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community가 아닌 society에 살려 했던 사람
왜 21세기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가 중국이라는 다른 공동체의 전통에 속하는 사상가, 그것도 2000여 년 전에 살았던 장자를 다루려고 하는 것일까? 장자가 성인(聖人)이기 때문인가? 아니면 중국 철학사에서 공인된 그의 중요성 때문인가? 한 마디로 왜 지금 우리는 장자와 대화해야만 하는가? 그것은 장자의 삶과 그의 사상이 주는 고유성 때문이다.
우리가 쉽게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장자가 중국이란 하나의 통일된 공동체에 속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는 것이다. 단지 회고적으로(retrospectively) 재구성될 경우에만 그는 중국이라는 단일 공동체에 속하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사실 그는 많은 나라들과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복수적인 차이의 삶을 살았던 사람이다. 제자백가(諸子百家)들이 활동했던 전국시대(戰國時代)는 다양성과 차이를 상징하는 시대였다. 단지 통일된 공동체라는 이념과 시선 속에서만 이 시대는 혼란의 시대로 보일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시기 동안 인간의 삶과 사상이 가장 자유로웠을 뿐만 아니라 생동하고 있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제자백가라고 불렸던 당시 지식인들은 공동체와 공동체 사이에서 살았던 사람들이다. 가라타니 고진(柄谷行人)의 말(『탐구』)을 빌리자면, 이 시기 동안 모든 사람들에게는 공동체(community)가 아닌 사회(society)에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사회란 단일한 규칙을 공유하는 공동체를 의미하기보다는, 타자와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세계를 의미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인간이 어떤 이유에서든 공동체를 계속 지향하고 있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어떤 통일된 질서와 중심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잡고 싶어한다. 이 말은 우리가 이런 통일된 질서와 중심에 저항하는 타자를 동화시키려 하거나 아니면 배척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타자에 대한 억압은 기본적으로 자신에게 존재의미와 이유를 부여하는 통일된 질서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일 수밖에 없다. 결국 공동체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자신과 아울러 타자도 통일된 질서와 중심에 복종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한다는 점에서, 자발적으로 노예가 되기를 결단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사회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타자를 긍정하며, 따라서 자신을 긍정하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통일된 질서란 자신과 타자의 삶을 위해서 마련된 것이지, 결코 그 자체로 숭고한 목적을 지닌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는 공동체냐 아니면 사회냐는 갈림길에 서 있다. 하트(Michael Hardt)와 네그리(Antonio Negri)의 지적(『제국』)이 옳다면 우리는 지금 전세계적 규모에서의 자본주의 공동체의 탄생, 즉 제국(帝國) 탄생의 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 우리가 장자의 사상을 다루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왜냐하면 장자가 2000여 년 전 송(宋)이라는 작은 나라 속에서 사회(society)를 살았던 것처럼, 우리도 지금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 속에서 사회를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역사가 사태들과 사건들의 반복이 아니라, 구조의 반복이라는 교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장자는 정치철학자라고는 할 수 없는 사람이다. 이것은 그가 직접적이고 전면적으로 타자를 긍정하는 사회를 이론적으로 모색한 사람은 아니었다는 것을 말한다. 다만 그의 철학이 지닌 궁극적 귀결이 사회의 이론적 기초를 모색하는 데 이르게 된다는 점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장자는 타자와의 소통[通]을 직접적으로 문제삼고 있고,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들을 사유하였으며, 나아가 이런 소통을 몸소 실천하려고 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공동체(community) | 통일된 질서, 맹목적 복종 | 타자의 자기화 |
사회(society) | 질서는 숭고한 목적은 아님 | 타자 인정 |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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