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朴趾源)
許生居墨積洞. 直抵南山下. 井上有古杏樹. 柴扉向樹而開. 草屋數間. 不蔽風雨. 然許生好讀書. 妻爲人縫刺以糊口.
一日妻甚饑. 泣曰: “子平生不赴擧. 讀書何爲?” 許生笑曰: “吾讀書未熟.” 妻曰: “不有工乎?” 生曰: “工未素學奈何?” 妻曰: “不有商乎?” 生曰: “商無本錢奈何?” 其妻恚且罵曰: “晝夜讀書, 只學‘奈何’. 不工不商. 何不盜賊?”
許生掩卷起曰“ 惜乎! 吾讀書本期十年. 今七年矣.” 出門而去.
無相識者. 直之雲從街. 問市中人曰: “漢陽中誰最富?” 有道卞氏者. 遂訪其家.
해석
許生居墨積洞.
허생은 묵적골(墨積滑)에 살았다.
直抵南山下. 井上有古杏樹.
곧장 남산(南山) 밑에 닿으면, 우물 위에 오래 된 은행나무가 서 있었다.
柴扉向樹而開. 草屋數間. 不蔽風雨.
은행나무를 향하여 사립문이 열렸는데, 두어 칸 초가는 비바람을 막지 못할 정도였다.
然許生好讀書. 妻爲人縫刺以糊口.
그러나 허생은 글 읽기만 좋아하고, 그의 처가 남의 바느질 품을 팔아서 입에 풀칠을 했다.
一日妻甚饑. 泣曰:
하루는 그 처가 몹시 배가 고파서 울음 섞인 소리로 말했다.
“子平生不赴擧. 讀書何爲?”
“당신은 평생 과거(科擧)를 보지 않으니, 글을 읽어 무엇 합니까?”
許生笑曰: “吾讀書未熟.”
허생은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아직 독서를 익숙히 하지 못하였소.”
妻曰: “不有工乎?”
아내가 말했다. “그럼 장인 일이라도 못 하시나요?”
生曰: “工未素學奈何?”
허생이 말했다. “장인의 일은 본래 배우지 않았는데 어떻게 하겠소?”
妻曰: “不有商乎?”
아내가 말했다. “그럼 장사는 못 하시나요?”
生曰: “商無本錢奈何?”
허생이 말했다. “장사는 밑천이 없는 걸 어떻게 하겠소?”
其妻恚且罵曰:
처는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晝夜讀書, 只學‘奈何’.
“밤낮으로 글을 읽더니 기껏 ‘어떻게 하겠소?’ 소리만 배웠단 말씀이오?
不工不商. 何不盜賊?”
장인 일도 못한다, 장사도 못 한다면, 도둑질이라도 못 하시나요?”
許生掩卷起曰: “惜乎!
허생은 읽던 책을 덮어 놓고 일어나며 말했다. “아깝다.
吾讀書本期十年. 今七年矣.”
내가 당초 글 읽기로 십 년을 기약했는데, 이제 칠 년인데”
出門而去.
획 문 밖으로 나가 버렸다.
無相識者.
허생은 거리에 서로 알 만한 사람이 없었다.
直之雲從街. 問市中人曰:
바로 운종가(雲從街)로 나가서 시중의 사람을 붙들고 물었다.
“漢陽中誰最富?”
“누가 서울 성중에서 제일 부자요?”
有道卞氏者. 遂訪其家.
변씨(卞氏)를 말해 주는 이가 있어서, 허생이 곧 변씨의 집을 찾아갔다.
인용
2화: 화끈하게 만냥을 빌려준 변부자
3화: 허생의 장사수완, 매점매석
6화: 도둑들에게 희망을 주다
8화: 변부자, 허생에게 감동받다
10화: 조선 경제의 한계를 간파한 허생
11화: 허생의 성공철학
12화: 인재를 몰라보는 조선을 까발리다
13화: 변씨, 이완과 함께 허생을 찾아가다
14화: 허생이 제시한 첫 번째 계책
15화: 허생이 제시한 두 번째 계책
16화: 허생이 제시한 세 번째 계책
17화: 허생의 일갈과 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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