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주가(渾沌酒歌)
정희량(鄭希亮)
謫居以來, 釀酒自飮, 不漉不壓, 名之名之曰: ‘混沌’, 尙古也.
醉則輒嗚嗚以歌, 其歌曰: “我飮我濁, 我全我天. 我乃師酒, 非聖非賢.” 夫樂其樂者, 樂於心, 不知老之將至也. 人孰知余之樂是酒也.
皐陶ㆍ稷ㆍ契之佐堯舜, 顏ㆍ曾之得孔子, 庖丁之牛, 嵇康之鍛, 梓人不以慶賞成虞, 傴僂不以萬物易蜩. 其樂與我均也, 作詩以見之. “長繩欲縶白日飛, 大石擬補靑天空. 狂圖謬算坐濩落, 半世倏忽成老翁. 豈如飮我混沌酒, 坐對唐虞談笑中. 混沌有道人未識, 此法遠自浮邱公. 不夷不惠全其天, 非聖非賢將無同. 招呼麴君囚甕底, 日夜噫氣聲蓬蓬. 俄傾春流帶雨渾, 醞釀古色淸而濃. 酌以巨瓢揖浮邱, 澆下萬古崔嵬胸. 一飮通神靈, 宇宙欲闢如蒙矓. 再飮合自然, 陶鑄混沌超鴻濛. 手撫混沌世, 耳聽混沌風. 醉鄕廣大我乃主, 此爵天爵非人封. 何用區區頭上巾, 淵明亦是支離人.” -『 虛庵先生遺集』 卷之三
해석
謫居以來, 釀酒自飮, 不漉不壓,
귀양살이 이래로 술을 빚어 자작했는데 거르지도 않고 누르지도 않아
名之曰: ‘混沌’, 尙古也.
혼돈주라 이름 지었으니 옛 법을 숭상한 것이다.
醉則輒嗚嗚以歌, 其歌曰: “我飮我濁, 我全我天. 我乃師酒, 非聖非賢.”
취하면 갑자기 ‘어어’하며 노래했으니 다음과 같다.
我飮我濁 我全我天 | 내가 나의 탁주를 마셔 내가 나의 천성을 보전하네. |
我乃師酒 非聖非賢 | 내가 곧 술을 스승 삼으니 성인도 현인도 아니라네【비성비현(非聖非賢): “술꾼이 청주(淸酒)를 성인(聖人)이라 하고, 탁주(濁酒)를 현인(賢人)이라 한다.”라고 선우보(鮮于輔)가 말했다. 】. |
夫樂其樂者, 樂於心,
즐거움을 즐기는 자는 마음에 즐거워하는 것이니,
不知老之將至也,
늙음이 장차 이르는 것도 알지 못하는데
人孰知余之樂是酒也.
누가 나의 이 술 즐김을 알리오.
皐陶ㆍ稷ㆍ契之佐堯舜,
고요와 직과 설이 요순을 도운 것이나
안연과 증삼이 공자를 얻은 것이나
포정의 소나 혜강의 풀무질이나
재인이 경사스러운 상으로 근심을 만들지 않는 것이나,
傴僂不以萬物易蜩. 其樂與我均也,
난쟁이가 만물로도 매미 날개와 바꾸지 않은 것이나 즐거워함이 나와 같았으니
作詩以見之. “長繩欲縶白日飛, 大石擬補靑天空. 狂圖謬算坐濩落, 半世倏忽成老翁. 豈如飮我混沌酒, 坐對唐虞談笑中. 混沌有道人未識, 此法遠自浮邱公. 不夷不惠全其天, 非聖非賢將無同. 招呼麴君囚甕底, 日夜噫氣聲蓬蓬. 俄傾春流帶雨渾, 醞釀古色淸而濃. 酌以巨瓢揖浮邱, 澆下萬古崔嵬胸. 一飮通神靈, 宇宙欲闢如蒙矓. 再飮合自然, 陶鑄混沌超鴻濛. 手撫混沌世, 耳聽混沌風. 醉鄕廣大我乃主, 此爵天爵非人封. 何用區區頭上巾, 淵明亦是支離人.”
시를 지어 보인다.
長繩欲縶白日飛 장승욕집백일비 | 긴 끈으로 흰 해 메려 하고 |
大石擬補淸天空 대석의보청천공 | 큰 돌로 맑은 하늘을 보수하려 하니 |
狂圖謬算坐濩落 광도류산좌호락 | 미친 도모, 그릇된 계책으로 쓸모없음【호락(濩落): 속이 텅 비어 쓸모가 없음을 이르는 말로, 소식(蘇軾)의 「산산송림중가복거(蒜山松林中可卜居)」시에 “나의 재목은 호락하여 본디 쓸모가 없는데, 헛된 이름이 세상 놀래 준들 무엇이 유익하랴.[我材濩落本無用 虛名驚世終何益]”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蘇東坡詩集』 卷24 / 확락(濩落) - 공확(空濩)하여 쓸모가 없는 것을 이름.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 “瓠落無所容 非不呺然大也 吾爲其無用而掊之”라 하였음. 호락(瓠落)을 후인이 확락(濩落)으로 쓰고 있음. 두보의 시에 “문득 쇠락해져, 흰머리로 고단함을 달게 여기네.[居然成濩落 百首甘契濶]”라고 한 구절을 인용한 표현이다. 『杜少陵詩集』 卷4 「自京赴奉先縣詠懷」】에 빠져 |
半世倏忽成老翁 반세숙홀성로옹 | 반평생 만에 갑자기 노인이 되었네. |
豈如飮我渾沌酒 기여음아혼돈주 | 일찍이 내가 혼돈주를 마셨으니 |
坐對唐虞談笑中 좌대당우담소중 | 앉아 요순시대를 대하며 얘기해보세. |
渾沌有道人未試 혼돈유도인미시 | 혼돈엔 도가 있어 사람이 시험하질 못하니, |
此法遠自浮丘公 차법원자부구공 | 이 법은 멀리 부구공【부구공(浮丘公): 고대 전설 속의 선인을 말한다. 곽박(郭璞)의 「유선시(遊仙詩)」 제3에 “왼손으로 부구의 옷소매를 부여잡고, 오른손으로 홍애의 어깨를 어루만진다.[左挹浮丘袖 右拍洪崖肩]”라는 구절이 나온다. 홍애도 고대 선인의 이름이다.】으로부터 와서 |
不夷不惠全其天 불이부혜전기천 | 백이도 아니고 유하혜도 아닌 천성의 온전함이며 |
非聖非賢將無同 비성비현장무동 | 성인도 아니고 현인도 아니면 장차 함께 할 수 없다네. |
招呼麯君囚甕底 초호국군수옹저 | 누룩군을 불러 항아리에 가두고 |
日夜噫氣聲蓬蓬 일야희기성봉봉 | 낮밤 발효되는 소리 꾸룩꾸룩 |
俄頃春流帶雨渾 아경춘류대우혼 | 갑자기 봄기운 흘러 비를 띠어 섞이다가 |
醞釀古色淸而濃 온양고색청이농 | 빚어진 옛 색깔이 맑고도 농후하네. |
酌以巨瓢揖浮丘 작이거표읍부구 | 큰 표주박에 담아 부구공에게 읍하고 |
澆下萬古崔巍胸 요하만고최외흉 | 만고에 물 대어 가슴 속 답답함 풀어내지. |
一飮通神靈 일음통신령 | 한 번 마시면 신령과 통하여 |
宇宙欲闢猶矇朧 우주욕벽유몽롱 | 우주를 열고자 하나 오히려 몽롱해지며 |
再飮合自然 재음합자연 | 다시 마시면 자연과 합해지고 |
陶鑄渾沌超鴻濛 도주혼돈초홍몽 | 도주공【도주(陶鑄): 도공(陶工)처럼 만물을 빚어낸다는 말이다. 『장자』 「소요유(逍遙遊)」에 “그분은 먼지와 때 그리고 쭉정이와 겨 같은 것을 가지고도 도공처럼 요순을 빚어낼 수 있는 분인데, 뭣 때문에 외물을 일삼으려고 하겠는가.[是其塵垢粃糠 將猶陶鑄堯舜者也 孰肯以物爲事]”라는 말이 나온다.】의 혼돈은 홍몽【홍몽(鴻濛): 여러 가지 뜻이 있으나 여기서는 우주가 형성되기 이전의 혼돈 상태를 뜻한다. 혼돈 상태에서 처음으로 하늘과 땅이 갈라진 듯이 광활한 하늘과 땅만이 보인다는 것이다.】을 초월하네. |
手撫渾沌世 수무혼돈세 | 손으론 혼란스런 세상을 어루만지고 |
耳聽渾沌風 이청혼돈풍 | 귀로는 혼돈의 바람을 들으니 |
醉鄕廣大我迺主 취향광대아내주 | 취하여 광대함을 향하니 내가 곧 주인이오, |
此爵天爵非人封 차작천작비인봉 | 이 벼슬은 천작으로 하늘이 봉해준 것 아니라네. |
何用區區頭上巾 하용구구두상건 | 어찌 구구하게 머리 위에 두건 쓰리오【두상건(頭上巾): 도연명(陶淵明)이 칡 두건으로 술을 걸러 마셨다[漉酒用葛巾] 한다.】. |
淵明亦是支離人 연명역시지리인 | 도연명 또한 지리한 사람인 걸【연명역시지리인(淵明亦是支離人): 연산군 시절에 사화가 거듭되는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도피하며 반발하는 심정을 이렇게 나타내면서 기존의 가치를 일체 부정하였다.】. 『虛庵遺集』 |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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