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朴趾源)
許生問老篙師曰: “海外豈有空島可以居者乎?” 篙師曰: “有之. 常漂風直西行三日夜, 泊一空島, 計在沙門ㆍ長崎之間. 花木自開, 菓蓏自熟, 麋鹿成群, 游魚不驚.”
許生大喜曰: “爾能導我, 富貴共之.” 篙師從之.
遂御風東南, 入其島, 許生登高而望. 悵然曰: “地不滿千里, 惡能有爲, 土肥泉甘, 只可作富家翁.” 篙師曰: “島空無人, 尙誰與居?” 許生曰: “德者人所歸也 尙恐不德, 何患無人?”
해석
許生問老篙師曰:
허생은 늙은 사공을 만나 물었다.
“海外豈有空島可以居者乎?”
“바다 밖에 혹시 사람이 살 만한 빈 섬이 없던가?”
篙師曰: “有之.
사공이 말했다. “있습지요.
常漂風直西行三日夜,
언젠가 풍파를 만나 서쪽으로 줄곧 사흘 동안을 흘러가서
泊一空島, 計在沙門ㆍ長崎之間.
빈 섬에 닿았습지요. 아마 사문(沙門)과 장기(長岐)의 중간쯤 될 겁니다.
花木自開, 菓蓏自熟,
꽃과 나무는 제멋대로 무성하여 과일 열매가 절로 익어 있고,
麋鹿成群, 游魚不驚.”
짐승들이 무리를 이루었으며, 물고기들이 사람을 보고도 놀라지 않습디다.”
許生大喜曰:
그는 대단히 기뻐하며 말했다.
“爾能導我, 富貴共之.”
“자네가 만약 나를 그 곳에 데려다 준다면 함께 부귀를 누릴 걸세.”
篙師從之.
사공이 허생을 따랐다.
遂御風東南, 入其島,
드디어 바람을 타고 동남쪽으로 가서 그 섬에 이르러
許生登高而望.
허생은 높은 곳에 올라가서 사방을 둘러봤다.
悵然曰: “地不滿千里, 惡能有爲,
한숨을 쉬며 말했다. “땅이 천 리도 못 되니 무엇을 해 보겠는가?
土肥泉甘, 只可作富家翁.”
토지가 비옥하고 물이 좋으니 단지 부가옹(富家翁)은 될 수 있겠구나.”
篙師曰: “島空無人,
사공이 말했다. “텅 빈 섬에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는데,
尙誰與居?”
대체 누구와 더불어 사신단 말씀이오?”
許生曰: “德者人所歸也.
허생이 말했다. “덕이 있으면 사람이 귀의한다네.
尙恐不德, 何患無人?”
오히려 덕이 없을까 걱정이지, 어찌 사람이 없을까 걱정이겠나?”
인용
2화: 화끈하게 만냥을 빌려준 변부자
3화: 허생의 장사수완, 매점매석
6화: 도둑들에게 희망을 주다
8화: 변부자, 허생에게 감동받다
10화: 조선 경제의 한계를 간파한 허생
11화: 허생의 성공철학
12화: 인재를 몰라보는 조선을 까발리다
13화: 변씨, 이완과 함께 허생을 찾아가다
14화: 허생이 제시한 첫 번째 계책
15화: 허생이 제시한 두 번째 계책
16화: 허생이 제시한 세 번째 계책
17화: 허생의 일갈과 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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