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루에서
영월루(映月樓)
최경창(崔慶昌)
璧月娟娟照翠樓 桂香凝露曙河流
無端夢雨歸何處 惆悵仙郞不復遊
仙桂花陰滿玉樓 水晶簾冷露華流
銀橋一斷無消息 只是當年夢裡遊
日日春風吹綺樓 樓前楊柳曉鸎流
如今又是經過處 獨坐旗亭戀舊遊
玉檻秋來露氣淸 水晶簾冷桂花明
鸞驂一去銀橋斷 惆悵仙郞白髮生 『孤竹遺稿』
해석
璧月娟娟照翠樓 벽월연연조취루 | 옥빛 달은 곱디 고와 비취 누각을 비추고 |
桂香凝露曙河流 계향응로서하류 | 계수나무 향기가 이슬에 엉긴 채 새벽 물 흐르네. |
無端夢雨歸何處 무단몽우귀하처 | 운우의 꿈 끝없지만 어느 곳으로 돌아갈까? |
惆悵仙郞不復遊 추창선랑불부유 | 서글프게도 낭군은 다시 놀지를 않으니. |
仙桂花陰滿玉樓 선계화음만옥루 | 계수나무 가지[仙桂]의 꽃이 그늘져 옥루에 가득하고 |
水晶簾冷露華流 수정렴랭로화류 | 수정 주렴 서늘해 이슬 빛나며 흐르네. |
銀橋一斷無消息 은교일단무소식 | 은하수【은교(銀橋): 공원(公遠)이라는 신선이 당 현종(唐玄宗)을 월궁(月宮)에 데려가기 위해 지팡이를 던져서 만들었다는 다리 이름으로, 은하수를 가리킨다.】 한 번 끊어져 |
只是當年夢裡遊 지시당년몽리유 | 다만 올핸 꿈 속에서만 노닌다네. |
日日春風吹綺樓 일일춘풍취기루 | 날마다 봄바람이 비단 누각에 불어 |
樓前楊柳曉鸎流 루전양류효앵류 | 누각 앞 버들개지에 새벽 꾀꼬리 지저귀네. |
如今又是經過處 여금우시경과처 | 지금처럼 또 이곳을 지날 때면 |
獨坐旗亭戀舊遊 독좌기정련구유 | 홀로 주막【기정(旗亭): 깃발을 걸어 손님을 끄는 다락이라는 뜻으로, 주루(酒樓)의 별칭이다.】에 앉아 예전의 노닐던 때 그리워하네. |
玉檻秋來露氣淸 옥함추래로기청 | 옥으로 만든 난간에 가을이 와 이슬 기운이 맑고 |
水晶簾冷桂花明 수정렴랭계화명 | 수정 같은 주렴은 서늘하고 계수나무의 꽃(달빛)은 환하네. |
鸞驂一去銀橋斷 란참일거은교단 | 난새가 끄는 수레 한 번 가서 은교【은교(銀橋): 당나라 현종이 도사 나공원(羅公遠)의 인도를 받아 월궁(月宮)에 갈 때, 나공원이 짚던 지팡일 던져 만든 다리임.】가 끊어졌으니, |
惆悵仙郞白髮生 추창선랑백발생 | 슬프구나, 선랑은 흰 머리만 나네. 『孤竹遺稿』 |
해설
이 시는 영월루에 올라 쓴 시이다.
옥으로 새긴 것 같은 난간에 가을이 되니 이슬이 맑은데, 수정처럼 맑은 주렴은 가을이라 서늘하고(맑은 이슬이 맺힘을 의미), 계수나무의 꽃은 밝다(달빛이 밝다는 의미). 신선이 타는 수레인 난새가 끄는 수레를 타고 영월루에 가고 싶지만, 다리가 끊어져 갈 수가 없다. 슬프다, 영월루에 갈 수 없는 신선은 세월이 흘러 흰머리만 자라고 있다(이 누각은 奇氏의 것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사랑을 나누던 여인이 죽은 것을 노래한 것으로 보인다).
최경창은 팔문장가의 한 사람으로(“首與友善而推許者 李山海崔慶昌白光勳崔岦李純仁尹卓然河應臨也 時人號爲八文章” 宋時烈이 지은 「墓碣文」), 김만중(金萬重)의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본조의 시체는 네다섯 번 변했을 뿐만 아니다. 국초에는 고려의 남은 기풍을 이어 오로지 소동파(蘇東坡)를 배워 성종, 중종 조에 이르렀으니, 오직 이행(李荇)이 대성하였다. 중간에 황산곡(黃山谷)의 시를 참작하여 시를 지었으니, 박은(朴誾)의 재능은 실로 삼백 년 시사(詩史)에서 최고이다. 또 변하여 황산곡과 진사도(陳師道)를 오로지 배웠는데, 정사룡(鄭士龍)·노수신(盧守愼)·황정욱(黃廷彧)이 솥발처럼 우뚝 일어났다. 또 변하여 당풍(唐風)의 바름으로 돌아갔으니, 최경창(崔慶昌)ㆍ백광훈(白光勳)ㆍ이달(李達)이 순정한 이들이다. 대저 소동파(蘇東坡)를 배워 잘못되면 왕왕 군더더기가 있는데다 진부하여 사람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강서시파(江西詩派)를 배운 데서 잘못되면 더욱 비틀고 천착하게 되어 염증을 낼 만하다[本朝詩體, 不啻四五變. 國初承勝國之緖, 純學東坡, 以迄於宣靖, 惟容齋稱大成焉. 中間參以豫章, 則翠軒之才, 實三百年之一人. 又變而專攻黃ㆍ陳, 則湖ㆍ蘇ㆍ芝, 鼎足雄峙. 又變而反正於唐, 則崔ㆍ白ㆍ李, 其粹然者也. 夫學眉山而失之, 往往冗陳, 不滿人意, 江西之弊, 尤拗拙可厭].”라고 언급한 것처럼, 당풍(唐風)의 영향을 받았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37~38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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