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화끈하게 만냥을 빌려준 변부자
박지원(朴趾源)
許生長揖曰: “吾家貧. 欲有所小試. 願從君借萬金.” 卞氏曰: “諾.” 立與萬金. 客竟不謝而去.
子弟賓客, 視許生丐者也. 絲絛穗拔, 革屨跟顚, 笠挫袍煤, 鼻流淸涕.
客旣去. 皆大驚曰: “大人知客乎?” 曰: “不知也.” “今一朝. 浪空擲萬金於生平所不知何人, 而不問其姓名何也.”
卞氏曰: “此非爾所知. 凡有求於人者, 必廣張志意, 先耀信義, 然顔色媿屈, 言辭重複. 彼客衣屨雖弊, 辭簡而視傲, 容無怍色, 不待物而自足者也. 彼其所試術不小, 吾亦有所試於客. 不與則已, 旣與之萬金, 問姓名何爲?”
해석
許生長揖曰:
허생은 변씨를 대하여 길게 읍하고 말했다.
“吾家貧. 欲有所小試.
“내가 집이 가난해서 조금 시험해보려는 게 있으니,
願從君借萬金.”
만 냥을 꿔주시기 바랍니다.”
卞氏曰: “諾.” 立與萬金.
변씨는 “그러시오.” 하고 당장 만 냥을 내주었다.
客竟不謝而去.
허생은 감사하다는 인사도 없이 가버렸다.
子弟賓客, 視許生丐者也.
변씨 집의 자제와 손들이 허생을 보니 거지였다.
絲絛穗拔, 革屨跟顚,
실띠의 술이 빠져 너덜너덜하고, 갖신의 뒷 굽이 자빠졌으며,
笠挫袍煤, 鼻流淸涕.
쭈그러진 갓에 허름한 도포를 걸치고, 코에서 맑은 콧물이 흘렀다.
客旣去. 皆大驚曰: “大人知客乎?”
허생이 나가자, 모두들 어리둥절해서 “저이를 아시나요?”라고 물었다.
曰: “不知也.”
“모르지.”
“今一朝. 浪空擲萬金於生平所不知何人,
“이제 하루아침에 부질없이 살면서 평소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만 냥을 그냥 내던져 버리고,
而不問其姓名何也.”
성명도 묻지 않으시니 어찌 된 일인가요?”
卞氏曰: “此非爾所知.
변씨가 말했다. “너희들이 알 바 아니다.
凡有求於人者,
대체로 남에게 무엇을 빌리러 오는 사람은
必廣張志意, 先耀信義,
으레 자기 뜻을 대단히 선전하고, 신용을 자랑하면서도
然顔色媿屈, 言辭重複.
비굴한 빛이 얼굴에 나타나고, 말을 중언부언하게 마련이다.
彼客衣屨雖弊, 辭簡而視傲,
그런데 저 객은 형색은 허술하지만, 말이 간단하고, 눈을 오만하게 뜨며,
容無怍色, 不待物而自足者也.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없는 것으로 보아, 재물이 없어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다.
彼其所試術不小, 吾亦有所試於客.
그 사람이 해 보겠다는 일이 작은 일이 아닐 진데, 나 또한 그를 시험해 보려는 것이네.
不與則已, 旣與之萬金,
안 주면 모르되, 이왕 만 냥을 줄 바에
問姓名何爲?”
성명은 물어 무엇을 하겠느냐?”
인용
2화: 화끈하게 만냥을 빌려준 변부자
3화: 허생의 장사수완, 매점매석
6화: 도둑들에게 희망을 주다
8화: 변부자, 허생에게 감동받다
10화: 조선 경제의 한계를 간파한 허생
11화: 허생의 성공철학
12화: 인재를 몰라보는 조선을 까발리다
13화: 변씨, 이완과 함께 허생을 찾아가다
14화: 허생이 제시한 첫 번째 계책
15화: 허생이 제시한 두 번째 계책
16화: 허생이 제시한 세 번째 계책
17화: 허생의 일갈과 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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