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벗을 찾겠다고 하면서 상우천고를 외치다
옛날에 벗을 말하는 자는 벗을 두고 혹 ‘제이오第二吾’라 하기도 하고, ‘주선인周旋人’이라고도 하였다. 이런 까닭에 글자를 만든 자가 ‘우羽’자에서 빌려와 ‘붕朋’자를 만들고, ‘수手’자와 ‘우又’자로 ‘우友’자를 만들었으니, 새에게 두 날개가 있고 사람이 양 손이 있는 것과 같음을 말한 것이다. 古之言朋友者, 或稱第二吾, 或稱周旋人. 是故造字者, 羽借爲朋, 手又爲友. 言若鳥之兩翼, 而人之有兩手也. |
벗은 ‘제 2의 나’이다. 나를 위해 온갖 일을 다 나서서 ‘주선해 주는 사람’이다. ‘붕朋’이란 글자는 ‘우羽’자의 모양을 본떴고, ‘우友’자는 ‘수手’자에 ‘우又’자를 포개 놓은 모양이다. 진정한 벗이란 새의 양 날개나, 사람의 두 손과 같이 어느 하나가 없어서는 안 될 만큼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임을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말하는 자는 “천고千古의 옛날을 벗삼는다”고 한다. 답답하구나, 이 말이여! 천고의 사람은 이미 화하여 흩날리는 티끌이나 서늘한 바람이 되었는데, 그 장차 누가 나를 위해 제이오第二吾가 되며, 누가 나를 위해 주선한단 말인가? 然而說者曰: “尙友千古”, 鬱陶哉是言也! 千古之人, 已化爲飄塵泠風, 則其將誰爲吾第二, 誰爲吾周旋耶? |
그러나 이 한쪽 날개와 다른 편 손과 같은 벗을 두고, 사람들은 턱도 없이 ‘상우천고尙友千古’를 말하곤 한다. 상우천고라니, 그것은 아득한 천고의 고인을 벗으로 삼겠다는 것이 아닌가? 그것이 어떻게 내 오른팔이 되고, 내 왼편 날개가 되며, ‘제 2의 나’가 되고, 나를 위해 ‘주선해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단 말인가? 벗이란 지금 내 곁에 있을 때 의미가 있을 뿐이다. 곁에 마음 나눌 벗이 없고 보니, 답답한 나머지 나온 말이라고는 하지만, 안타깝구나 상우천고의 그 말이여!
▲ 전문
인용
7-1.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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