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보편주의적 제국의 꿈
불란서의 좌파 지식인으로서 유럽 현대철학의 리더 중의 한 사람인 알랭 바디우(Alain Badiou, 1937~ )가 쓴 『성 바울(Saint Paul) - 보편주의의 정립(La fondation de l'universalisme)』이라는 책이 있다. 바디우는 결코 현대서구신학적 논쟁의 디테일한 맥락 속에서 바울을 해석하고 있지 않다. 마치 레닌이 맑스를 해석하는 과정을 통하여 새로운 러시아 공산혁명을 이룩했듯이, 예수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로마의 정치권력과 대항하는 또 다른 정신세계로서의 보편주의적 교회 - 세계질서를 창출해낸 사상가로서, 마치 하나의 콘템포러리 혁명적 이데올로그를 그리듯이 바울의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다.
누구든지 세례를 받아 그리스도 안으로 들어간 자는 그리스도라는 옷을 입었나니라. 유대인도 없고, 헬라인도 없다. 노예도 없고 자유인도 없다. 남자도 없고 여자도 없다. 너희 모두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일 뿐이니라. (갈 3:27~28)
유대인의 좁은 율법의 테두리를 타파하고 인간에 대한 보편적 사랑과 희망을 선포하는 바울의 논리는, 역사적 예수라는 인간과의 해후는 완전히 생략된 채, 오직 예수가 죽었다 살아났다고 하는 부활의 케리그마(κῆρυγμα, 설교)에 매달려 있다.
바울은 예수를 만난 적도 없고, 예수라는 인간에 대한 정보도 없다. 오직 부활이라는 ‘사건’의 주체로서의 예수를 선포하고, 인간이 예수와 더불어 죽음으로써 더 이상 죽음이 지배하지 못하는 영의 인간으로서 다시 부활하는, 니체가 말하는 초인(超人, Übermensch)으로서 다시 태어나는 특권을 인간 모두에게 부여한다. 예수의 죽음을 통하여 하나님은 자신의 초월적 분리를 포기하고 아들로 육화됨으로써 자신을 인간과 하나 되게 하며, 분열된 인간 주체의 새로운 구성에 참여한다.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로서 우리에게 보내졌다는 사실은 하나님이 아들의 형상으로 화했다는 것이며, 그 아들의 죽음에 참여함으로써 우리 인간은 모두가 하나님의 아들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하나님의 아들됨을 통하여 모든 인류는 평등한 혈연관계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바울은 이러한 보편주의적 결속을 통하여 이방인(에트네ἔθνη: 유대인 이외의 모든 사람들)의 교회조직을 만들었고, 그 교회조직은 결국 로마제국을 복속시켰다. 오늘날까지도 서양을 하나로 결속시키고 있는 정신적 제국의 엄연한 토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예수의 부활’이라는 단순한 하나의 담론에 모든 것을 환원시키는 바울의 진술이 서양의 가장 거대한 정신제국을 만들었다면, 오늘날 진보적 지성인은 바울에 상응하는 새로운 혁명적 논리를 창출할 수는 없을까, 하는 문제의식이 바디우의 바울론의 배면에 깔려있다.
바울이 부활의 논리로써 로마제국을 압도시켰다고 한다면, 우리는 똑같은 가설을 세워볼 수가 있을 것이다. 『효경』의 저자는 효라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의 담론화를 통하여 세계에서 가장 지속적인 효의 제국을 창출하는 데 성공하였다. 『효경』은 제국의 꿈이었다. 과연 『효경』의 저자는 누구일까?
▲ 필자가 걷고 있는 이 자리는 현재 시리아 다마스커스 근교인데 아마도 사울의 ‘얼나’가 예수를 만난 지점으로 사료되는 곳이다.
사도행전 제9장의 기록에는 사울의 박해여행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가 없다. 다메섹지방 민간전승에는 사울은 걸어간 것이 아니고 말을 타고 가다가 홀연히 하늘로부터 빛이 비추어 낙마한 것으로 전해내려오고 있다.
이 사건으로 사울은 영적인 눈을 떴고 사도바울로 변신하여 전혀 새로운 개념의 에클레시아 공동체운동을 펼쳤다. 바울은 이미 제1세기에 로마제국에 대항하는 새로운 부활의 제국을 꿈꾸었다.
지금 21세기 한국의 젊은이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새로운 효의 제국을 꿈꾸어야 할 때가 오지 않았는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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