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페우스와 바카스
하여튼 오르페우스교도들은 오염된 생활을 피함으로써 그들의 몸을 정화시키려고 힘썼다. 정통파들은 고기를 먹어야 하는 제식의 불가피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평상시는 불교도들처럼 육식을 하지 않았다. 그들에 의하면 인간은 하늘적 부분과 땅적인 부분으로 합성되어 있다. 정화된 생활을 계속하면 땅적인 부분이 감소하고 하늘적 부분이 증가한다. 하늘적 부분이 증가하는 종국에는 인간은 바카스와 합일되는 경지에 도달한다. 그때 우리는 그를 하나의 ‘바카스’(a Bacchus)라고 부른다.
여기서 우리는 인간을 형이상자(形而上者)와 형이하자(形而下者)의 결합으로 파악하는 『주역』 「계사」적인 세계관이나, 하늘적인 기(氣)와 땅적인 혈(血)의 합성으로 파악하는 『내경』의 기혈론적 세계관을 연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천지자연론적 세계관보다는 당연히 후대의 영지주의(Gnosticism)적 세계관의 어떤 프로토타입을 이미 오르페우스종교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바카스축제는 좀 잔인하다. 니체는 기독교의 노예도덕에 반발하여 디오니소스적 힘의 발출을 매우 극찬해마지 않았지만, 바카스축제는 실제로 희랍사회에서는 매우 골치거리였다. 그것은 본래 트라케ㆍ마케도니아에서 발생하여 점차 헬라스로 전파되어 왔다. 바카스는 주신(酒神)이며, 엑스타시(ecstasy)의 신이며, 풍요의 신이며, 생산(fertility)의 신이다. 바카스축제의 주요한 테마가 주(酒)ㆍ색(色)이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이 바카스축제는 희랍의 상류사회의 부녀자들에게 엄청난 인기가 있었다. 그것은 트라케ㆍ마케도니아로부터 주로 여자들 사이에서 성행하던 광란의 제식이었다.
이 부녀자들을 미친 자(mad ones)라는 뜻으로 매나드(the Maenads)라고 부른다. 이 매나드들은 가정을 버리고 횃불과, 끝에 솔방울들을 회향풀로 감은 막대 튀르소스(thyrsos)를 휘두르며 산야의 언덕에 모여 ‘유오이!’(Euoi!)를 외치며, 프루트와 팀파논(tympanon, kettledrum)의 리듬에 맞추어 광란의 춤을 춘다. 이들은 독주를 마시면서 점점 황홀경에 빠져드는데 이때 살아있는 들짐승을 여덟 갈래로 찢어 피흘리는 고기를 그대로 먹는다(omophagia), 더욱 끔찍한 사실은 살아있는 인간 소년을 여덟 갈래로 갈기갈기 찢어먹기도 한다는 것이다(allelophagia), 사실 아브라함이 말년에 얻은 자식을 번제로 바치려 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풍속도 결코 기이하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여튼 이것은 타이탄들이 디오니소스를 찢어 먹은 것을 다시 연출하는 것이다. 그 찢기는 생물은 신의 화신이다. 타이탄들은 지상에서 태어났지만 디오니소스를 찢어 먹고 나서 신성의 불꽃을 지니게 되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바카스축제의 무녀들도 이러한 의식을 통해 신성에 합일된다고 믿었다. 그리고 이런 광적 도취에 의하여 신과 하나가 됨으로써 일반적인 방법에 의하여서는 손에 넣을 수 없는 신비로운 지식(그노시스)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 디오니소스 축제의 광란에 빠진 매나드와 꼴려있는 바카스의 종자 사티로스. 매나드 여인은 한 손에 찢은 동물, 한 손에 튀르소스를 들고 있다. BC 490년경의 아티카지역 사발 그림.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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