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 사상(道家 思想)
도가 사상을 창시한 노자(老子)는 공자(孔子)보다 한 세대쯤 위의 인물이었으나 실존 인물인지는 확실치 않다. 공자와 만났다는 기록도 전하기는 하지만 『도덕경(道德經)』이라는 짧은 책 한 권 이외에는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가 사상이 발달한 것은 노자의 시대보다 수백 년 뒤인 전국시대 중기 장자(莊子)에 의해서였다.
도가 사상은 제자백가 가운데 가장 철학적인 냄새가 강하다. 세상에 존재하는 만물은 유(有)다. 유는 경험 세계에 존재하며, 누구나 그 존재를 감각으로 인지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유를 만드는 것은 무(無)다. 유는 무에서 생성되어 운동하다가 다시 그 근원인 무로 되돌아간다. 이 우주 만물의 끊임없는 생성과 소멸 과정을 관장하는 것이 곧 도(道)다.
그렇다고 해서 도가 그 과정을 사람이 도구를 다루듯이 의식적으로 집행하고 관리하는 것은 아니다. 도는 모든 것의 근원이며 근본적인 법칙이다. 따라서 만물의 생성과 소멸은 도와 별개의 것이 아니라 도가 스스로 자기운동한 결과이다. 이것이 바로 도의 작동 원리라 할 수 있는 무위(無爲,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며 자연(自然)이다.
이렇게 알쏭달쏭한 내용을 현실적인 정치사상으로 전화시키면 더 알기 쉽다. 우주 만물, 즉 국가나 사회, 인간 등은 모두 도의 생성 원리에 따라 생성하고 운동하고 소멸하므로 군주는 특정한 목적을 앞세워 신하나 백성을 닦달하지 말고 모든 것을 그대로 내버려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용어로 말하면 극단적인 자유방임주의다. 이 원리에 따른 구체적인 국가 형태로서 노자(老子)는 소국과민(小國寡民), 즉 작고 인구가 적은 나라를 가장 이상적인 국가국가로 제시했다【이런 국가상은 엉뚱하게도 19세기 프랑스의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이 수립한 실험적 공동체에서 재현된다】.
노자는 춘추시대의 혼란상을 인위적인 게 지나치게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무질서와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욕의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 따라서 인위의 소산인 문명과 문물, 제도, 법 등은 모조리 거부해야 할 대상이었으며, 유가에서 말하는 인이나 예의 개념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도가 사상을 도시국가에서 영토 국가로 성장하기 위해 각축(角逐)하는 각 나라가 정치 이념으로 채택할 리는 만무했다. 그래서 도가는 현실 정치에서 실험되지 못했지만, 그 대신 일반 사회에서 인기를 끌어 공자(孔子)가 창시한 유가와 함께 오늘날까지 동양 사상의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다.
인용
'역사&절기 > 세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양사, 태어남 - 2장 인도가 있기까지, 인도와 종교 (0) | 2021.06.04 |
---|---|
동양사, 태어남 - 2장 인도가 있기까지, 굴러온 돌의 승리 (0) | 2021.06.04 |
동양사, 태어남 - 1장 중국이 있기까지, 동양 사상의 뿌리: 법가사상 (0) | 2021.06.04 |
동양사, 태어남 - 1장 중국이 있기까지, 동양 사상의 뿌리: 묵가사상 (0) | 2021.06.04 |
동양사, 태어남 - 1장 중국이 있기까지, 동양 사상의 뿌리: 유가사상 (0) | 2021.0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