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난설헌(許蘭雪軒, 1563 명종18~1589 선조22, 本名 楚姬, 자 景樊, 호 蘭雪軒)은 엽(曄)의 딸이자 균(筠)의 누이로 이달(李達)에게 당시(唐詩)를 배워 시재(詩才)를 떨친 여류 한시의 최고봉으로 평가받고 있는 시인이다. 난설헌(蘭雪軒)의 시(詩)는 중국과 일본에서도 간행되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난설헌(蘭雪軒)은 어려서부터 시재(詩才)에 뛰어나 8세 때 이미 「광한전백옥루상량문(廣寒殿白玉樓上樑文)」이라는 명편을 지어 많은 사람들로부터 기림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남편 김성립(金誠立)과 금슬(琴瑟)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시어머니와의 불화, 자식들의 요사(夭死), 친정의 몰락 등 계속되는 시련으로 불우한 생애를 보내야만 하였다.
특히 난설헌(蘭雪軒)의 시 역시 규방의 정한과 삶의 비애 등을 읊은 것이 많다. 그래서 현실의 고통을 뛰어넘기 위하여 신선의 세계를 초절(超絶)하게 읊은 「유선사(遊仙詞)」 등의 명편이 있다. 특히 「유선사(遊仙詞)」 등 선경(仙境)을 읊은 시편(詩篇)들은 명(明)나라 사신 주지번(朱之蕃)에 의하여 고평을 받았다.
악부제(樂府題)를 빌린 「강남곡(江南曲)」은 상사(相思)의 노래 중에서도 가작(佳作)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다섯 수 중 둘째 수를 보이면 다음과 같다.
人言江南樂 我見江南愁 | 남들은 강남이 즐겁다고 하지만 나는야 강남이 슬프기만 하네. |
年年沙浦口 腸斷望歸舟 | 해마다 이 포구에서 애끓이며 돌아오는 배 바라본다. |
「강남곡(江南曲)」은 대체로 농도짙은 사랑노래들인데 작자도 이러한 사실을 수용하면서 오히려 ‘강남락(江南樂)’과 ‘강남수(江南愁)’의 대비를 통하여 자신의 슬픔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 시는 여류시의 진솔을 단적으로 알게 해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강남수(江南愁)’의 사연을 결구(結句)의 ‘장단망귀주(腸斷望歸舟)’로 쉽사리 풀어내고 있는 것이 그러한 것이다.
난설헌(蘭雪軒)의 시에는 신선의 세계에서 자유로이 노니는 정경을 읊은 작품이 많다. 이것은 현실적으로 이룰 수 없는 꿈을 이상 공간인 신선의 세계에서 해소하고자 하는 작자의 고뇌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의 「유선사(遊仙詞)」는 칠언절구(七言絶句) 87수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첫째수는 다음과 같다.
千載瑤池別穆王 | 천 년의 요지에서 주 목왕과 헤어진 뒤 |
暫敎靑鳥訪劉郞 | 잠깐 파랑새에게 한 무제를 찾게 했네. |
平明上界笙簫返 | 새벽에 하늘에서 피리소리 들려오고 |
侍女皆騎白鳳凰 | 시녀들은 모두 다 흰 봉황을 타고있네. |
주지번(朱之蕃)은, 난설헌(蘭雪軒)의 「유선사(遊仙詞)」와 같은 시편(詩篇)은 표연(飄然)히 진세(塵世)에서 벗어나 있을 뿐 아니라 청수(淸秀)하면서도 화미(華靡)함이 없는 명편(名篇)이라 극찬하였다.
이 시는 선계(仙界)로 비상한 작자가 선계의 모습을 형용한 장편이다. 요지(瑤池)ㆍ목왕(穆王)ㆍ청조(靑鳥)ㆍ유랑(劉郞)ㆍ생소(笙簫)ㆍ봉황(鳳凰) 등을 적절하게 교직(交織)하여 새로운 선계(仙界)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창출하고 있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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