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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16 개학 스키여행 - 9. 4년 만에 다시 시작된 교사 없는 학교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16 개학 스키여행 - 9. 4년 만에 다시 시작된 교사 없는 학교

건방진방랑자 2019. 12. 1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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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4년 만에 다시 시작된 교사 없는 학교

 

오전엔 2016학년도 학사일정, 2월 한 달 동안 진행될 교사 없는 학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오후엔 스키를 타러 간다. 이런 상황이니 한껏 여유로울 수밖에 없다. 8시에 일어나기로 했기에 730분에 일어나 씻고 준비를 했다. 기태가 덥다며 창문을 열어놓고 자서, 찬바람이 그대로 얼굴을 닿아 설잠을 자야 했다.

아침밥은 볶음밥과 미역국이다. 아이들이 8시에 일어나자마자 바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초이쌤은 일찍 일어나셔서 준비를 해줬다. 아침을 먹고 아이들이 씻을 동안 잠시 쉰 다음에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아침밥을 먹고 설거지 하는 현세.

 

 

 

2016년 학사일정, 예술과목에서의 선택

 

올해 변화된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선택 범위를 넓히고, 2월엔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교사 없는 학교를 시작하며, 봉사활동을 매달 2번씩 넣어 사회-인간의 고민을 좀 더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2014년 전엔 선택미술이라 하여 아이들이 3~4명 정도가 모여 자신들이 하고 싶은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결정된 것이 포토샵을 통해 작품 활동을 하는 팀, 순수미술이라며 스케치북에 데생을 하는 팀, 카작어를 공부하는 팀으로 구성되었다.

하지만 4월부터 예술지원사업에 단재학교가 포함되면서 미술을 전공한 선생님의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포토샵팀과 순수미술팀이 하나로 묶여 수업을 받게 되었고, 2학기부턴 아카펠라가 정식 수업 과목이 되면서 미술과 아카펠라 중 선택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음악과 미술은 청소년 시기엔 웬만하면 하는 것이 좋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었기에 작년에는 화요일 오후 미술을, 목요일 오후 음악을 하도록 했다.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과목으로 배정한 것이다. 그렇게 했더니 당연히 아이들 사이에선 불만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선택권이 있으면 좋을 텐데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하니, 그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것이다.

그래서 올핸 승태쌤이 여러 기관을 방문하며 다양하게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조건들이 알아봤고, 그에 따라 다양한 선택지를 주게 되었다. 물론 아이들의 취향에 따라 100% 맞춰줘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단지 그저 학교에서 정해준 대로만 따라하지 않고 자신들이 원하는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겠다는 의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지만 기타와 목공 수업을 하게 될 확률은 엄청 높아졌고, 그 외엔 2월에 본격적으로 이야기 나누기로 했다.

 

 

단재학교 벽에 벽화를 그리고 있는 지민이의 모습. 

 

 

 

2012년에도 진행되었으나 시기상조였다

 

3월부턴 작년과 같이 학교의 커리큘럼이 진행되지만, 2월만큼은 워밍업에 가까운 기간이기 때문에 교사 없는 학교를 진행하려 한다. 학생들이 회의를 하여 전체시간표를 짜고 그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교사는 개입하지 않는다.

실제로 20123월부터 4월까지 한 달 보름간 이런 학교를 시도해 본 적이 있다. 교사는 학생들을 팀별로 묶어주기만 할 뿐 개입하진 않았으며, 팀별로 회의를 하여 수업 내용을 결정했다. 이때 교사의 역할은 지원해주고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경우 조언을 해주는 역할만 했다. 그러니 그 당시엔 교사들이 한 명만 학교에서 그런 활동을 지켜봤으며 나머지 교사들은 3시 이후에 출근했던 것이다.

그때 아이들은 마인크래프트를 통해 건축물을 만들어 보기, 커피를 직접 만들어 보며 그 과정을 익히기, 김밥을 만들어 팔아보기 등의 활동을 기획하여 진행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활동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고, 아이들은 무기력에 빠져 실패로 끝나며 시기상조라 판명이 났다.

 

 

빅돔 교육도 받으러 가고, 여러 활동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아이들의 무기력증이 짙어졌다. 

 

 

 

실패가 아닌 시기상조인 이유

 

아마도 대부분의 어른들은 그와 같은 결과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어떻게 학교라는 틀이 있는데, 그런 틀을 다 허물고 아이들에게 모든 걸 맡길 수 있냐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의 세 주체는 교사-학생-학부모지만, 가장 중요한 주체는 학생이라는 말에 토를 달 사람은 없다. 학생이 없는 학교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생 인원수가 감소하면 학교가 폐교되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실질적인 주체는 교사다. 모든 권한을 가지고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엔 교사만이 가르칠 수 있다는 생각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그러니 교사는 전면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고 모든 걸 자기 권한 하에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게 기본적인 상식인데 여기에 교사 없는 학교라 외친들, ‘그건 이상적으로나 가능하지, 현장에서 불가능해요라는 핀잔을 듣기에 충분하다. 교사이지만 교사의 권위를 버리면 학교가 유지될 수는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교사 없는 학교라 했을 때 거부감이 드는 것이고, 그건 따 논 실패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교사 없는 학교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도 잠시 말했다시피, 시기상조였을 뿐이다. 그 이유는 아이들의 주체적인 결단과 실행, 그리고 그걸 인정해주는 사회 풍토와 관련되어 있다. 우리는 한 번도 학생시절에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실행해보며 살아본 적이 없다. 내가 학교에 다니기 전부터 학교의 커리큘럼은 결정되어 있고, 아이들에 대한 로드맵은 이미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정해진 길을 따라 맹목적으로 달려가기만 하면 될 뿐, 거기에 대해 고민하거나 다른 생각을 덧붙이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그때 어른들은 씨잘데기 없는 생각 고만하고 공부나 혀라는 말을 흔히 한다.

그렇게 아이들이 넘치는 끼와 에너지를 꺾어버리고, 잘라내며 왔던 것이다. 한 번도 자유를 누려본 적도, 주체적인 선택도 해본 적 없는 아이에게 너의 족쇄를 풀어주노니, 이제 자유롭게 살아라라고 한 들, 어떻게 자유롭게 살 것인가? 바로 이런 상황 때문에 실패했던 것이지, ‘교사 없는 학교라는 것 자체가 이상적이기에 실패한 것은 아니다.

 

 

김밥을 만들어 팔아보겠다며, 만들고 있다. 물론 만들어 보는 데만 그쳤지만, 그래도 나름 애는 썼다.

 

 

인용

목차

사진

1. 겨울방학에 받은 첫 번째 과제, 날 멸망시킬 태풍

2. 겨울방학에 받은 두 번째 과제, 우물 안 개구리

3. 개학여행 그리고 자나 깨나 동파조심

4. 한파가 찾아온 날 떠나는 스키여행

5. 장갑사건과 스키복장에 관해

6. 도전엔 늘 불안이 따른다

7. 몸이란 타자와 소통하기

8. 처음 보드를 타며 速成의 문제점을 간파하다

9. 4년 만에 다시 시작된 교사 없는 학교

10. 치열한 토론의 순간, 우린 이 순간을 살아내고 있다

11. 두 번째로 보드를 타는 이의 각오

12. 두 번째 보드 도전기

13. 민석이의 도전

14. 현세의 도전

15. 그래 우리 한 걸음씩만 나가보자

16. 여행이 끝나갈 땐 늘 아쉽다

17. 흔들리되 방향성이 있는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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