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신화와 철학
희랍인들의 신화적 세계관
신화(神話, myth)라는 것이 있다. 신화란 문자 그대로 신들의 이야기이다. 신들은 역사 밖에 있다. 신들에게는 우리가 역사 속에서, 그러니까 시공의 지배를 받는 세계 속에서 체험하는 인과관계가 적용되지 않는다. 신들의 세계에 있어서는 죽음과 부활은 다반사(茶飯事)이다. 희랍세계에서 아주 유행했던 바카스축제의 주인공인 디오니소스(Dionysus)만 해도 기구하게 태어났다. 디오니소스는 제우스(Zeus)와 테베의 왕 카드무스의 딸인 세멜레(Semele)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제우스의 아내인 헤라는 질투를 느껴 세멜레에게 제우스가 침실에 올 때, 신의 본래 모습으로 나타나 달라고 애원하게 만든다. 제우스는 세멜레에게 어떠한 소원도 다 들어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본래 모습으로, 섬광과 우뢰로 둘러싸인 전차를 타고 벽력을 치면서 나타난다. 제우스는 인도의 인드라신처럼 벽력 즉 벼락의 신이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지상의 딸인 세멜레는 벼락에 맞아 죽을 수밖에 없었다. 이때 제우스는 재빨리 세멜레의 뱃속에서 6개월이 된 태아 디오니소스를 끄집어내서 자기 허벅지 속에 감추어 봉합해버린다. 만삭이 되었을 때 디오니소스는 제우스의 허벅지에서 태어나게 된다.
디오니소스의 또 다른 탄생설화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전해준다. 디오니소스의 다른 이름은 바카스(Bacchus)이다. 바카스는 제우스와 페르세포네(Persephone)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그가 꼬마 소년이었을 때 헤라의 명령으로 타이탄들(Titans)에게 갈기갈기 찢겨 죽음을 당한다. 타이탄들은 디오니소스의 육신을 다 삼켜 먹어 버렸지만 그의 심장만은 남겨놓았다. 제우스는 그 심장을 세멜레에게 주어 삼키게 했다. 그래서 세멜레는 바카스를 임신케 된다. 그 뒤로 제우스와의 이야기가 연결된다. 그렇게 해서 바카스는 두 번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바카스의 신화는 희랍인들이 매우 열광했던 오르페우스 종교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오르페우스종교(Orphism)는 오르페우스(Orpheus)라는 역사적 인물에 의하여 창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르페우스는 호머 이전의 최대의 시인이며 탁월한 음악가로서 이름이 나있으나 사실 오르페우스라는 인물의 역사성에 관해서는 고증할 바가 없다.
전설에 의하면 오르페우스는 트라키아(Thracia)의 왕인 오이아그로스(Oiagros)와 뮤즈인 칼리오페(Kalliope)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음악에 천재성이 뛰어나 리라(lyre)를 발명했다고도 한다. 그가 노래를 부르면 야수와 산천초목이 다 홀려 그 곁에 와서 춤을 추곤 했다. 그는 아름다운 요정인 아내 에우리디케(Eurydice)를 열렬히 사랑했다. 그런데 에우리디케가 호반을 산보하고 있을 때, 아리스타이오스(Aristaios)가 그녀를 흠모한 나머지 범하려 하자, 그녀는 호반의 풀늪으로 달아났는데 그만 늪에 숨어있던 뱀에 물려 생명을 잃고 만다. 오르페우스는 죽은 아내를 구하려고 사람이 절대 내려갈 수 없는 명부(冥府)에까지도 내려가기를 서슴지 않는다. 그의 노래는 저승의 모든 혼령들을 매혹시켰다. 이크시온의 수레바퀴도 회전을 멈추었고, 탄타로스도 갈증을 잊어버렸고, 다나우스의 딸들도 물붓기를 멈추었고, 시지푸스의 바위도 절로 정지하였다. 그의 노래에 매료된 사공 카론(Charon)은 그를 배에 태워주었고, 저승의 개 케르베로스(Cerberus)와 지옥의 괴물들도 얌전히 들여보내 주었다. 드디어 오르페우스는 저승의 지배자 페르세포네와 하데스 앞에 서기에 이르렀다.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면서, 페르세포네와 하데스가 사랑으로 결합된 것처럼, 자기도 도저히 떨어져 사는 이 불행을 견딜 수 없다고 애원한다. 페르세포네와 하데스는 오르페우스의 탄원을 들어주며 에우리디케를 지상으로 데리고 나가도 좋다고 허락했다. 그러나 하나의 중대한 조건이 있었다. 둘 다 저승에서 벗어나기 전까지는 절대 뒤를 돌아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긴 암흑의 터널을 헤쳐나와 저 산자들이 사는 땅으로 나아가는 구멍을 보았을 때, 찬란한 빛이 새어들어왔다. 오르페우스는 그 태양의 빛을 보는 순간, 너무도 환희에 차 무의식중에 태양에 비친 자기 부인의 얼굴을 보고 싶어 뒤돌아보고 만다. 그 순간! 에우리디케의 모습은 사라져버리고 만다. “잔인한 운명이군요!” 이 외마디 한탄을 끝으로 사랑하는 에우리디케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절망 속에 오르페우스는 일곱 달 동안이나 눈 덮인 산 속에서 울었다. 그리고 그는 아내에 대한 그리움에 일체의 여자들을 가까이 하지 않았다. 그리고 비전의 밀교단체를 만들었는데 여자의 입회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모욕을 느낀 트라케의 여자들은 광란의 축제에서 그의 몸뚱아리를 여덟 갈래로 찢어 버렸다. 어떤 버젼에 의하면 이 여인들은 디오니소스의 광신도들이었고, 오르페우스는 디오니소스의 축제의 제물로서 자신을 기꺼이 던졌다고 했다. 그리고 그의 하프와 대가리만을 헤브로스 강물에 던져버렸다. 강물에 빠진 머리는 “오! 나의 에우리디케여!” 절규의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며 떠내려갔다. 그 머리는 레스보스(Lesbos) 섬에까지 떠내려갔다. 레스보스 섬에는 오르페우스 신탁의 성전이 세워졌고 그의 하프는 하늘에 올라가 별자리가 되었다고 한다. 결국 오르페우스의 영혼은 다시 명부로 내려가 에우리디케와 결합하였고 둘은 사자(死者)의 왕국내의 파라다이스인 엘리시안 필드(the Elysian Fields)에서 영원히 같이 살았다고 했다. 하여튼 트라케(Thrace) 지방에서의 오르페우스의 숭배는 디오니소스숭배와 연결되어 있으며 둘 다 죽음과 부활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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