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함께 노래 부르는 모습에서 보는 공자의 호학정신
子與人歌而善, 必使反之, 而後和之.
和, 去聲.
○ 反, 復也. 必使復歌者, 欲得其詳而取其善也. 而後和之者, 喜得其詳而與其善也. 此見聖人氣象從容, 誠意懇至, 而其謙遜審密, 不掩人善又如此. 蓋一事之微, 而衆善之集, 有不可勝旣者焉, 讀者宜詳味之.
해석
子與人歌而善, 必使反之, 而後和之.
공자께서는 사람과 함께 노래 부를 때에 잘 부르면 반드시 다시 부르도록 하셨고 그 후에야 따라 부르셨다.
和, 去聲.
○ 反, 復也.
반(反)은 반복하는 것이다.
必使復歌者, 欲得其詳而取其善也.
반드시 다시 부르게 한다는 것은 상세함을 얻고 선을 취하도록 하려 한 것이다.
而後和之者, 喜得其詳而與其善也.
이후에 따라 불렀다는 것은 기쁘게 상세함을 얻고 선을 함께 한 것이다.
此見聖人氣象從容, 誠意懇至,
여기서는 성인의 기상이 넉넉하고 성의가 간절하고 지극하며
而其謙遜審密,
겸손하고 살피고 치밀하여
不掩人善又如此.
다른 사람의 선을 가리지 않음이 이와 같음을 볼 수 있다.
蓋一事之微, 而衆善之集,
대개 한 가지 일의 미묘함에 온갖 선이 모여드는 것을
有不可勝旣者焉, 讀者宜詳味之.
이루 다 할 수 없으니, 독자는 마땅히 자세히 음미해야 한다.
○ 공자는 목석(木石)이 아니었다. 제(齊)나라에 갔다가 순(舜)임금의 음악인 소악(韶樂)을 듣고는 석 달이나 고기 맛을 잊었다. “이 음악이 이렇게까지 좋은지 미처 몰랐다[不圖爲樂之至於斯也].”고 했으니 소악은 비속한 유행가가 아니라 진선진미(盡善盡美)의 음악이었다. 그렇기는 해도 ‘논어’ 술이(述而)편에 나오는 그 일화는 같은 술이(述而)편의 이 장(章)과 함께, 공자의 정서적 깊이와 넓이를 말해주는 사례로서 매우 유명하다.
자여인가이선(子與人歌而善)의 자(子)는 공자를 가리킨다. 여(與)는 ∼와 더불어라는 뜻이다. 이(而)는 그런데라는 어조를 나타낸다. 선(善)은 음률에 맞춰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을 말한다. 사(使)는 ∼로 하여금 ∼하게 한다는 뜻이다. 뒤에 ‘함께 노래 부른 그 사람’을 생략했다. 반(反)은 반복한다는 말이다. 지(之)는 그 노래를 지시한다. 이후(而後)는 그런 뒤란 뜻이다. 화(和)는 자기도 맞춰 따라 부르는 것을 말한다. 그 뒤의 지(之)는 앞서의 노래를 받는다. 지시 기능 없는 조사로 볼 수도 있다.
공자는 기상(氣象)이 조용하고 온화하며 성의(誠意)가 간절하고 지극했다. 주자(주희)에 따르면 공자가 반드시 다시 노래를 부르게 한 이유는 상세한 속성을 파악하고 좋은 점을 취하려 해서였고, 뒤따라 함께 부른 이유는 상세한 속성을 파악한 것을 기뻐하고 좋은 점을 같이 하려 해서였다고 한다.
조선의 학자들은 이 장(章)에 그리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심지어 정약용은 말을 길게 늘여서 시를 외는 것이 가(歌)라고 했다. 시가 악곡과 분리되어, 음률에 맞춰 노래 부르는 일이 드물었기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노래 부르는 일은 함양(涵養) 공부의 하나다. 남의 노래를 조용히 따라 부르는 일은 나와 남의 경계를 허무는 공부가 될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인용
호학(好學) | |||
호학의 조건 | 공자의 자부심 | 안연의 호학 | 공자의 호학 |
공자의 호학 | 안연의 호학 | 자하의 호학 | |
|
'고전 > 논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논어 술이 - 33. 실천하길 싫어하지 않았으며, 가르치길 게을리 하지 않았다 (0) | 2021.10.07 |
---|---|
논어 술이 - 32. 군자의 도(道)는 행하기 어려워 (0) | 2021.10.07 |
논어 술이 - 30. 자신의 잘못을 바로 인정한 공자 (0) | 2021.10.07 |
논어 술이 - 29. 인(仁)은 멀리 있지 않다 (0) | 2021.10.07 |
논어 술이 - 28. 자기의 울타리를 깨고 나아가는 공자 (0) | 2021.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