시(腸時)’까지의 원문이 『진일유고』에는 ‘爲報郞君道 今年歸不歸 江汀春草綠 是妾斷腸時’로 되어 있다】이란 시는 다음과 같다.
爲報郞君道 今年歸不歸 | 낭군에게 소식을 알리기 위해 말하니, ‘올해는 오시나요? 안 오시나요?’ |
江頭春草綠 是妾斷腸時 | 강 머리에 봄풀 푸르러지면, 이때가 저의 애간장 끓어요. |
郞如車下轂 妾似路中塵 | 낭군는 수레의 바퀴 같고 저는 길 가운데 티끌 같네. |
相近仍相遠 看看不得親 | 서로 가깝지만 서로 멀기도 해. 보기만 할 뿐 가까워질 수 없네요. |
綠竹條條勁 浮萍箇箇輕 | 푸른 대나무 가지는 굳세고, 부평초 하나하나 가벼워. |
願郞如綠竹 不願似浮萍 | 낭군은 푸른 대나무여야지, 부평초 같기를 원하진 않는다. |
其此詩之謂乎!
이 시를 말함이로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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