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朴趾源)
是時邊山群盜數千. 州郡發卒逐捕, 不能得, 然群盜亦不敢出剽掠, 方饑困.
許生入賊中說其魁帥曰: “千人掠千金, 所分幾何?” 曰: “人一兩耳.” 許生曰: “爾有妻乎?” 群盜曰: “無.” 曰: “爾有田乎?” 群盜笑曰: “有田有妻, 何苦爲盜”
許生曰: “審若是也, 何不娶妻樹屋, 買牛耕田? 生無盜賊之名, 而居有妻室之樂. 行無逐捕之患, 而長享衣食之饒乎.” 群盜曰: “豈不願如此? 但無錢耳.”
許生笑曰: “爾爲盜何患無錢, 吾能爲汝辦之. 明日, 視海上風旗紅者, 皆錢船也, 恣汝取去.” 許生約群盜, 旣去, 群盜皆笑其狂.
해석
是時邊山群盜數千.
이 때, 변산(邊山)에 수천의 군도(群島)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州郡發卒逐捕, 不能得,
각 지방에서 병졸을 징발하여 수색을 벌였으나 좀처럼 잡히지 않았고,
然群盜亦不敢出剽掠, 方饑困.
군도들도 감히 나가 활동을 못해서 배고프고 곤란한 판이었다.
許生入賊中說其魁帥曰:
허생이 군도의 산채를 찾아가서 우두머리를 달래었다.
“千人掠千金, 所分幾何?”
“천 명이 천 냥을 빼앗아 와서 나누면 하나 앞에 얼마씩 돌아가지요?”
曰: “人一兩耳.”
“일 인당 한 냥이지요.”
許生曰: “爾有妻乎?” 群盜曰: “無.”
“모두 아내가 있소?”, “없소.”
曰: “爾有田乎?”
“논밭은 있소?”
群盜笑曰: “有田有妻,
군도들이 웃으며 말했다. “땅이 있고 처자식이 있는 놈이
何苦爲盜”
무엇 때문에 괴롭게 도둑이 된단 말이오?”
許生曰: “審若是也,
허생은 말했다. “정말 그렇다면
何不娶妻樹屋, 買牛耕田?
어째서 왜 아내를 얻고, 나무를 심고, 집을 짓고 소를 논밭을 갈고 지내려 하지 않는가?
生無盜賊之名, 而居有妻室之樂.
그럼 도둑놈 소리도 안 듣고 살면서, 집에는 부부의 즐거움이 있을 테고,
行無逐捕之患, 而長享衣食之饒乎.”
돌아다녀도 잡힐까 걱정을 않고 길이 의식의 풍족함을 누릴 텐데.”
群盜曰: “豈不願如此? 但無錢耳.”
도둑들이 말했다. “아니, 왜 바라지 않겠소? 다만 돈이 없어 못 할 뿐이지요.”
許生笑曰: “爾爲盜何患無錢,
허생은 웃으며 말했다. “도둑질을 하면서 어찌 돈을 걱정할까?
吾能爲汝辦之.
내가 흔히 당신들을 위해서 마련할 수 있소.
明日, 視海上風旗紅者,
내일 바다에 나와 보오. 붉은 깃발을 단 것이
皆錢船也, 恣汝取去.”
모두 돈을 실은 배이니, 마음대로 가져가구려.”
許生約群盜, 旣去, 群盜皆笑其狂.
허생이 군도와 언약하고 내려가자, 군도들은 모두 그를 미친놈이라고 비웃었다.
인용
2화: 화끈하게 만냥을 빌려준 변부자
3화: 허생의 장사수완, 매점매석
6화: 도둑들에게 희망을 주다
8화: 변부자, 허생에게 감동받다
10화: 조선 경제의 한계를 간파한 허생
11화: 허생의 성공철학
12화: 인재를 몰라보는 조선을 까발리다
13화: 변씨, 이완과 함께 허생을 찾아가다
14화: 허생이 제시한 첫 번째 계책
15화: 허생이 제시한 두 번째 계책
16화: 허생이 제시한 세 번째 계책
17화: 허생의 일갈과 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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